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디폴트 불씨'는 여전…일단 외채 이자 지급 명령

"지급 명령" 밝혔지만 실제 지불 미지수…미 연준 금리 인상 뒤 시장은 안정세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서방의 금융 제재로 채무불이행 우려를 낳고 있는 러시아가 기일이 도래한 외화 채권 이자에 대해 일단 지급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다만 제재로 인한 자금 동결로 이번 지급금이 채권자에게 실제로 지불될지 확실하지 않은 데다 이달에 기일이 도래하는 채무만 6억 달러에 달해 국가 부도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미국 방송 <CNN>은 16일(현지시간)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이 지급 기한이 도래한 1억1700만 달러(약 1432억 원)의 외화 채권 이자에 대한 지급 명령을 내린 것을 러시아 국영 매체(RT)에 밝혔다고 보도했다. 해당 이자는 2013년 발행된 385억 달러(약 47조 원) 규모의 2개 외화 채권에 대한 것이다.

다만 외신들은 러시아가 지불했다는 이자가 실제 채권자의 손에 도달할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부채 상환에 사용된 자금이 제재로 동결된 해외자산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실루아노프 장관은 14일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외환보유액(6430억 달러)의 절반이 동결됐다"며 "몇몇 서방 국가가 인위적인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조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채권자가 실제로 돈을 지급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여전히 "매우 독특하게 지저분한 양태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실제 지불은 미국의 손에 달렸다며 책임을 미국으로 넘기는 태도를 취했다. <CNN>은 실루아노프 장관이 러시아 국영방송 <RT>에 "우리는 돈이 있고, 지불을 이행했다. 이제 공은 미국 법원으로 넘어갔다"며 미국이 허용하지 않으면 실제 지불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상환일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시작된 뒤 처음 도래한 상환 기일로 러시아는 3월 중에만 6억1500만 달러(약 7516억 원)의 채무를 더 갚아야 하고 다음 달 4일에는 약 20억 달러(약 2조4400억 원)의 채무 상환이 기다리고 있다. 채무불이행 우려가 가라앉지 않는 이유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8일 러시아 신용등급을 C등급으로 강등하며 국가 부도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러시아 국채는 이미 액면가의 10~20%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제프 그릴스 에이곤 자산운용 신흥시장 부채 담당자는 "시장은 러시아가 국채 이자를 상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다만 러시아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더라도 세계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전세계 은행의 러시아 위험 노출액(익스포저)는 1200억 달러(약 145조 원)로 무시할 수준은 아니지만 "체계적으로 연결된 위험은 아니다"라며 러시아의 채무 불이행이 글로벌 금융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에 대해서 "지금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날 이틀에 걸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현재 0.00~0.25%인 기준금리를 0.25∼0.50%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2018년 12월 이후 3년3개월 만이다. 연준의 향후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는 올해 말 금리 수준을 1.9%로 제시했다. 금리 인상폭이 0.25%포인트라면 올해 남은 6번의 회의 모두에서 금리 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배경으로 "경제가 매우 튼튼하고 빡빡한 노동시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을 언급했다.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7.9% 오르며 40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번 금리 인상폭은 예상치에 부합했고 미국 경제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이후 회복기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해석되며 시장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16일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지수는 전날보다 2.24% 상승한 4357.86에 거래를 마쳤고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3.77% 오른 13436.55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중국의 봉쇄 정책으로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계속되는 협상 등으로 배럴당 120달러대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도 100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등 숨을 고르는 모양새다.

▲지난달 27일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한 은행 현금인출기(ATM) 앞에 돈을 인출하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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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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