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국가만이 공공성의 유일한 실현 주체인가?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최근 사회주택 논란을 통해 본 국가의 공공성

최근 사회주택이 사회-정치적 관심을 끌면서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주거난이 심각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안정적인 주거를 찾는 20, 30대 세대가 사회주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사회주택은 이러한 긍정적 관심의 대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논란과 갈등의 중심에 있기도 하다.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8월 말과 9월 초 박원순 전임 시장이 시작한 사회주택사업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되었다.

오세훈 시장은 8월 26일 '서울시장 오세훈TV'라는 유투브 채널을 통해 "사회주택이란 이름으로 서울시민의 피 같은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 "사회주택이 '낮은 임대료'와 '주거 보장'이라는 두 가지 존재 이유를 지키지 못했다"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9월 1일에는 서울시가 나서서 "부실·부정 등 사회주택 관련 사회적 경제 주체들을 퇴출시키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직접 동 사업을 실행하는 방향으로 적극 검토하겠다"며, '사회주택 전반에 대한 정책 재구조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사회주택협회와 같은 사회주택 공급 주체들은 오세훈 시장의 비난이 사실과 맞지 않고 왜곡된 정보에 기반한 잘못된 주장이라 반박하며, 오세훈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의도 때문에 사회주택사업을 과도하게 매도하며 정쟁화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처럼 사회주택은 중요한 정치적 이슈가 되어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 그리고 사회주택 공급 주체들 사이에 날 선 공방과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필자는 이 호들갑스러운 논란의 배후에 놓여있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정쟁에 대해 분석하고 평가할 생각은 없다. 그 대신 이 논란 속에서 드러난 특정한 국가 공공성 관점에 대해서 문제제기하고 비판적으로 논평하려 한다.

사회주택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던 지난 9월 13일,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 바로 세우기'란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여기서 오세훈 시장은 박원순 전임 시장의 재임 기간 동안 시민사회 분야 민간보조와 민간 위탁 사업을 많이 추진하면서 잘못된 관행이 만들어지고 시민들의 혈세가 빠져나가는 비정상적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시민사회 분야 민간 보조와 민간 위탁 사업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 바로 세우기'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지난 10여년간 시민사회 분야 민간 보조와 민간 위탁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뿌리박힌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모든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특히,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민간 위탁 혹은 보조 사업이 위탁 사업을 맡은 단체들에 특혜를 주는 사업으로 전락하여 공공의 책임성과 공공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공공성은 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일반 사회 구성원 전체에 두루 관련되는 성질이다. 그런데 오세훈 시장은 국가 관료 혹은 공공 기관 만이 이 공공성을 구현할 수 있는 주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아무리 공익과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조직이나 단체라 하더라도 국가 기관 이외의 주체들은 사적인 이해관계에 연루될 가능성이 크므로, 공적 업무에서 이들의 개입과 간섭을 최소화하는 것이 국가의 공공성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는 입장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오세훈 시장은 사회주택을 공급하는 사회경제적 주체가 공공이 담당해야 하는 공공주택 공급과 관리의 임무를 일부 담당하면서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비효율이 발생하였으므로 국가의 책임성과 공공성이 훼손되었다고 주장한다.

공공성에 대한 이러한 국가주의적 관점과 태도는 많은 국가 관료들이 민관 협치 사업에 참여하는 시민 주체들에게 종종 드러내는 것으로 그다지 많이 놀랍거나 새로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공공 기관과 관료 집단 뿐 아니라 일반 시민까지도 대표해야 하는 서울시장이 그러한 관료 중심의 공공성 관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여 사회주택사업에 대한 정치적 논쟁을 야기한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국가가 공공성의 유일한 대리인이라는 입장은 근대 국민국가의 출현과 함께 본격화되었다. 특히, 배타적 주권과 사적 소유권 개념이 근대 자유주의 국가를 구성하는 핵심 원칙이 되면서, 주권과 소유권을 명확히 하는 영토의 구획, 공(公)과 사(私), 개인과 개인을 구분하는 경계의 설정이 뚜렷해지게 되었다.

즉, 근대 국민국가의 출현과 더불어 개인적 차원에서 추구되는 사익과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되는 공익으로 구분되는 '공'(公)과 '사'(私)의 이분법적 관점이 지배적 관념이 되면서, 국가 관료들이 자신들이 공익(혹은 국익)을 지키는 절대적 수호자라는 인식을 지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태도는 과연 적절한 것인가? 국가를 공공성의 대리인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국가를 사회 세력들로부터 독립된 자율적 주체로 바라보는 베버주의적 국가론과 연결된다.

하지만, 영국의 저명한 국가연구자인 밥 제솝(Bob Jessop)은 이러한 국가에 대한 베버주의적 관점을 비판하면서 국가를 사익으로부터 독립된 합리적 운영자가 아니라 다양한 사회 세력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타협하는 무대이자 그 결과물로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한다.(1)

즉, 국가의 행동과 결정은 사회 세력들로부터 독립적인 관료들의 합리적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국가 안에서, 그리고 국가를 통해서 작동하는 다양한 사회 세력들 간의 권력 관계, 경합, 갈등, 타협의 과정 속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사회 세력, 혹은 사익으로부터 독립된 관료 집단이 나름의 합리성을 바탕으로 국익과 공익에 가장 부합된 결정을 내린다는 관념 자체가 국가의 실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여러 사회 세력들이 경합하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국가의 행동은 특정한 선택성을 지녀서, 특정 집단, 특정 지역의 이해와 정체성이 다른 것 보다 더 특권적으로 보호되고 혜택을 받는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국가 관료나 공공 주체가 공익과 공공성의 절대적 대리인이라는 태도는 많은 문제점을 지닌다.

결국 '공익 대 사익'이란 이분법적인 프레임으로는 국가의 공공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공공성이란 용어에도 공(公)과 공(共)이란 두 문자가 함께 사용되듯이, 공공성은 공익 뿐 아니라 공동체적 참여와 의사결정이란 차원이 동시에 결합 되어야 만 제대로 구현될 수 있다.

사적 소유권을 절대시하는 태도가 보편화되면서 공동체적으로 공유되던 많은 자원들이 사라짐에 따라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과 회복력이 약화되는 등 공공성 상실의 위기가 도래하고 있다. 이에 최근 들어 시민들의 자발적인 공동체적 참여에 기반한 공유의 실천들이 공공성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관련하여 공동체적 자치 관리를 통해 공유재가 유지될 수 있다는 오스트롬의 주장은 커먼즈 활동에 대한 중요한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였다.(2) 즉, 공(公)과 사(私) 양자에 포함되지 않는 공동체 기반의 공공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 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가 관료와 공공 기관을 공공성의 유일한 실현 주체로 바라보는 전통적 관점에 대한 또 다른 도전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공유적 실천의 중요성이 재조명되면서 국가 외에 다양한 공유적 자원을 나누고 관리하는 시민들의 자발적 공동체가 공공성 구현의 중요한 기반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사회주택으로 다시 돌아가서 공공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신수임(2021)은 공(公)-사(私)-공(共)의 변증법적 관계 속에서 사회주택의 공공성을 이해해야 함을 주장한다.(3) 주택은 그 독특한 특성으로 인해 사적으로 점유되고 이용되는 공간임에도 사회적 영향력과 공동체적 성격이 매우 큰 장소이다.

주택은 인간 생존을 위한 필수적 재화이자 개인의 독립적 사적 공간이어서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하지만, 동시에 주택은 동네와 도시를 형성하는 기본 구성요소로 공동체 형성의 기초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주택은 사익과 공익 모두에 관련되고, 그로 인해 주택에는 사적 소유권과 같이 사익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와 함께 공동체의 유지와 공익을 위한 사회적 의무와 공적 책임이 동시에 부여된다.

공공이 공급하는 사회주택인 공공임대주택은 이러한 주택의 사회적 성격 중 일부에 공공이 복무하기 위한 것으로, 특히 저소득층을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를 공급하여 인권으로서의 주거권을 신장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임대주택에서 공공은 저렴한 주거의 공급에 주로 초점을 두어, 임대주택 거주자들 사이, 그리고 임대주택 거주자들과 지역 사회 사이에 공동체적 관계의 형성에 있어서는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공공의 역할 한계를 보완하며 자신들의 수요에 따라 비영리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자생적인 움직임이 2010년대 초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제도화된 것이 사회적 경제주체들이 공급하는 사회주택이다.

따라서, 이들 사회주택은 공동체의 형성, 지역 사회와의 화합 등에 있어서 국가 관료나 공공이 하지 못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여, 사회 전체의 공공성 증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주택 분야에서 공공성은 국가나 공공 주체에 의해서만 실현되지 않고, 시민 주체들의 공동체적 노력에 의해서도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논의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국가 관료와 공공 주체들은 공공성의 유일한 실현 주체가 아니다. 수 많은 다른 시민적 주체들이 공동체적 노력을 통해 사회의 공공성의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주거의 공공성을 높임에 있어서 시민 주체들의 공동체적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사회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와 시민 주체들 사이의 관계 형성에서 국가의 역할 변화가 요구된다.

사회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시민 공동체 기반의 커먼즈 활동의 중요성이 많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와 공공이 시민들의 자발적 사회 활동을 공익을 침해하는 사익 추구 활동이라 의심하면서 억제하고 규제하는 역할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오히려 국가와 공공은 시민들의 파트너로 나서서 공공재를 시민들의 커먼즈 활동에 적극 공급하고,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한을 부여하여(enabling)' 시민들의 자율적인 커먼즈 공동체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파트너 국가'로서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4)

■ 필자 주석

(1) 밥 제솝 저, 남상백 역 2021. <국가 권력: 마르크스에서 푸코까지, 국가론과 권력 이론들>. 이매진

(2) 엘리너 오스트롬 저, 윤홍근, 안도경 역 2010. <공유의 비극을 넘어: 공유자원관리를 위한 제도의 진화>. 알에이치코리아.

(3) 신수임 2020. '공유재로서의 사회주택을 위한 공공성 개념 고찰'. <공간과 사회> 30(3) : 209-239.

(4) 황진태 2021. '커먼즈 기반 도시전환을 위한 거버넌스의 재해석'. <공간과 사회> 31(2): 254-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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