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침공'에 대한 美와 우크라 '온도차'...푸틴 노림수는?

"푸틴, 미국이 소련 붕괴 후 러시아가 겪은 고통 맛보기를 원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접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에 경제.금융제재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차원의 군사 대응을 경고한 데 이어 압박 수위를 더 올린 발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준비 태세 강화를 명령했던 미군 8500명 중에 일부가 "가까운 미래에 유럽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단독으로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는 것이 아니라 "나토 작전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한 시점"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은 26일 화상으로 열린 얄타 유럽전략 포럼에서 "푸틴이 침공 결정을 내렸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오늘부터 다음달 중순까지 공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징후들이 있다"고 말했다. 셔먼 부장관은 다만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2월4-20일)이 변수가 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 이 시기는 피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정작 우크라이나는 "가까운 시일 내 침공할 위험에 대한 정보는 아직 없다"며 전쟁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26일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접경에 집결된 러시아군의 존재는 위협적이지만 "전면적 침공을 감행하기에는 불충분하다"며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 영국, 독일 등 일부 우크라이나 주재 외국 공관이 전쟁 위험을 이유로 외교관 가족과 비필수 직원의 철수를 지시한 것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처럼 미국, 영국 등과 달리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불안감 조성'이 러시아가 의도한 것 자체라고 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러시아를 최소한으로 자극하고 자국민을 안심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는 25일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온도 차에 대해 설명했다.

"2021년 12월, 소련 해체 30주년...푸틴은 미국이 고통 맛보기를 원해"

또 러시아가 이번에 겨누고 있는 진짜 상대는 '미국'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피오나 힐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위원회 러시아 선임국장은 24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이번에 푸틴의 목표는 나토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열린 문'을 닫고 더 많은 영토를 차지하는 것 보다 더 크다"며 "푸틴은 유럽에서 미국을 몰아내고 싶어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푸틴은 역사와 기념일에 개인적인 강박 관념을 갖고 있다"며 "2021년 12월은 소련이 해체된 지 30주년이 되는 해였다. 푸틴은 러시아가 1990년대에 삼켜야 했던 것과 같은 쓴 약을 미국이 맛보기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푸틴은 미국이 현재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가 처한 것과 같은 곤경에 처해 있다고 믿고 있다. 미국은 국내와 국외에서 심각하게 약화되어 있다. 푸틴은 또 나토가 미국의 연장선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러시아 관리들과 논평가들은 다른 나토 회원국에 대한 어떤 기관이나 전략적 생각의 독립성을 일상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러시아의 모든 움직임은 워싱턴(미국)에 대한 것이다."

한편, 바이든의 '푸틴 제재' 발언에 대해 러시아 측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6일 "(푸틴에 대한 제재)는 정치적으로 파괴적일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긴장 완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비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Tass=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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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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