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이 총 들고 스마일~' 美 극우 의원들이 성탄절을 기념하는 방식

[워싱턴 주간 브리핑] 미성년 자녀들과 총기 들고 기념사진...끝을 모르는 '트럼프 문화전쟁'

최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자신의 트위터에 온 가족과 함께 웃으면서 찍은 크리스마스 기념 사진을 올렸다.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 가족들이 모여 찍은 사진은 흐뭇한 미소를 자아내는 것이 아니라 온몸에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공화당 토마스 마시 하원의원(켄터키)은 지난 4일(현지시간) 가족들이 모두 총기를 들고 활짝 웃는 사진을 올렸다. 미성년자로 보이는 그의 아들과 딸도 총을 들고 있었다. 마시 의원은 "메리 크리스마스! 추신. 산타할아버지, 탄약 갖다 주세요"라고 썼다.

▲토마스 마시 의원이 올린 가족 사진. ⓒ토마스 마시 의원 트위터 사진

특히 그의 사진은 지난달 30일 미시건 옥스포드 고등학교에서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던 크럼블리(15세)가 부모에게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총으로 동료 학생 4명을 살해하고 교사를 포함한 7명에게 부상을 입힌 총기 난사 사건 발생 직후라는 점에서 더 비난을 샀다. 아들에게 총기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주고 총기 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한 학교 측의 2번의 주의를 무시한 부모는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 당했다.

이런 소름끼치는 가족 사진은 마시 의원 한명으로 그치지 않았다. 공화당 로렌 보버트 하원의원(콜로라도)는 지난 7일 반자동소총과 기관단총을 들고 있는 4명의 어린 아들과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사진을 찍어 올렸다. 보버트 의원은 마시 의원에게 "그래도 탄약 여분은 없다"는 농담을 건네며 화답하는 방식으로 이 사진을 올렸다.

▲로렌 보버트 의원이 올린 가족 사진. ⓒ보버트 의원 트위터 사진

민주당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하원의원(뉴욕)은 8일 보버트 의원의 사진을 비판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코르테즈 의원은 "예수님께서 '개인적인 정치적 이익을 위해 폭력적인 무기를 휘두르기 위해 나의 탄생을 기념하라'고 어디서 말씀하셨는지 내게 얘기해달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보버트 의원은 곧바로 "내 아이들과 그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공격했다"고 반박했다. 열살을 갓 넘겼거나 열살도 안돼 보이는 어린 아들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반자동 소총을 줬다는 얘기다.

코르테즈 의원과 보버트 의원의 충돌로 보이는 이 논쟁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이 주도하는 극우 성향의 '문화전쟁'(Culture War)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집중하는 문화전쟁 이슈 중 하나가 '총기 문화'다. 미국 건국 당시 만들어진 수정헌법 제2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시민의 권리이자 자유인 '총기 소지'는 12분마다 1명(하루 120명) 꼴로 사망자를 발생하게 만드는 총기 폭력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기도 하다. 특히 최근 발생한 옥스포드 고등학교 총기 사고처럼 학교 총기 사건으로 매년 100여 명의 학생들이 죽거나 다치는 일이 발생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총기 규제를 찬성하고 있는 반면 공화당, 특히 트럼프 지지자들은 현 수준에서 총기 규제를 더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시 의원은 총기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직접 발의하기도 했다.

한편, 보버트 의원은 동료 의원인 일한 오마 하원의원(민주당, 미네소타)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무슬림인 오마 의원을 '테러리스트'에 비유한 발언을 해 비난을 받았다.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은 이같은 '이슬람 혐오 발언'에 대해 의회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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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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