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페미니즘 사상가이자 활동가인 벨 훅스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69세.
<AP> 등 외신은 훅스의 유족이 성명을 내 켄터키주 베리아 자택에 머물던 훅스가 15일(현지시각)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훅스가 오랜 지병을 앓았다는 친구의 증언 등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훅스의 저작은 국내에 2002년 <행복한 페미니즘>(2017년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으로 재출간)으로 널리 알려졌다. 페미니즘 입문서로 불리는 이 책에서 훅스는 페미니즘 운동을 "성차별주의와 그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끝내기 위한 운동"으로 정의하고 페미니즘 운동의 목적이 남성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을 포함한 모두의 삶에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해방운동이라는 것을 전하고자 했다.
훅스는 백인 중산층 중심의 페미니즘을 경계하고 인종, 계급, 성별을 교차 분석해 페미니즘 이론 발전에 기여했다. 그는 1981년 첫 저서 <나는 여자가 아닙니까?>에서 페미니즘 운동에서 흑인 여성이 간과되는 현실을 다뤘고, 1984년에는 <페미니즘: 주변에서 중심으로>를 펴 내 주변부, 흑인 여성의 삶에 대한 이해가 없는 백인 중산층 여성 위주의 페미니즘의 한계를 논리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1952년 9월에 글로리아 진 왓킨스라는 이름으로 켄터키주 홉킨스빌에서 태어난 훅스는 외증조할머니와의 추억을 기리며 벨 훅스라는 필명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또 자신의 필명을 소문자(bell hooks)로 쓰는데, 이름을 대문자로 쓰는 것 자체가 주류 집단의 오만함을 상징하기 때문에 이름보다 글에 주목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는 여러 해석이 전해진다. <AP>는 그가 어릴 때부터 "새로운 세계에 대한 시각"을 보여주어 자신의 "안락 지대"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독서를 즐겼다고 전했다.
훅스는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캘리포니아 대학 산타크루즈 캠퍼스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스탠포드, 예일대 등에 출강한 뒤 고향 켄터키로 돌아와 베리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인종, 계급, 성별을 아우르는 분석을 내 놓으며 40여권의 저서를 출간했고 한국에도 10여권의 저서가 번역됐다.
훅스의 사망에 많은 이들이 애도를 표했다. <시녀이야기>의 저자 마거릿 애트우드는 <가디언>에 "벨 훅스는 자기 자신의 언어를 찾는 과정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그 같이 하도록 영감을 줬다. '성차별, 성차별적 착취와 억압'을 종식시키기 위한 그의 헌신은 모범적이었다"고 전했다.
<나쁜 페미니스트>의 저자 록산 게이는 16일 트위터에 "벨 훅스. 편히 잠들기를. 그를 잃은 것은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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