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정점 아직인데, 정부는 거리두기 추가 완화 고심

중대본 "의견 수렴 시작 단계…오미크론 치명률 낮아"

오미크론 변이 정점 확인을 앞두고 정부가 본격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검토에 착수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수와 사망자 수가 연일 사상 최다 기록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섣부른 조치라는 의료계 지적이 나온다.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현재 일상회복지원위원회를 비롯해서 각 지자체, 관계부처 등의 (거리두기 완화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기 시작한 단계"라며 "광범위한 의견수렴과 현재 상황을 평가해서 거리두기 조정 방안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적 모임 6인-영업시간 밤 11시인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가 오는 20일로 종료 예정인 가운데, 이를 더 완화하는 방안을 정부가 고심 중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미크론 확산 시기 정부가 지속적으로 오미크론에 의한 피해 수준이 우려보다 낮다는 메시지를 반복해온 만큼 이번에도 완화 기조가 이어지리라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대선 기간에 거리두기 완화를 강조해 온 점 역시 최근 정부 기조와 궤를 같이 하는 만큼 추가 완화에 관한 기대감이 크다.

구체적으로는 밤 11시인 영업시간을 추가 연장하거나 아예 영업시간 제한을 없애는 방안 혹은 사적모임 인원 규모를 더 늘리는 방안 등이 논의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을 의료계는 우려하고 있다. 아직 정점을 확인하지 못한 데다 코로나19 피해는 사상 최대인 상황에서 거리두기 완화 움직임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부교수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제적 조치는 있을 수 있지만 선제적 완화는 상황의 불확실성을 키우기 때문에 선택해서는 안 된다고 여러 번 말씀드렸"다며 "정점이 언제인지 명확지 않은데 중환자실 사용이 위험수준에 임박한 70%에 육박"하는 상황인 데다 "지금이 정점이라해도 2ㅡ3 주는 중증 환자가 계속 늘어날" 상황인 만큼 "지금은 국민들께서 잠시 멈추어주실 때"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따라서 지금 정부는 섣부른 규제 완화를 논하기보다 "국민들께서 위기를 직시할 수 있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배포한 자료를 보면, 정부는 병상 수요가 점차 커짐에 따라 앞으로 코로나19 확진자의 기저질환은 음압병상이 아닌 일반병상에서 치료하도록 입원 진료 체계를 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6일부터 다른 병상으로 입원한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이동하지 않고 일반병상에서 치료받게 된다.

재택치료자 급증에 따라 안정적 재택치료 관리 여력 확보를 위한 추가 조치도 나왔다. 의료기관의 하루 2회 모니터링 대상인 집중관리군 기준이 60세 이상인 고령자와 면역저하자로 조정됐다. 기존 집중관리군에 포함된 50대 이하 기저질환자 등은 일반관리군으로 변경돼 별도의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는다.

정부는 50대 이하 치명률이 거의 0%인 데다 먹는 치료제 처방이 동네 병·의원으로 확대된 점을 고려했다고 조정 배경을 밝혔다.

종합하면 코로나19 위기가 정점을 향해 가면서 의료 체계 부담은 서서히 커지는 추세며, 그로 인해 정부가 각종 의료 관리 지침을 더 완화해 코로나19 환자 관리 역량을 줄이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만큼 환자 급증세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날 0시 현재 전국의 위중증 병상 가동률은 65.1%로 집계돼 70%에 육박하고 있고 준중증 병상은 70.0%를 이미 기록했다.

정부는 현재 코로나19 치명률이 낮게 관리되는 만큼 오미크론 변이 위기 수준을 지나치게 높여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손 반장은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는 유행 정점 이후에 2~3주까지 계속 증가할 것"이지만 "최근 4주간 치명률이 0.1%보다 낮게 나오고 있어서 현재 단기 치명률은 계절독감과 유사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15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6만명대를 기록했고 누적 확진자는 700만명을 넘었다. 신규 확진자가 연일 30만명을 크게 웃돌면서 이날 발표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도 국내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많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36만2천338명 늘어 누적 722만8천55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역 선별진료소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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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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