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가 갖는 문제의 진짜 '뿌리'는?

[최재천의 책갈피] <생존의 기로> : 21세기 미중관계와 한국, 정재호 지음

"(미·중 관계속에서)헤징은 균형과 교류의 혼합일 수도 있고, 균형과 편승의 중간 지대일 수도 있다."

공포인가, 불안인가. 위기인가, 기회인가. 지난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첫 화상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향후 미·중 관계는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다. 더구나 두 강대국이 "자국의 선호를 관철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제3자 강요'의 딜레마 역시 보다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 안보와 경제, 그리고 북한 문제로 인해 동아시아 지정학의 중심에 선 한국에 그 딜레마는 반복, 증폭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는 이 위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또 처절한 생존의 기로에서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다들 염려한다. 더구나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 부분에 대한 논쟁이 치열해지고 관련 서적들도 연달아 출간 중이다. 좋은 일이다. 건강한 논쟁 없이 어찌 건강한 비전을 바랄 수 있겠는가.

이 책의 미덕이 여럿 있다. 첫째, 우리와 유사한 조건과 상황을 맞이한 세 나라, 호주·싱가포르·필리핀은 어떻게 좌표를 설정하고 관리했는지를 비교정치학적으로 풀어냈다. 

둘째, '한중 관계의 비대칭화'를 상징하는 마늘분쟁, 소위 동북공정 역사관을 놓고 대립했던 역사논쟁, 현재까지도 미결로 남아있는 사드 배치를 두고 벌어진 갈등 등 구체적 사례를 통해 외교사를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했다는 점이다. 신문 칼럼 수준의 덕담이나 외국 학설의 무분별한 이식 수준이 아니라 구체적 사례 속에서 구체적 한계를 지적했다는 점은 이 책이 가진 특별한 장점에 속한다. 저자의 입장에 동의한다. "결국은 우리의 전략적 사고의 부족이 문제다." 

'국익에 입각한 전략적 사고의 결여'야말로 한국 정치와 외교의 근본 문제다.

이를테면 가장 손에 잡히는 사례라 할 수 있는 사드 배치를 놓고 보자. 2020년 주일 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한중간 '3불 협의'의 협상 수석대표였던 남관표 주일대사는 "(3불 협의는) 약속도 합의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약속도 합의도 아니라면서 그러한 협상은 왜 했던 것인가? 우리는 그렇게 얘기하지만 과연 중국도 똑같이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이런 수준의 한국 외교가 갖는 문제의 뿌리는 세 가지에서 비롯된다. 첫째, (그저 청와대만 쳐다보다 비롯된) 근거 없는 낙관론. 둘째, 성과 포장에 급급한 조급성. 셋째, 밀행성에 가까운 조용한 외교 형태. 제자백가는 춘추전국시대 때 만발했음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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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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