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北 정찰위성, ICBM 시험 일환…긴장 고조행위 중단하라"

김정은, 로켓 발사장 확충 지시…ICBM 기술 활용한 위성 발사 임박

최근 북한의 군사 정찰 위성 관련 발사체 발사를 두고 한미 군사 당국은 신형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시험 발사의 일환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에 따른 대북 제재를 준비 중이다.

11일 국방부는 한미 군 당국이 지난 2월 27일과 이달 5일 발사한 북한의 탄도 미사일에 대해 "정밀 분석 결과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열병식 계기 북한이 최초 공개하고 개발 중인 신형 ICBM 체계와 관련된 것으로 평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2차례의 시험발사가 ICBM의 사거리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향후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가장한 해당 미사일의 최대사거리 시험 발사를 앞두고 관련 성능을 시험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지난 두 차례 발사가 정찰 위성을 개발하기 위한 시험의 일환이라며, 발사체의 제원이나 기타 특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군 당국은 해당 발사체가 준중거리 탄도 미사일(MRBM) 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MRBM에서 ICBM으로 판단을 변경하게 된 배경에 대해 국방부는 "북한은 최근 2차례 미사일 시험발사의 구체 체계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한미 양국은 정밀 분석 및 협의를 거쳐 위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며 "국제사회가 북한의 이러한 미사일 추가개발에 대해 단합된 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이를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2월 28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27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같은 시각 미국 정부도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평가를 공개했다. 10일(현지 시각) 미 정부 고위당국자는 지난 두 번의 시험 발사가 2017년의 ICBM 시험 발사와는 달리 미사일의 여러 요소를 시험하려는 의도가 있어 ICBM의 사거리와 능력이 그대로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지난 두 차례 시험 발사에서 정찰 위성 개발을 언급한 것은 ICBM 시험 발사를 주권국가의 정당한 우주활동으로 위장하려는 시도이며, 탄도 미사일 기술 활용을 금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의 위반인 것과 동시에 역내 안보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심각한 긴장 고조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은 본토와 동맹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며 오는 11일 미 재무부가 북한에 대한 독자 제재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재에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인물과 기관 및 제3국 기업 등에 대한 추가 조치가 있을 것으로전망된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도 미국이 여전히 북한과 대화에 열려있고 전제조건 없이 만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하며, 북한에 대화 테이블로의 복귀를 촉구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북 간 실무협상에서 진지한 합의가 있고 이에 따라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만날 용의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과거 사례에서 보듯 정상급 회담으로는 진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 집권 시기에 이뤄졌던 북미 간 대화 방식은 사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이 당국자는 "상황을 진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외교적 협상"이라며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동맹과 긴밀하게 조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 역시 "우리 정부는 다수의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이러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강력히 규탄하며, 북한이 한반도와 역내 안보 불안을 조성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바탕으로 한미 간 긴밀한 공조하에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해 오고 있는바, 북한이 이에 호응하여 조속히 대화에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해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다.

김정은, ICBM 시험 발사로 '유예' 약속 파기하나

이런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서해 위성발사장을 현지지도하며 정찰 위성 배치를 구실로 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11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위성 발사장 개건 현대화 목표를 제시"했다며 "앞으로 군사정찰 위성을 비롯한 다목적위성들을 다양한 운반로케트로 발사할 수 있게 현대적으로 개건확장하며 발사장의 여러 요소들을 신설할 데 대한 과업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대형 운반 로케트들을 발사할 수 있게 발사장구역과 로케트 총조립 및 연동 시험시설, 위성 연동 시험시설들을 개건확장하며 연료주입시설과 보급계통들을 증설하고 발사관제시설의 요소들과 주요기술 초소들을 현대적으로 개건확장할 데 대한 과업"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발동기지상분출시험장의 능력을 확장하고 운반로케트의 수송편리성을 보장할 수 있게 대책하는 문제, 발사장 주변의 생태환경을 개변시키고 발사장 반대쪽 능선의 안전구역에 야외발사 참관장을 새로 건설하는 문제 등 서해위성발사장을 현대적으로 개건확장하는데서 나서는 구체적인 가르치심을 주시었다"고 전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 가능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처럼 김 위원장이 지난 두 차례 정찰 위성을 위한 신형 ICBM 시험 발사에 이어 이번에 발사장의 현대화까지 지시하면서 김일성 주석 생일 110주년이 되는 오는 4월 15일 태양절을 목표로 위성을 발사하려는 계획을 현실로 옮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 당국의 분석과 김 위원장의 행보를 종합했을 때 북한이 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긴다면, 지난 2018년 김 위원장이 약속했던 "핵 시험과 대륙간 탄도 로케트(로켓) 시험 발사 중지"를 사실상 폐기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20일 당 정치국 회의에서 그동안 주도적으로 취해왔던 신뢰 구축 조치인 핵실험 및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발사 등의 유예(모라토리엄) 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행동에 나서고 미국이 독자 제재를 가하는 등 양측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현 국면의 반전을 위한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은 실제 4월 15일에 맞춰 위성을 실은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더라도 이는 ICBM 시험 발사가 아닌 위성을 위한 정당한 우주개발활동이라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울 것이고,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이 주장에 동조하거나 최소한 묵인할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과 러시아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기 때문에 안보리 내에서 북한에 대해 새로운 제재 결의안이 합의 도출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미국은 독자적인 방식과 함께 동맹을 끌어들여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될 경우 북한의 반발 수위도 같이 높아질 수 있어 상호 행동에 따라 긴장이 고조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북한이 지난 1월 20일 정치국회의를 통해 미국과 대화를 사실상 폐기하고 장기적 대결에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시험 발사 하는 등 자신들의 계획대로 방위력 강화를 위한 행동에 나서고 있어, 안보와 관련한 획기적인 유인책이 없는 한 미국의 '조건없는 대화' 제의에 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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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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