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선거자금용' 화보집 발간...'트럼프 서명본'은 35만원

재임시 사진 300장과 직접 쓴 설명 수록..."미친 낸시 펠로시" 등 선 넘는 표현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첫 책을 낸다. 다른 전임 대통령들의 회고록과는 전혀 다른 형식의 300장의 사진과 이에 딸린 한두줄의 설명이 실린 화보집이다.

최근 인터넷 사이트 '45book.com'을 통해 선주문을 받기 시작한 이 책의 제목은 <우리들의 여정(Our Journey Together)>이다. 트럼프의 친필 서명이 인쇄된 책은 229.99달러(약 35만7000원), 서명이 없는 책은 74.99달러(약 8만9000원)의 가격이다. 

출판사(Winning team publishing)의 설명에 따르면 책에 실린 사진은 트럼프가 직접 골랐으며, 설명도 모두 "친필"로 트럼프가 썼다.

▲트럼프의 퇴임 후 첫 책이 화보집 형태로 출간된다. ⓒ Winning team publishing

출판사는 이 책에 대해 "도널드 J. 트럼프는 워싱턴 기득권을 물리치고 정치 왕조를 퇴위시켜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최초의 진정한 아웃사이더로 역사상 가장 비상한 정치 운동을 시작했다"면서 "남쪽 국경장벽 건설, 세금 삭감, 거의 300명의 연방 판사와 3명의 대법관 임명, 미군 재건, 우주군 창설, 김정은, 시진핑, 푸틴 등 세계 지도자들과의 협상, 진보주의자들의 두 번의 탄핵 마녀사냥"과 관련된 사진이 담겼다고 밝혔다.

이 책은 전임 대통령들의 회고록과는 성격이 매우 다르다. 트럼프 이전의 대통령들은 퇴임 후 수년에 걸쳐 방대한 자료를 집대성해 자신의 재임 당시 있었던 주요한 일들과 그에 얽힌 뒷이야기들에 대해 정리한 회고록들을 냈다. 트럼프 전임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퇴임 후 3년간의 집필 기간을 거쳐 2020년에 800쪽이 넘는 <약속의 땅(A Promised Land>를 냈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500쪽 분량의 회고록 <결정의 순간들(Decision Points)>을 썼다.

▲트럼프의 친필 서명 인쇄가 들어간 책은 229.99 달러로 고가이지만 이미 완판됐다. ⓒ Winning team publishing

무엇보다 트럼프가 직접 썼다는 사진 설명에는 특정인에 대한 모욕적인 내용 뿐아니라 진짜 '욕'(F...ing)도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8일(현지시간) CNN 보도에 따르면, 일부 사진 설명은 다음과 같다. 

"존 매케인은 백악관을 방문해서 내게 자기 부인의 일자리를 부탁했다. 나는 겉으론 웃었지만, 그를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고(故)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은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를 지낸 거물급 정치인이다. '전쟁 영웅' 출신인 그는 보수 진영에선 매우 존경받는 정치인이지만, 트럼프는 여러 차례 노골적으로 그에 대해 모욕적 발언을 했다.)

"마크 저커버그는 백악관으로 와서 골탕먹이곤 했다(kiss my ass). 그의 '검열'은 미국인들에게 매우 끔찍하다. 그의 선거 후원금은 더 끔찍했다." (페이스북(현 메타) 창업자인 저커버그는 트럼프 재임 기간 동안엔 비교적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트럼프 지지자들의 1.6 의회 폭동을 계기로 트럼프의 계정을 정지시키면서 갈라섰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에서 퇴출당한 트럼프는 독자적인 소셜미디어를 개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낸시 펠로시는 소리를 질렀고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그녀는 완전히 미쳤다(F...ing CRAZY, fucking crazy을 의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와 정치적 앙숙 관계다.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임기 내 2번 탄핵소추된 대통령이다. 하원의장인 펠로시는 이를 주도했다.)

트럼프 특유의 자극적이고 직설적인 표현들은 다분히 자신의 지지자들을 겨냥한 것임을 보여준다. 다른 대통령들의 회고록이 자신의 재임기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염두에 두고 쓴 것이라면 트럼프의 첫 회고록 성격의 화보집은 자신의 지지자들을 상대로 돈과 관심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진영과 반 트럼프 진영 간의 노선 갈등이 본격화된 가운데, 최대한 선거자금을 모으기 위한 수단이라고 보여진다. 트럼프가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을 확실히 장악해 2024년 대선에 재출마하는 것이 목표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트럼프가 직접 고른 사진에 한두줄 분량의 짧은 설명이 전부인 책이다.ⓒ Winning team publis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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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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