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통신오류 사태를 보며 아현동 통신구 화재를 기억해본다"

[기고] 이항준 부산광역시 안전관리자문위원

지난 25일 KT 네트워크 오류로 전국이 들썩였다. 1시간가량 KT의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마비가 찾아왔고 사용자들은 서비스 이용불가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복구되긴 했으나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은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애초 디도스(DDoS) 공격으로 인한 장애인 것으로 추장됐으나 자체 확인 결과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로 잠정 결론이 내려졌지만 재발 방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한 해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번 KT 사태를 바라보며 지난 2018년 KT아현동 지사 통신구 화재가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KT를 떠올리면 잊을 수 없는 사건이기도 하다. 당시 화재로 인근 상인들의 결재 시스템이 마비되고 수십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인근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은 통신 마비로 응급실이 폐쇄되기도 했다.

▲ 이항준 부산광역시 안전관리자문위원. ⓒ부산시

그렇다면 이러한 화재 사고에 대한 재발 방지도 제대로 되어 있는가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글쓴이는 ‘부산시 안전관리자문단’으로 수년째 활동하면서 초고층 건축물부터 중소규모까지 많은 점검과 개선을 위하여 활동했다. 그중 전기실은 항상 확인하는 장소다. 전기 관련 화재가 발생할 경우 관련 전기설비 피해는 물론, 2차 피해가 반드시 발생한다, 특히, 산업체의 경우 생산중단이라는 치명적인 손실이 발생하기도 한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전기 관련 화재 발생 건수는 1128건이며, 32명의 인명 피해와 128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화재 원인은 다양하지만 초기 진압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국내에서는 통상 가스계소화설비를 설치해 화재에 대응한다.

그러나 가스계소화설비의 경우 건축물 구조적으로 밀폐가 되어 약제가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아야 화재가 진압되며 가스의 특성상 냉각성능이 약하므로 재발화가 되지 않도록 일정시간 밀폐도가 유지되어야 화재가 진압된다. 과거에 설치된 많은 가스계소화설비의 경우 밀폐도 시험(Door fan test)을 실시해야 하지만 이러한 개념 자체가 없이 설치되어 현재 정상적으로 화재 진압이 가능한지 알 수가 없다.

또한 이러한 가스계소화설비가 설치된 건축물 소방안전관리자는 반드시 교육이 필요하다. 몇 년 전 안전점검에서 있었던 일이다. 가스계소화설비가 설치된 전기실 바로 옆 사무실 출입구에 도어스토퍼를 설치해 유사시 신속히 출입구를 폐쇄할 수 없는 상태로 화재 진압 가스가 방출될 경우 사무실 근무자 모두가 사망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렸으나 정작 관리자는 자신들이 위험에 노출될 거란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3년 전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이산화탄소소화가스 누출로 인해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크게 다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로만 간주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러한 건축구조 및 관리 특성에 따라 가스계소화설비의 경우 소화 실패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HFC 가스계열의 경우 소화 실패 시 부식성과 독성이 매우 높은 불산(HF:불화수소)을 발생해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관 및 관계자에게 2차 피해를 발생시킨다. 실제 가스계소화설비가 작동한 상태에서 소방관이 진입하다 가스중독으로 쓰러진 사례도 있다.

이에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고압 미분무소화설비(Water mist system)를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 미분무소화설비는 소화 시스템에 비재무적 성과 판단 기준인 ESG 즉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개념을 접목한 것으로 통상 50bar(5MPa)의 압력으로 물입자 크기를 50~300μm로 잘게 쪼개어 전기설비에 손상을 주지 않고 소화약제가 물이라 독성에 의한 영향이 없다. 특히 환경오염 방지 및 유독물질을 배제해 근로자의 인권과 안전을 보장하며 천연자원을 활용해 탄소배출을 최소화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지난 2012년에 ‘대한전기협회’에서 전력산업기술 기준으로서 전기실 등 전기 관련 부분에 대해 미분무소화설비 적용을 권장했다. 또한 선박을 중심으로 발전기실, 전기실 등과 같이 주로 밀폐공간에서 가스계소화설비 대체 소화설비로서 그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외국과 같이 호텔, 주택, 데이터 센터, 의료시설, 학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적용은 검토되고 있지 못하며 기준이나 제도 조차 미흡한 실정이다. 국제환경규제 협약에 따라 2045년까지 소화가스(HFC)를 2024년 대비 80% 감축해야만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대기업 등을 중심으로 환경규제에 대응해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빠른 시일 내 미분무소화설비가 국내에서도 활발히 적용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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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경

부산울산취재본부 박호경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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