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이후, 한국은 어디로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미중패권경쟁 양상과 유라시아 질서 변화

세계 각국은 일상으로 되돌아가려는 노력과 확진자 급증에 대한 우려가 혼재해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여러 국가의 리더십을 시험대에 올려놓았고 그 결과 몇몇 국가의 리더십이 교체될 만큼 국제질서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이제 코로나 팬데믹 종식의 시점이 다가오면서 미중의 극한 대결이 초래할 국제질서의 변화가 강하게 대두될 시점에 이르렀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첫 정상회담으로 양국 간 소통은 시작했지만 서로 긴장 상태를 확인한 정도에 불과했다. 미국은 미중 무역 관계를 기울어진 운동장에 비유하면서 이를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자국의 규칙을 준수하는 새로운 운동장을 만들고 선수를 영입하기 바쁘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100년 전 조선이 아니듯이, 지금의 중국도 50년 전 닫혀 있던 죽(竹)의 장막이 아니다. 중국은 지난 40년 간 축적한 부와 기술, 국제사회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2049년까지 중국의 꿈을 위해 사활을 걸었고 번영과 발전의 길을 결코 멈출 수 없다는 의지가 결연하다.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기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한국의 직접적인 참여에 대한 논쟁을 논외로 하더라도 미일동맹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한·미·일 공조를 강하게 원한다는 점에서 한국에 매우 중요한 이슈다.

미국은 일본을 이용하여 동아시아에 군사력을 투사하고 일본은 이를 이용하여 평화헌법 개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에 '안보'를 이유로 반도체 소재 관련 제품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하면서 한국이 대북 수출규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억지를 쓰고, 지속적으로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을 시도하면서 북한 비핵화에 일본이 소외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중국의 강군전략은 일본의 군사력 확대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해양에서의 미·중 대치는 일본이 태평양과 인도양을 거쳐 아프리카까지 해상활동을 가능하도록 하는 수단이 되었다.

미중의 대립은 중국과 러시아가 긴밀히 협력하고 미국이 미러 정상회담을 통해 위험 관리에 나서면서 미·중·러 삼국 관계의 변화가 유라시아 질서의 변화를 추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러 관계는 북한 비핵화, 북방경제협력, 한·미·일과 북·중·러의 냉전적 대결구도와 맞물려 있어 한국에 매우 중요하다.

▲ 16일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화상 정상회담을 가졌다. ⓒ신화통신=연합뉴스

그러나 한국은 중러관계 긴밀화에 침착(沈着)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전개될 중국식 세계화와 미국의 대러 정책 측면에서 중러관계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갈등의 골이 깊은 미러 관계가 급반전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미국이 기후변화, 군사적 긴장 완화, 북극해와 시베리아 개발 등의 분야에서 러시아와 협력점을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개선은 한국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북방경제협력을 비롯한 한국의 북방정책 추진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은 북핵 문제와 미러 관계 악화다.

따라서 미러 관계의 개선은 한러 관계, 한·중앙아시아 관계의 발전과 한국의 신북방정책을 추진을 위한 보다 우호적인 동북아 전략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또한, 미중패권경쟁으로 한반도에 한·미·일 대 북·중·러의 냉전적 대립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안보적 우려도 낮아질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은 미국의 대러 전략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남·북·러 경제협력 및 한반도 문제 해결의 기회를 만드는 전략적 유연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미러 관계 개선의 여지가 없더라도 한국은 능동적으로 러시아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이익을 공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는 북방경제협력과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실현, 남북을 포함한 다자적 협력, 대륙과 연결될 미래 한반도를 위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의 미중패권경쟁 양상과 유라시아질서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양자 관계를 넘어 미·중·러 삼각관계 속에서 양자 관계를 유기적으로 분석해야 할 것이다. 미중패권경쟁이라는 도전적 상황 하에서 각국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삼국 관계의 긴밀화나 제한성은 가변적이며 한국은 이러한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미국의 대중전략이 동맹 강화를 통한 중국의 외교적 고립과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확대를 통한 중국의 기술굴기 저지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한국은 미중 양국에 중요한 나라로서 전략적 레버리지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미·중·러 삼국 관계와 유라시아질서의 변화 속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추진, 대등한 한중관계 수립, 한·러와 한·중앙아시아 협력의 기회를 강화하여 한국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전략 파트너로서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고 북방으로의 연결을 모색해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상황이 우호적일 때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을 만큼 쉽지 않다. 한국의 선택 하나하나가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까지 한국은 높은 세계사적 파고에 잘 대응하면서 오히려 어려움을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왔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압박에 직면해 있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주의 국제질서, 국제법과 인권 등 인류 보편적 가치에 동의하면서 한미동맹의 틀 위에 한중 협력을 도모하고 신북방·신남방 지역으로 외교적, 경제적, 안보적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이는 미중패권경쟁 하에서 한국이 미·중 간 선택의 딜레마에 빠지지 않고 국익에 부합한 자주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역량을 축적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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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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