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기자회견 연 조재연 대법관 "대장동 '그분' 사실무근…법적대응 검토"

언론보도, 실명 거론한 이재명에 "사상 초유의 일"

'대장동 녹취록' 속 '그분'으로 지목된 조재연 대법관이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TV토론을 통해 자신의 실명을 언급한 데 대해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법적 대응 가능성도 열어뒀다.

23일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조 대법관은 김만배 씨의 관계에 대해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단 한 번도 만난 일이 없다. 일면식도 없다. 뿐만 아니라 단 한 번도 통화를 한 적도 없다"며 "김 씨뿐 아니라 대장동 사건에 관련돼 있다는 그 어느 누구와도 일면식 일통화도 없었다"고 친분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현직 대법관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로, 대장동 특혜 의혹에 관한 자신의 연루설이 대선 이슈로 확산되자 적극적인 해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조 대법관은 김만배 씨와 정영학 회계사의 '대장동 녹취록'에서 '그분'으로 지칭됐다는 보도로 의혹이 집중된 인사다. 녹취록에서 김 씨는 '그분이 다 해서 내가 50억을 만들어서 빌라를 사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조 대법관의 딸이 판교에 있는 김만배 씨가 매입한 아파트에 거주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우선 조 대법관은 "대장동 관련 사람들 사이에 왜 이런 얘기를 나눴는지 저로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김만배 씨와 성균관대 동문인 조 대법관은 "(김 씨가) 제 모교 출신이라고 언론에 난 사실로 보면 동문은 맞지만 그런 연유로 사석에서 만난 일은 없다"고도 했다.

조 대법관은 "저나 가족이나 친인척 중에서도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없다"면서 세 딸의 거주지에 대해서도 "딸 하나는 2016년에 결혼하고 분가해서 그 이래 서울에서 계속 거주하고 있고, 다른 딸 하나는 작년에 결혼해 분가해서 죽전에 살고 있다. 막내 딸 하나는 나와 함께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딸 셋 모두에게 혹시 판교 타운하우스에 대해 알거나 얘기를 듣거나 가본 일이 있느냐고 물어봤다"며 "전혀 그런 사실이 없고 사실무근이라고 얘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민등록등본 등 거주지역 입증 자료 제출 의향을 묻는 질문에도 "대법원이든 검찰이든 어느 기관에서든 요청하면 즉시 응하겠다. 하등 회피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조 대법관은 또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깜짝 놀랐다. 전혀 사실 무근일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대장동 의혹 사건에 관해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왜 갑자기 이런 의혹 기사가 보도됐나 하는 의문을 가졌다"고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는 언론 기사들 출력본을 직접 들어보이며 "실은 작년 10월경에도 비슷한 일이 잠깐 있었다. 그때도 나에게 사실 확인 요청이 있어 자세히 설명을 해 크게 기사화되지 않았다"며 "한 달여 전에도 비슷한 문의가 있어서 설명을 했고 역시 기사화되지 않았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조 대관은 이어 "나는 '그분'의 실체가 규명이 됐는지, 의혹이 해소가 됐는지, 이런 부분은 모른다. 그래서 정치권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지만 여전히 대선을 앞둔 엄중한 시기인 만큼 그저 잠자코 있으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 금방 의혹 보도가 들어가고 조용해지리라고 생각을 했다"고 했다.

특히 조 대법관은 "엊그제 대선후보자들이 전국민에게 생중계되는 공개 방송 토론에서 한 후보자가 현직 대법관을 직접 거명하면서 또 유사한 발언을 했다"며 이재명 후보가 TV토론에서 자신의 실명을 거론한 대목을 직접 읽기도 했다.

조 대법관은 "일찍이 유례가 없었던 사상초유의 일"이라며 "그런 방송이 나간 이후에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가 실명을 언급한 데 대해선 "대선 시국에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여야 간에 공방이 많이 있다"며 "대선후보 발언에 대해 내가 의견을 말하지는 않겠다"고 에둘렀다.

그러나 법적 대응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타인의 명예를 중대하게 훼손한 행위에 대해선 엄정하게 법에 심판을 받아야 된다는 것이 정의의 원칙에 부합한다"면서 "내가 엄중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인가에 대해서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다는 말씀만 드리겠다"고 적극적인 대응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어 조 대법관은 대장동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을 향해서 "단 한 번의 연락, 단 한 번의 문의, 단 한 번의 조사 요청도 받은 적이 없다"면서 "대장동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고발을 받은 지가 벌써 반년이나 된다. 다른 사건은 몰라도 대장동 사건에 나와 관련된 일에 한해서는 검찰이 봤을 때 필요하다면 즉시 나를 불러주기를 바란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조재연 대법관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조 대법관은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대장동 녹취록 속에 등장하는 '그분'으로 지목되면서 관련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연합뉴스

또한 그는 이례적인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유로 "일주일동안 잠을 자지 못하고 고민했다. 대선을 앞둔 미묘한 시기에 이런 의혹보도와 관련해 침묵을 지키는 것이 옳으냐. 아니면 떳떳하게 국민들에게 사실 여부를 밝히는 게 옳으냐. 이 문제를 가지고 고민을 했다. 지난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오늘 새벽에 기자회견을 통해서 궁금해 하는 것을 소상히 밝히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일은 작년 10월과 달리 (의혹이) 계속 증폭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선량한 국민들을 오도할 염려가 있다"면서 "국민의 신뢰를 존립의 바탕으로 하고 있는 사법부가 이로 인해 그 불신에 부채질을 더하는 격이 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했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대선 후보자들 공개토론에서 그동안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던 대장동 사건의 실체로 현직 대법관이 직접 거명됐다는 것에 대해 전국 3000여 법관들이 받을 마음의 상처와 이를 보는 세계 모든 다른 나라들이 대한민국 국격을 보는 시선이 어떨까 생각했다"고 이 후보의 실명 거론이 기자회견을 자청한 도화선이 됐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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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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