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 경쟁 속 30년 미래를 준비하는 외교 펼쳐야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미중패권경쟁과 한국의 실용외교

우리는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많은 고통을 겪었지만 교훈도 함께 얻었다. 기후 변화를 인류 생존의 문제로 자각하게 되었고 2030년에 도래할 줄 알았던 메타버스 세상도 앞당겨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 종식 이후에 우리는 과거의 일상으로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위기 이후에 인류가 최적의 방법을 찾아 '뉴노멀'을 형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년 동안 국가들도 시험대에 올랐다. 위기에 대처하는 국가들의 다양한 정책을 통해 각 국가의 잠재적인 역량까지 알게 되었다. 한국은 경제적 봉쇄 없이 제한적이나마 일상을 지속했고, 효율적인 방역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세계적 경제위기에도 한국 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코로나 시대에 한국의 위상은 오히려 높아졌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국제정치 역시 대전환기를 맞을 것이다. 미중 패권경쟁이라는 큰 틀은 변하지 않겠으나 미국과 중국의 전방위적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코로나 상황에 빠르게 대처한 기업들은 오히려 성장의 기회를 맞은 것처럼 한국은 변혁의 시기에 대비해 적극적인 실용외교 전략을 세워 국가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2022년은 한중관계 30주년을 맞이하는 중요한 해이다. 지난 30년 동안 한중교류는 급격하게 증가했지만, 국민 정서를 포함한 양국의 관계는 30년 전보다 더 나빠졌다.

양국은 높은 경제 협력은 물론 문화 산업 활성화로 사회적, 문화적 인식의 차이를 좁히고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사드 사태를 비롯하여 사회·경제·안보·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분출되었던 일련의 갈등과 분쟁이 양국의 이해와 협력으로 원만히 해결되기보다는 경제보복, 반중·반한 감정 고조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

올해는 이러한 양국 관계의 어려움을 딛고 우리나라의 새 정부 출범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시기와 맞물려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이 새로운 비전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핵심은 미중 패권경쟁 장기화와 중국의 강대국화라는 도전적 전략 환경에서 '발전적 한중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한국은 대등한 한중관계를 지향점으로 삼아야 한다. 강대국 중국과 우리가 어떻게 대등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느냐는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겠으나 한국이 국익 우선의 실용외교를 지향하고 미래 30년에 대한 양국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면 그 지향점은 '대등한 한중관계'여야 한다.

현실을 자각하는 것과 미래 가치를 추구하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한국이 스스로 대등한 한중관계를 지향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한국을 더욱 쉽게 대할 것이다.

향후 발전적 한중관계의 바탕은 양국 사이에 존재하는 이념과 체제, 안보에 대한 전략적 관점의 차이를 인정하고 양국 간 갈등을 조정·관리하는 데 있다. 미중 경쟁이 심화할수록 동북아 안보의 구조적 제약 요인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이 한국의 대북정책이나 안보전략에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중국의 강대국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중국과 동북아 평화와 경제적 번영의 수혜를 함께 나누는 상호보완적 이익공동체로서 양국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출범 직후 미일 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 미러 정상회담을 차례로 가졌다. 미중 경쟁에 있어 미국에 중요한 세 나라이기 때문이다. 일본과는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을 위해, 한국과는 중국에 경도되는 것을 방지하고 한미동맹 강화와 미국 중심의 첨단기술 글로벌 공급망 형성을 위해, 러시아와는 안보적 리스크 경감을 위해 대면 회담을 진행하고, 중국과는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하면서 양국의 입장 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미국의 이런 아태지역 외교 전략은 한국에 실보다는 득이 많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미중 패권경쟁 상황에서 오히려 미중 양국에 중요한 국가로 인식되면서 지정학적 위상이 높아지고 첨단기술 협력의 중요한 파트너로서 전략적 레버리지가 상승한 측면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한국이 사상 최대 수출을 달성한 것은 반도체 수출이 기여한 바가 크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미중패권경쟁의 핵심인 첨단기술경쟁과 AI, 로봇, 자율주행, 메타버스로 대변되는 미래사회 구현에 꼭 필요하다. 중국의 WTO 가입 이후 중국산 공산품이 세계 시장을 장악했고 30년이 지난 지금 많은 국가들의 대중국 경제의존도가 높아졌다. 인류가 점점 더 첨단기술과 미래사회를 지향할수록 반도체 기술을 보유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국가의 위상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에 의존하는 사회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협력 요구, 미국의 민주주의 동맹 강화, 환경과 보건 분야의 협력, 한중 경제 협력 확대 등 미국과 중국의 제안을 검토하고 가능한 분야에서 협력하여 한국의 외교적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중국에 대해서는 사드 추가 배치, 대중국 봉쇄망 가담, 인도· 태평양 전략 차원의 연합 훈련 참가 등 중국의 핵심이익 침해에 주의하고 미국에 대해서는 민주주의와 인권 등 보편적 가치에 대한 합의, 한반도 안보 수호, 한미동맹 강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첨단기술 분야의 협력을 이어가야 한다.

한국이 앞장서서 대국인 미국과 중국에 대해 한국을 소국으로 설정한다면 향후 한국은 미중의 요구에 순응하는 소국이 될 것이고 결국 모두가 우려하는 미중 선택의 딜레마에 빠져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도 한국의 안보는 한미동맹에 근간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우리는 그 전제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국은 중국에 한국이 미국의 모든 요구에 무조건 응하는 미국 편은 아니라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또한, 한국은 미국에 민주주의 질서를 수호하는 국가로서 경제·안보 협력 파트너로서 미국을 지지한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한국을 국익 우선의 실용외교를 지향하는 실리적인 국가로 인식할 때 한미·한중은 양국 발전을 위한 합리적인 제안과 협력을 이어갈 것이다.

한국은 작지만 강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30년 후 우리의 다음 세대가 살아갈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환경을 우호적으로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한국은 포스트 코로나 시기의 미중패권경쟁 2막에 대비하여 국익 우선의 실용외교로 국가 발전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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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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