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유가족 등 95개 시민단체 "특성화고 현장실습, 개선이 아닌 폐지를"

개선안에도 잇단 사망사고…"'공통 취업 기간' 따로 두자" 제안

교육부의 직업계고 현장실습 개선안 발표를 앞두고 시민단체가 개선이 아닌 폐지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거듭되는 실습생 사망 사고를 근본적으로 막는 방법은 폐지 뿐이라는 것이다.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등 95개 교육·노동·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교육노동자현장실천은 15일 성명을 내 "현장실습은 교육을 빙자한 노동력 착취와 죽임"이라며 "직업계고 현장실습을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현장실습 제도의 본질을 "학생을 학생도 노동자도 아닌 존재로서 저임금 노동 착취 환경에 놓이게 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이 제도가 "직업계고 학생의 취업에 대한 책임을 개별 기업에게 떠넘기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교육노동자현장실천 활동가들이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직업계고 현장실습 폐지를 요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교육노동자현장실천

직업계고 학생들의 현장실습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 10월 여수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직업계고 3학년 홍정운(17) 학생이 요트 하단 따개비 제거 작업 중 바다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교육부는 지난달 8일 현장실습생 권익보호와 안전 관리감독 강화에 중점을 둔 현장실습 개선안을 12월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유족 단체를 포함한 시민단체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장인하 교육노동자현장실천 집행위원장은 "개선안이 계속 나와도 사망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제도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라며 "현장실습에서 직업계고 학생들은 교육도 노동 아닌 사각지대에 위치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장실습이 폐지될 경우 취업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는 의견에 대해서 장 위원장은 "적어도 3학년 2학기 11월까지는 취업활동 없이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고 12월부터 전국 동시 가칭 '고졸 취업 준비 기간'으로 정해 모든 공채 및 취업 활동을 이 시기로 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며 "취업 희망 학생들은 이 기간에 면접, 현장 방문을 할 수 있고 학교는 이 기간에도, 졸업일까지 정상적인 수업을 하며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달 1일부터 이 달 1일까지 "현장실습 유가족들은 더 이상의 희생자가 없기를 피눈물로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4804명이 서명했다. 이 청원에서 "2021년 여수 사고 고 홍정운 학생, 2017년 제주 사고 고 이민호 학생, 2017년 전주 사고 고 홍수연 학생, 2013년 진천 사고 고 김동준 학생의 엄마, 아빠"라고 밝힌 청원인은 "매년 2만5000여 명에 달하는 현장실습 학생과 1만2000여 곳이 넘는 현장실습업체를 실시간으로 확인, 통제하기란 불가능하다"며 현장실습을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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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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