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 씨는 다시 태어난다면 역시 신문기자를 하실 건가요"

[최재천의 책갈피] <신문기자 시바 료타로> 산케이신문사 지음, 이한수 옮김

여기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산케이 신문기자 후쿠다 데이이치. 다른 사람은 역사 소설가 시바 료타로. 사실은 한 사람이다. 시바 료타로는 필명이다. 시바 료타로라 한 까닭은 "본인은 <사기史記>를 쓴 중국 전한 시대 역사가 사마천(기원전 145~86)에 요원하여 미칠 수 없다는 의미로 붙였다"고 한다. <사기>는 그의 애독서였는데 한편으로는 동경했고 한편으로는 목표이기도 했다.

90년대 초반으로 기억한다. 한국사회에 한때 <료마가 간다> 열풍이 불었다. 그때 시바 료타로를 만났다. 소설가로 만났었기에 그 지점이 궁금했다.

시바는 신문기자 시절 세 사람의 기자에게서 큰 영향을 받는다. 그들은 화려한 특종 기자도, 명문장가도 아니었다. 더구나 샐러리맨으로서 출세와 영달을 이룬 것도 아니었다. 비록 빛나지 않는 존재이지만, 보는 눈이 있는 사람에게는 선명하고 강렬한 광채를 내뿜는 그런 선배들이었다. 

"시바의 인물 관찰은 예리하다. 훗날 역사소설의 등장인물 묘사도 그렇다. 시바는 결코 역사상의 영웅만 골라 올린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시바가 조명한 까닭에 그 인물이 빛을 냈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사카모토 료마(1838~1867)도 시바가 <료마가 간다>를 세상에 내놓기 전까지는 수많은 유신의 영웅, 영걸 사이에서 특별히 주목받았던 존재는 아니었다." 

신문사 문화부에서 일하던 시절 시바는 "하루 다섯 시간 독서를 일과로 하고 있다"고 주위 사람에게 말했다. 백과사전을 매일 한 페이지씩 떼어내어 읽고 하루에 머리에 집어넣었다는 에피소드도 전해진다. 집중력, 독서력, 여행벽 그리고 예리한 관찰자적 시각이 그를 위대한 역사 소설가로 만들었다.

만년의 시바 씨에게 물었다. "시바 씨는 다시 태어난다면 역시 신문기자를 하실 건가요." "그래요. 그렇게 될 거란 생각이 드네요."

시바와 같은 신문사에서 같은 때에 일했던 편집국장 출신 아오키 아키라가 이렇게 추모했다. "그가 작가, 역사가, 사상가, 문명비평가로 불리는 것에 이의는 없다. 하지만 내가 형으로 모신 30여 년간 거칠게 새긴 시바 료타로 상에서 그는 최후까지 신문기자였다. 달리 말하면 신문기자의 자질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인상이 강하다. 

시바 씨에게 보이는, 신문기자에게 없어서는 안될 자질이란 ①신문이 좋다 ②호기심이 왕성하다 ③권력이 싫다 ④발과 머리로 쓴다 ⑤사람에게 친절하다가 될 것이다." 결국 귀의처는 신문기자였다는 말이다. 이런 기자를 전형으로 삼고 기억하고 기록하는 문화가 고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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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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