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강성 노조 탓' 한 윤석열 "왜 같은 일하고 정규직만 고소득 받나"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반대', 비정규직 사용 제한 '유보'라더니…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선거 막바지 수도권 유세에서 '노동의 가치'를 강조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특히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주장한 부분은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같은 발언은 윤 후보 자신의 공약집이나 시민단체 정책질의 답변, 과거 국민의힘 계열 정당의 행보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윤 후보는 7일 오후 경기 안양·시흥·안산·화성 등지에서 유세를 펼치며 "원래 정부나 국가는 부자보다 중산층, 근로자, 노동자를 잘 살게 정책 타깃팅을 해야 한다",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지 않는 나라는 지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충남 천안 유세에서 처음 "노동의 가치 존중"을 말한 데 이어서다.

윤 후보는 그러면서 "(정부가) 몇%만을 대변하는 강성 노조와 동업을 할 게 아니라 모든 노동자를 공정하게 대우해야 한다. 같은 일을 하는데 임금 처우가 너무 많이 차이나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여기도 강성노조가 대변하는 대기업 근로자도 계시고 중소기업, 자영업에 근무하는 분도 계시지만, 국가는 어떤 노동이든 공정하게, 고생하는 것에 비례해서 처우가 이뤄지게 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또 "사내 하청이라고 무시해선 안 된다. 파견근로자. 비정규직이라고 주종(主從)이 가려지고 무시당해선 안 된다"면서 "일터가 정의롭고 공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하청 근무를 하거나, 파견이거나, 정규직이거나 비정규직이거나 같은 노동을 하는 사람은 같은 보수를 받는 게 공정하고 정당한 것 아니냐"고 했다.

"왜 같은 일을 하는데 (정규직 노조 가입자인) 4%만 고소득을 받고 나머지는 그보다 더 험한 사내 하청 같은 것을 하면서 더 싼 임금에 고통받아야 하는 것이냐", "같은 일을 하면서 어디 근무하는 사람은 연봉제로 월급을 몇 배 더 받고, 어떤 사람은 하청이라 덜 받고, 어떤 사람은 사내하청 파견으로 궂은 일을 더 하고 그 안에 주인-머슴이 있다"고도 했다.

다만 윤 후보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이뤄지지 않는 원인을 노조에 돌렸다. 그는 "국가는 그런 것(같은 노동에 같은 보수를 받는 것)을 자꾸 유도해야 하지 않느냐? 그런데 강성 노조는 그것을 틀어막고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그 해법에 있어서도 "이게 법으로 강제한다고만 되는 게 아니다"라며 "기업 생산성이 올라가야 하고, 강성노조의 억지를 국민들도 비판해서 정치권력이 이 사람들(노조)하고 손 잡아선 표를 얻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정작 지난달 14일 발표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등 8개 학술·시민사회 단체에 보낸 정책질의 답변서에서는 근로기준법에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명시하는 방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항목에 대해 이재명·심상정 후보는 찬성 입장을 밝혔고, 윤 후보만 반대 입장이었다. (안철수 당시 후보는 미답변)

윤 후보는 '근로기준법 제6조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문으로 규정하는 방안에 대해 귀 후보의 입장은 어떤지' 묻는 질의에 이렇게 답변했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남녀고용평등법에 규정되어 있는 바, 이를 일반 원칙으로 확대할 경우 직무급제와 산별 임금원칙이 확립돼 있는 유럽에서는 어느 정도 수용될 수 있으나,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는 우리의 경우에는 상당한 혼란과 불만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직무뿐 아니라 직업 역량과 성과를 반영한 유연한 임금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동일임금 원칙은 새로운 논쟁거리를 제시함으로써 임금체계 혁신을 저해할 가능성도 있다."

윤 후보는 또 '사업장의 상시적 업무에 대해서는 실제 업무를 관장하는 사업주가 근로자를 기간의 정함 없이 직접 채용하여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에 대한 귀 후보의 입장'을 묻는 질의에 대해서도 "고용의 일반원칙으로서 상시지속 업무에 대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 체결을 강조하고, 그 실현을 위해 인센티브 또는 재정적 패널티 제도를 운영하는 것에는 찬성"이라면서도 "상시지속업무의 판단 기준은 업종·직종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획일적으로 법제화하면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유보' 입장을 밝혔다. (☞관련 기사 : 비정규직 문제 해결 의지 가장 높은 대선후보는 누구?)

윤 후보는 '최저임금 미만에 일할 자유'도 한 차례 더 강조했다. 그는 안양 유세에서 "임금 올려주면 좋죠"라면서도 "그러나 지불능력 없는 중소기업에 대고 대기업과 똑같이 맞춰서 월급 올려주라고 하면 '4%'는 좋아하지만 자영업 중소기업 다 나자빠지고, '나는 최저임금보다 조금 적더라도 일하겠다'는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다 잃게 되지 않나"라고 했다.

윤 후보는 "지금 최저임금을 한 200만 원 잡으면, 어려운 분들 기초생활보장으로 드리는 돈이 50만 원이다. 그럼 150만, 170만 원 받고 일하겠다는 분들은 일 못하게 해야 하나? 200만 원 못 주는 자영업자는 사업을 접으라고 해야 하나"라고 했다. 윤 후보는 작년 12월 관훈토론 등 두어 차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고, 그 때마다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를 사실상 부인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국민들이 다 자기 집 살면 우리 당에 유리"…박근혜처럼 "투자·일자리 기업 업고 다니겠다"

윤 후보는 이날 유세 도중 "국민 전체가 고통받는 이 사악한 정책을 자기 당의 정치 지형을 위해 28번 쇼를 해가면서 하는 사람들"이라고 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이로 인한 집값 상승이 정략적·의도적인 것이라는 음모론적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그러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집값 그렇게 많이 안 올랐지 않느냐"며 "저희 당은 집값 그렇게 뛰게 안 한다. 왜냐, 국민들이 다 자기 집 살면 우리들한테 유리하니까"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민주당과 반대이지 않느냐"며 "국민들이 자가 보유자가 되면 민주당은 지지층이 떠난다는데 우리는 우리 지지층이 되기 때문에 환영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재정·세금 정책에 대해서는 "돈을 그렇게 써서 경기진작을 시켜 서민들 일거리도 생기게 하고 낙수 효과도 보게 하면 안 되느냐"면서 "있는 사람한테 왕창 뜯으면 그 사람들이 이 정부 재수없다고 다 싸들고 해외로 나간다. 그러면 어려운 분들, 근로자들 더 힘들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고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투자하는 기업인들은 제가 대통령 되면 업고 다니겠다. 그리고 근로자를 고생시키고 이익을 가져가는 악덕 기업주는 사법 시스템에 의해 엄히 퇴출시킬 것"이라고도 했다. 2013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투자하는 분들은 업고 다녀야 한다"고 말하자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산업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말로 기업인을 등에 업고 사진을 찍은 일을 연상시킨다. (☞관련 기사 : 현오석 부총리,'어부바 퍼포먼스' 벌인 이유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공세도 폈다. 그는 "8500억 원을 김만배 일당이 다 먹었겠느냐"며 "도대체 어떤 사람 호주머니에 들어갔는지 추적하고 자금 흐름을 조사해야 한다고 (나는) 주장해 왔다. 정권교체 되면 다 드러나게 돼 있다"고 말해 집권시 수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누가 먹었는지, 최종 귀속자 주머니를 다 확인하겠다"고도 했다.

화성 유세에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함께 첨여했다. 안 대표는 "청년들은 직장 못 구하고 있는데 '일자리 상황판' 어디 갔나", "대통령이 집값만은 자신있다고 했는데, 그 말이 '올릴 자신 있다'는 말이었다"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윤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7일 오후 경기 안양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윤석열 대선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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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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