국민의힘, 사무처 '여성국' 없앴다…시민사회 "여가부 폐지 안돼"

공약 발표 직후부터 논란…시민사회 "여가부 권한 강화해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힘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내걸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에서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여성위원회와 전국 643개 여성·시민사회는 25일 성명을 내고 "역대 가장 적은 표차인 0.73%포인트 차이로 당선된 의미는 이런 전략이 잘못됐다는 것"이라면서 여가부 폐지 공약 철회와 성평등 전담 독립부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차별과 혐오, 증오선동의 장이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어떤 논리도 없이 선거 캠페인에 갈등을 이용하고 조장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여성가족부 폐지'는 윤 당선인의 대표 공약 중 하나다. 윤 당선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러한 공약을 발표하며 근거나 설명을 제시하지 않아 논란을 일으켰다. 선거 과정에서도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는 등의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그러나 우려와 반대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공약 이행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심지어 이날 국민의힘은 당 사무처의 '여성국'을 전격 폐지했다. 국민의힘은 여성국과 청년·직능국 등 3개 부서를 통폐합 해 '미래국'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23일 사무처 직원을 대상으로 이에 따른 인사 발령을 냈다.  

그러나 세계경제포럼(WEF)의 <2021년 세계성별격차보고서(The Global Gender Gap Report)>에 따르면 한국의 성격차 지수는 156개국 중 102위로 매우 낮다. 또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경제협력기구(OECD) 국가 중 가장 크며(31.5%, 2020) 여성 고위공무원 비율은 10%(2021년 기준), 기업(상장법인) 여성임원 비율은 5.2%(2021년 1분기 기준)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1995년 유엔 제4차 세계여성대회에서 한국을 포함한 189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던 '베이징여성행동강령'에는 '적절한 예산과 인력을 보장받는 여성 정책 전담기구를 설치하라'고 명시돼있다. 여가부 폐지 공약은 국제사회의 규범에도 정면으로 배치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열린 성평등 정책 강화 요구 선언문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 시민사회 단체들은 "여성들은 공적 영역에서 배제되고, 채용·배치·승진·임금에서 차별받거나 폭력을 경험하는 불안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위기는 구조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켰다"며 "이미 수많은 통계가 증명해주듯이 여성은 남성에 비해 고용률이 낮고 훨씬 더 많은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여성이라 뽑지 않고, 가사노동, 육아 등 돌봄은 여성에게 전가되어왔다. 여성의 고용률이 낮거나, 고위 공무원이나 기업 임원에 여성이 적은 이유는 여성 개인들의 문제가 아니라, 불평등한 사회구조, 뿌리 깊게 내재되어 있는 성별고정관념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평등 정책 전담 독립부처가 사라진다는 것은 이러한 국가 성평등 정책 실현을 위한 중요한 권한과 기능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부처 폐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보강할 것인지, 현재 여성가족부에서 미약한 수준인 성평등 정책 기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비전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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