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대선 쟁점으로 다시 부상했다. 이재명, 윤석열 대선후보는 10일 일제히 특검 도입을 촉구하면서도 서로 다른 속내를 내비쳤다.
경주를 방문한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진짜 큰 혐의점은 다 놔두고 자꾸 주변만 문제 삼다가 이런 사고가 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다 해서 가려보면 좋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거듭 "몸통은 그대로 놔두고, 수천억 원의 돈이 어디로 갔는지는 제대로 조사를 안 하고 엉뚱한 데를 건드려서 이런 참혹한 결과를 만들어내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사망한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사업자들로부터 2억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와 함께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한 의혹도 받고 있어 '윗선' 수사로 향하는 연결고리로 지목됐던 인사다. 유 전 본부장이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과 이 후보의 측근인 정진상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 등을 거명하며 황 전 사장에게 중도 사퇴를 압박하는 듯한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몸통'과 '주변'을 가른 이 후보의 발언은 유 전 본부장을 둘러싼 대장동 개발사업자들과 성남시 '윗선'의 개입 의혹보다 국민의힘 측의 공공개발 저지, 50억 클럽 등 개발이익의 사용처, 윤석열 후보의 저축은행 대출비리 묵인 의혹 등이 대장동 진상규명의 핵심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검을 도입하면 국민의힘과 윤 후보를 둘러싼 의혹도 수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의 연장선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후보를 '몸통'으로 직접 겨냥했다. 이준석 대표는 유 전 본부장 사망 소식에 "설계자 1번 플레이어를 두고 주변만 탈탈 터니 이런 것"이라고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특검을 거부하는 것은 민주당"이라며 "여러 차례 특검을 하자고 제안했으나 민주당이 특검법안 상정을 거부했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도 "이 후보 측에서 할 얘기가 더 많을 것"이라며 "우리는 특검 하자는 요청을 진작 했다. 부산저축은행 의혹을 같이 하더라도 특검 하자고 했는데, 법안 자체를 올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유 전 본부장의 사망으로 검찰 수사가 차질을 빚은 데다 이 후보와 윤 후보가 특검 도입을 강하게 재촉하면서도 현저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어 여야가 실제로 특검에 합의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검이 도입되더라도 대선 전에 마무리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아 '대장동 의혹'은 더욱 복잡한 미궁으로 빨려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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