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대중 예술로 문화 강국을 꿈꾼다?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중국의 <제14차 5개년 중국 드라마 발전 계획> 발표

중국의 라디오, TV, 인터넷 동영상 프로그램을 관장하는 국가광파전시총국(國家廣播電視總局, 이하 광전총국)은 지난 2월 10일, <"145" 중국 드라마 발전 계획("十四五"中國電視劇發展規劃)>을 발표했다. 본 계획의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145(十四五)"의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

"145"란, 2020년 10월에 열린 19기 5중 전회에서 확정된 '제14차 5개년 계획'으로, 정식 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 국민경제와 사회발전 제14차 5개년 계획과 2035년 비전 목표 요강(中華人民共和國國民經濟和社會發展第十四個五年規劃和2035年遠景目標綱要)'이다. 그렇다면 지난 10일 공개된 '발전 계획'은 2021년부터 5년간 시행될 제14차 5개년 시기의 중국 드라마 발전 지침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주지하듯이 영화, TV 드라마 그리고 최근 급성장세를 보이는 웹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대중문화 콘텐츠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 속에서 당의 업적 선전과 사회 통합을 위한 이데올로기적 목표 아래 기획·생산·유통되어 왔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이 대중문화의 시장 자율성을 꾸준히 확대해 왔음에도 문화 콘텐츠 산업이 여전히 당의 규제 안에서 작동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특징은 시진핑 집권 시기 더욱 강화되었다. 정책 측면에서는 2018년 4월, 기존에 중국의 신문, 출판, 텔레비전, 영화, 라디오, 게임 등 문화산업 콘텐츠 전반을 관리감독하던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國家新聞出版廣電總局)이 개편되었다.

즉, 국무부 산하였던 본 기관이 공산당 직속 기구인 중공중앙선전부로 이관되었고, 신문·출판, 영화 그리고 라디오, TV의 관리 책임이 각각 국가신문출판서(國家新聞出版署), 국가전영국(國家電影局), 국가광파전시총국(國家廣播電視總局)으로 분리·개편된 것이다.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을 중앙선전부 산하기구로 배치하고 문화 콘텐츠 관리를 세분화한 이러한 조치는 중국 정부가 언론, 대중 미디어, 문화 콘텐츠의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고 대중 선전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보여졌다.

각 기관은 매 시기 정부가 내놓은 큰 방향에 부응하는 지침을 내려 이에 호응해왔고, 금번 드라마 발전 계획 발표도 그런 성격으로 풀이된다.

배포된 <"145" 중국 드라마 발전 계획>은 서문을 제외하고 전체적인 요구, 신 시대로 향하는 우수 드라마 창작, 고표준 드라마 시장 시스템 건설, 국제적 전파와 합작 추진, 고품질 드라마 인재 대오 건설, 조직 보장 강화의 총 6개 부문으로 나눠져 있으며, 그 내용은 구체적이기보다는 상급 설계와 시스템 계획을 나열한 거시적이고 추상적인 느낌이 강하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14차 5개년 계획이 나온 배경과 비전을 먼저 이해하고, 드라마 발전계획의 주요 내용을 최근의 중국 드라마 동향과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다.

14차 5개년 시기(2021-2025)는 '전면적 소강사회' 건설이라는 첫 번째 백년 목표를 실현한 중국이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이라는 두 번째 백년 목표로 나아가는 첫 번째 5년이다. 앞서,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제18차 당대회에서 '두 개의 100년'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는 2021년까지 '전면적 소강사회(小康社會: 의식주 문제가 해결된 다소 풍요로운 사회)' 건설을 완성하고,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는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 그 요지다.

약속한 '첫 번째 백년'이 끝나는 2021년, 시진핑 주석은 공식적으로 '소강사회' 목표가 달성됐다고 공표했지만, 코로나19라는 전지구적 위기와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중국의 현 상황 속에서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이 목표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또 일반 대중들에게는 얼마나 피부에 와닿는 결과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14차 5개년은 두 번째 백년의 목표인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을 향한 도약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145" 중국 드라마 발전 계획> 또한 '2035년 문화강국 건설'이라는 비전을 세우고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을 향한 국가의 거시적 방향에 궤를 같이 한다. 서문에서는 그간 드라마 산업의 눈부신 발전을 충분히 긍정하면서도 발전 불균형과 불평등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를 위해, 우수한 창작, 시장 시스템 건설, 인재 대오 조성, 법과 제도 정비 등 각 방면의 개혁이 요구되며, 특히 '주제' 작품 창작 생산, 드라마 산업의 질적 효과와 이익 그리고 경쟁력을 제고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주제'는 '2장. 신시대로 향하는 우수 드라마 창작'에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그 내용 중 특별란(專欄)1 <"145" 중점 드라마 주제 선정 계획>을 보면, 중대한 현실, 혁명, 역사 소재를 위주로 '종횡 좌표법'을 통해 구체적인 주제를 선정한다고 소개한다. 

구체적으로 종적으로는 시진핑 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 당과 국가의 대사(大事)와 관련된 주제이며, 횡적으로는 중국 공산당 성립 100주년,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항미원조' 승리 70주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75주년, 항일전쟁 승리 80주년, 홍군 장정 승리 90주년 등을 아우르는 주제를 말한다.

중국이 중대한 혁명, 역사 소재의 드라마 제작을 장려해 온 것은 익숙한데, 중대한 현실 소재란 무엇일까? 한국 콘텐츠 진흥원의 중국 콘텐츠 산업동향(2021년 6호) 자료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는 방역, 빈곤 퇴치, 직장, 여성, 가족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루는 '현실주의 드라마 창작 장려' 정책에 힘입어 현실주의 드라마 송출 편수가 전체 드라마의 78%를 차지했다고 한다.

가족, 직장생활, 여성 문제 등의 일상성과 동시대성이 강조되는 소재 외에도, 코로나19 방역 성공, 공동부유(共同富裕) 실현을 위한 당의 성과와 정책을 선전하고 민심을 한데 모으는 소재가 기존의 혁명, 역사 소재와 함께 드라마의 중요한 제작 방향이 된 것이다.

'3장. 고표준 드라마 시장 체계 건설'에서는 배우의 출연료 관리 강화를 언급한 것이 눈길을 끈다. 계획에는 '고가 출연료'를 절대 반대하며, 드라마 한 편당 전체 출연료는 전 제작비의 40%를 초과할 수 없으며, 주요 배우의 출연료는 전체 출연료의 7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제작비 배분 비율 규정을 엄격히 하고, 출연료 계약서 작성과 검증을 강화한다고 명시되어있다.

이는 2021년 9월 광전총국이 내놓은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출연자에 대한 관리 강화 통지' 정책의 연속으로 보여진다. 일종의 연예계 검열 강화 정책인 이 통지 내용으로는 탈세, 마약 등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의 방송 출연 제한, 고가의 출연료 금지, '여성스러운' 남자 연예인 방송 노출 제한 등을 포함하며, 당시 중국 안팎으로 시진핑 집권기 본격적인 '문예계 정풍'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은 바 있다.

이러한 문화 산업 시장의 '정화(淨化)' 정책은 어떻게, 그리고 어떠한 드라마 인재 대오를 조직할 것 인가와도 연결된다. 특별란 4의 내용을 보면, 첫째, 제작자의 '생활 속으로' 제도다.

제작자는 중요한 현실 소재의 드라마 창작 과정에서 기층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그 속에서 창작 소재를 찾고, 세태, 국가와 당, 인민들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여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도록 요구된다.

둘째, 청년 배우와 매니저 훈련반이다. 청년 배우와 매니저에게 사상정치, 직업 소양, 법률 법규 등의 과정을 마련하여, 종사자들에게 사명감을 부여하고 법률을 준수하며 덕과 재능을 모두 갖춘 드라마 인력으로 교육한다는 내용이다. 창작자는 '기층 속으로 들어가라'는 요구와 배우는 문예공작자로서 사명감을 가져야하고 사상정치를 학습하라는 주문은 어쩐지 마오쩌둥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돌아보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중국은 중요한 기점들을 넘어왔다. 2018년은 개혁개방 40주년, 2019년은 신중국 성립 70주년, 2020년은 '전면적인 소강사회' 건설 달성, 2021년은 건당 100주년이었다. 역사적으로 기념할 사건 외에도 2019년부터는 팬데믹과 중미 갈등 격화 등의 크나큰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늘 그래왔듯이, 국가의 역사와 위기 앞에 중국의 대중문화 콘텐츠들은 당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사회를 통합하는 역할을 해왔다. 금번에 발표된 <"145" 중국 드라마 발전 계획>은 '전면적인 소강사회'를 건설하고 '공동부유'를 위한 기초 작업인 빈곤퇴치 사업으로 들어서는 전환기이며, 시진핑 장기 집권을 앞둔 현 시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특히 드라마는 통속적이고 대중적이며 일상적인 특징 때문에, 대중들의 일상에 가장 밀착되고 또 그만큼 감정 구조에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 중 하나다. 중국 정부가 정책과 거시적 방향에 맞춰 드라마의 주요 소재를 정하고 우수 작품들을 선별하며 심지어 당해 제작 편수까지 미리 결정하는 것은 이러한 드라마의 문화정치적 영향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최근 발표된 <"145" 중국 드라마 발전 계획>을 바탕으로 다소 추상적이지만 중국 드라마 산업의 방향과 2035년으로 목표된 '문화강국'의 밑그림을 그려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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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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