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대 있는 여성'으로 사는 법

[그녀들의 맛있는 한의학] 7화. 뼈가 시린 계절을 이기는 힘은 운동

"뼈는 골수가 저장되는 곳이고, 골수는 음식의 영양이 여물어서 생긴다. 골수가 비면 뼈가 약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骨爲髓之藏, 髓者, 飮食五味之實秀也, 髓虛則骨虛, 勢所必至矣."

- 동의보감 외형外形편 권3 골骨 중에서 -

날이 추워지면서 허리와 무릎처럼 몸무게를 이겨내는 큰 관절이 아픈 환자들이 많아진다. 대체로 50대 이상이 많고 그중에서도 여성의 비율이 더 높다. 차가워진 날씨는 근육과 혈액순환에 영향을 주어 몸을 굳게 만든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줄어든 운동량과 활동량은 체중을 늘리고 근육량을 줄어들게 했다. 안 그래도 한국의 겨울은 근골격계 통증 환자들에게 힘든데, 올해는 그 정도가 더 심할 것 같다.

관절이 아프다고 말하는 여성환자 중에는 병원에서 골다공증 진단을 받은 경우가 꽤 있다. 칼슘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골다공증 주사를 맞거나 비타민D 영양보충제나 주사를 맞는 이도 많다. 이렇게 해서 증상이 좋아지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또 골다공증 수치는 좋아졌지만 몸의 불편함은 그대로인 경우도 많다. 뼈가 약해지는 것이 단순하게 몇 가지 영양제나 주사로 해결될 수 없고, 관절의 통증이 골다공증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뼈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세포들이 새로 만들어지고 없어지는 것처럼, 내 뼈 또한 오늘과 한 달 후가 다르다. 골다공증은 새로운 뼈가 만들어지는 속도보다 더 빨리 파괴될 때 발생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여성의 경우 폐경을 겪으면서 에스트로겐의 감소에 의해 가속화 된다. 골다공증이 여성에 많은 대표적인 이유다.

하지만 이것만이 뼈를 약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음식을 통해 뼈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지 못하는 것, 뼈로 하여금 스스로 튼튼해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운동의 부족, 카페인과 알코올, 그리고 흡연, 스테로이드와 발작억제제 또한 항응고제와 같은 약물 또한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즉, 골다공증은 늘 변화하는 뼈라는 관점과 뼈 또한 우리 몸의 다른 부분과 유기적으로 함께 영향을 주고 받는 일부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복합적인 문제다.

한의학에서는 뼈를 신장에 배속시킨다. 신장의 기능이 충실해야 뼈도 튼튼하고, 역으로 뼈의 상태를 통해 신장의 상태를 유추한다. 골다공증이 있고 관절의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신장을 보하는 약재와 음식을 처방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하지만 이런 한약처방과 신장에 이로운 식재료만 먹는다고 뼈가 튼튼해지고 관절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접근은 칼슘과 비타민D를 먹으면 골다공증이 해결된다는 접근과 다르지 않다.

한의학에서 신장은 물질과 에너지 중 가장 정밀하고 근원적인 것을 저장하는 장기다. 우리가 먹은 음식과 호흡을 통해 만들어진 영양과 기운 중에서도 이런 성질의 것과 관계가 있다. 위에 인용한 동의보감의 구절에서 음식의 영양이 여물어서 골수를 만든다고 하는 것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신장은 계절로는 겨울, 하루 중에서는 밤에 배속된다. 즉, 모든 활동이 끝난 후의 정적인 상태 혹은 휴식을 통한 재충전의 의미를 지닌다. 너무 늦게 자지 않고, 충분한 시간 동안 숙면을 취하는 것이 신장기능에 중요하고, 이를 통해 충전된 것을 바탕으로 다음날 혹은 봄에 역동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 수면시간이 짧을수록 골다공증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은 실제 연구결과로도 밝혀진 부분이다.

칼슘과 함께 골다공증에 효과가 있다는 비타민D는 어떨까? 현대인이 비타민D가 부족해진 것은 제대로 먹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실내에 있는 시간이 늘고 햇볕을 쬐는 시간이 부족한 탓이 더 크다. 또한 보충제를 먹는다 해도 간장과 신장의 기능이 떨어지면 활성화된 상태로 변화하지 못한다. 간장과 신장이 지치는 가장 큰 이유는 피로와 스트레스, 그리고 다양한 독소에의 노출과 수면부족이 대표적이다. 하루 15분이라도 팔과 얼굴에 햇볕을 쬐고 조금 더 자는 것이 뼈는 물론이고 나를 건강하게 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

뼈에 일정정도의 자극이 가는 운동은 우리 몸이 뼈에 칼슘을 축적해서 골밀도를 높이게 만든다. 모든 장기와 기관들은 적절한 자극이 없으면 퇴화하고, 너무 과도하면 망가진다. 20대의 건장한 청년들을 한 달만 눕혀두면 골다공증이 생기고 신장기능이 떨어진다는 실험결과처럼, 적당한 운동은 동물로서의 인간건강에 필수적이다. 또한 젊어서의 뼈가 얼마나 튼튼한가가 이후의 뼈 건강에 큰 영향을 준다고 하니, 몸과 감정상태에 맞는 운동을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뼈대 있는 여성으로 건강하고 꿋꿋하게 살고 싶다면 하루의 식사를 잘 챙기고, 기쁘게 움직이고, 낮에는 햇볕을 쬐고 밤에는 잠을 자자. 이것이 기본이고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방법이다.

ⓒ고은정

그녀들을 위한 레시피 : 구기자호두인삼밥

오늘은 손목도 아프고 팔꿈치도 시큰거린다. 지난달엔 어깨에까지 염증이 생겨 통증을 이기지 못해 치료를 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나이가 드니 여기저기 부실한 곳이 생기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이라는 핑계로 참고 살기에는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지니 남은 인생을 생각하면 그건 정말 싫다. 그러니 어떻게든 나는 건강하게 살면서 좋은 이웃들과 오래 행복하게 살다가 생을 마감하고 싶다.

건강한 노인으로 살려면 여러 가지 노력을 해야겠지만 그중 뼈가 배속되는 장기인 신장의 기능이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이 아주 많이 필요하겠다. 뼈는 골수가 저장되는 곳이고, 골수는 음식의 영양이 여물어서 생기는 것이라 하니 골수가 비어 뼈가 약해지지 않도록 음식을 잘 챙겨 먹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음식을 잘 챙겨 먹는다는 것은 하루 세 끼 식사를 잘 챙기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도 내 몸을 잘 살피고 내 몸에 맞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특히 뼈 건강을 생각해 먹는 신장에 좋은 음식을 생각해낸다. 깊어가는 이 가을에 딱 어울리고 구기자와 호두, 인삼을 쌀과 함께 한 그릇 밥으로 지으려고 마음 먹는다. 반찬을 많이 하는 건 번거로우니 간장과 들기름으로 밑간을 하고 밥을 짓는다. 뼈에는 일정 정도의 자극이 가는 운동이 골밀도를 높인다고 하는 한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으니 대충 뭉쳐 들고 밖으로 나가고 싶기 때문이다. 가을색을 가득 담은 구기자호두인삼밥으로 주먹밥을 만들어 남은 가을을 즐기며 빠른 걸음으로 걸어야겠기 때문이다. 식지 않게 보온병에 담아들고 들고 나온 따뜻한 물이 있어 나이 들고 시린 몸에 작은 위안도 얻으니 되었다.

<재료 >

쌀 1.5컵, 찹쌀 1/2컵, 호두살 1/2컵, 구기자 20g, 인삼 1뿌리

물 1.9컵, 들기름 1큰술, 간장 1큰술

<밥을 짓는 방법 >

1. 멥쌀과 찹쌀을 같이 씻어 40분간 불린다.

2. 호두의 살을 흐르는 물에서 씻어 건져 속껍질째 잘게 다진다.

3. 구기자는 빠르게 한두 번 씻어 건진다.

4. 인삼은 깨끗이 씻어 뇌두를 잘라내고 길이로 4등분 하거나 구기자 크기로 썬다.

5. 압력솥에 쌀을 넣고 썰어 놓은 호두와 씻은 구기자, 인삼을 넣는다.

6. 들기름과 간장을 같이 넣는다.

7. 밥물을 넣고 압력솥을 이용해 흰밥을 하듯 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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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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