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보도연맹사건 희생자 유족회 추모제 올릴 장소도 겨우 구해, 문경시 나 몰라라...

80대연령 유족회 “위령비 설치해 달라” 문경시“공원부지 구해 오면 설치비 주겠다”

지난 21일 “국민보도연맹사건” 문경지역 희생자유족들이 제71주년 추모제를 올릴 장소를 구하지 못해 산림조합 버섯센터를 빌려 겨우 추모제를 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경시의 미온적 태도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1일 한국전쟁 국민보도연맹 희생자 제 71주기 문경시 합동 추모제가 문경산림조합 버섯센터에서 열렸다.ⓒ문경시(사진제공)

‘국민보도연맹사건’은 1950년 6.25전쟁 당시 좌익활동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경찰에 의해 억울하게 집단 살륙된 사건을 말한다. 국민보도연맹은 정부가 1949년 '잔존하는 좌익세력을 보호·지도한다'는 명분으로 '좌익전향자 및 일반인들을 강제로 입회시켜 만든 반공단체로 1950년 6.25가 발발하자 바로 이들을 구금시켰다가 집단 학살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의해 진실이 규명되었으며, 2009년 4월 구성된 문경시 ‘국민보도연맹유족회’는 2010년부터 매년 합동추모제를 열고 있다. 170여명의 유족회원들은 대개 1950년대 전후 출생으로 70대 80대 고령으로 조속히 사건의 진실이 규명되어 그들의 억울한 희생을 규명하기 위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문경시는 유족회가 진행하는 추모제 행사비용으로 고작 200만원을 지원하는 것이 전부이며, 위령비를 건립해 달라는 유족회의 요구에 대해서도 “건립부지를 구해 오면 위령비 건립비를 지원하겠다”고 하는 등 사실상 지자체 차원의 행정적 지원에 매우 소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연맹 유족회 관계자는 “3살 때 아버지가 희생을 당하셨는데, 우리 마을에는 20여 가구정도가 같은 날 제사를 올렸던 슬픈 기억이 있다”며 “유족들의 나이가 80을 넘어서고 있지만 아직도 진실규명도 미흡하고 추모제를 올릴 기력도 점점 없어져, 이제 문경시에서 위령비라도 세워 추모제를 주관해 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경시 총무과 담당자는 “2015년 문경시 ‘6.25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위령제 및 추모공원지원사업 조항은 있지만, 민간보조사업이다 보니, 공원부지는 민간단체에서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 사실상 지원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추모행사에 내빈으로 참석한 김영길 문경부시장은 “역사 속에 묻혀 있던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반세기 동안 편히 눈감지 못하였을 영령과 유족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주민A씨는 “문경시는 말로만 유족의 아픔을 함께 나눌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유족의 아픔을 치유하는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모색해라”며 “비극적 역사를 감내하며 고단한 인생을 살아왔던 80이 넘은 유족회 측에 공원부지를 구해오라는 태도는 있을 수 없고, 또 추모제를 올릴 기력조차 없는 유족회에 추모제를 떠넘길 것이 아니라, 시에서 범 시민적으로 추모행사를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민보도연맹은 1949년 좌익계열 전향자로 구성되었던 반공조직 단체로, 1948년 시행된 국가보안법에 따라 좌익사상에 물든 사람들의 사상을 전향시킨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이후 조직을 확대하여 일반 국민들도 강제적을 가입시켜 전국적으로 가입자수가 30만명이 이르렀다고 한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정부는 보도연맹원을 즉각 소집해 구금했다가 후퇴하면서 집단학살을 자행했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희생자 숫자만 10만명에서 2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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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식

대구경북취재본부 최홍식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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