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뒤 인구 1500만 명 시대,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지역소멸에 대한 경제지리적 내러티브 : 항아리와 팽이 사이

인구 통계적 내러티브

내러티브란 '어떤 사물이나 사실, 현상에 대하여 기승전결로 구성된 줄거리'를 뜻하며, 특히 여기에는 '명확한 결말'이 존재한다.

McPartland(1998)는 지리학에 있어서 이러한 내러티브적 사고는 특정 지역에 대한 지리적 상상력의 발달, 지역정서에 대한 공감적 이해 등에 근본적인 토대를 두고 있어서 지리 교수-학습에 있어서도 상당한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최근 경제학에서도 중요한 경제적 현상에 대한 내러티브가 바이러스와 같이 전염(바이럴 내러티브)되면서 경제적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감사원의 자료에 나타난 지역소멸 통계에 대한 인구 통계적 내러티브를 살펴보면, <그림 1>과 같이 '명확한 결말'이 존재한다.

즉, 우리나라 인구를 50∼100년간(2067∼2017년) 장기적으로 추계해보면, 인구피라미드가 2017년 항아리 형태에서 100년 후인 2117년에는 팽이형태로 전환하게 된다. 정말 이렇게 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통계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명확한 결말이다. 여기에 수치를 제시하면 이 결말의 해피 엔드(우리나라 총인구 2017년 5136만 명 → 2117년 1510만 명)를 볼 수 있게 된다.

▲ 그림 1. 인구피라미드 변화(2017∼2117년). 현 수준의 출산율, 중위 수준의 사회적 이동이 지속된다는 가정 하의 통계청 추계. 출처 : 감사원, 2021. 7. 감사보고서: 인구조조변화 대응실태Ⅰ(지역)

경제지리적 내러티브

이러한 결말을 대학 중심으로 살펴보면, '확실한 결말'은 우리나라 비수도권 지역에서 고등교육의 뿌리가 소멸되는 것이다.

2021년 현재 전국 어디에서 공부하더라도, 수능 등급이 아무리 낮아도 수험생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그러나 수험생들은 수도권으로 향한다. 최근에 비수도권 대학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 중 하나는 한 학과에서 신입생들의 등급 편차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입학 정원 30명을 기준으로 하는 학과의 경우, 20명까지는 예년 등급을 유지하면서 입학생이 들어왔고, 나머지 10명은 예년보다 5∼6등급이 낮은 학생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결말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간의 격차는 더욱 커지게 되며, 입학생의 남‧북방한계선이 수도권 영역으로 한정될 것이다. 이는 혁신성장 기업의 남‧북방 한계선과 맥을 같이 하고 있어서 더욱 '웃픈'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성장기업을 위한 입지정책방안'(강호제‧류승한‧서연미‧표한형, 2019. 7. 15., 국토정책 Brief.)을 제시한 국토연구원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고용‧연구개발‧매출 성장을 함께 달성하는 809개의 혁신성장기업 입지분포에는 남‧북방한계선이 존재한다고 한다.

즉, 북방한계선은 서울 중구‧종로구이며, 남방 한계선은 경기도와 인접한 천안 북구이고, 서쪽과 동쪽의 한계선은 각각 안산반월, 성남 중원구 사이다. 확실한 결말을 지닌 경제지리적 내러티브들이다.

지역불균등 발전이라는 인재(人災) 줄이기와 지역 인재(人才) 만들기

통계청의 인구 통계를 살펴보면 1925년 우리나라 총인구는 약 1900만 명(합계 출산율 6.59)이었다. 이는 약 200년 후인 2117년 추계인구인 1510만 명보다 많은 인구이다. 현재 우리는 바이럴 내러티브로 회자되고 있는 약 20년 후 인구 4000만 명의 시대를 이미 1985년에 경험했다. 그렇다면, 과거와 무엇이 다른 것일까?

1985년 당시 우리나라는 비록 군부 독재 시기였지만, 청장년층 인구의 강한 버팀목과 함께 3저 호황 국면에 들어서면서, 1960년 이후 산업구조 조정을 통한 2차 경제 도약의 시기였다.

물론 이 시기에도 1960년대 이후 시작된 이촌향도에 따른 지역 간 불균등 발전을 고민했고, 1984년에는 합계 출산율이 OECD 평균 이하로 떨어지는 저출산 사회에 진입했던 시기로, 고질적인 문제점들은 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명확하지만 비극적인 결말(우리나라 총인구 2117년 1510만 명)'인 조선시대 말기로의 회귀를 고민한 시기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지역소멸 위기는 부정적인 결말을 예측하고도 방치한 인재(人災)인 셈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지금부터는 인재(人災)를 줄일 수 있는 인재(人才) 육성 정책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를 주장하는 이유는 우리의 명확한 결말이 어차피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균형발전과 관련하여 정치적 야심가들이 원하는 '큰 것 한방'의 정책은 이미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이루어졌다. 조금 늦긴 했어도 이 정책의 기조는 매우 타당한 처방이었다. 이제는 가랑비에 젖은 옷을 천천히 말려야하는 점진적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몇 가지를 제안해 본다.

먼저, 비수도권 지역에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지방투자촉진' 정책의 확대이다. 즉, 기업의 동‧서‧남‧북방 한계선을 확대시키는 정책이다.

수도권의 기업들의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면, 비수도권은 수도권보다 더 높은 강도의 규제완화와 입지 이전 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한 예로, 필자는 혁신성장기업의 유치를 위해서 비수도권 지역에 수도권보다 강도가 높은 '특허박스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특허박스 제도란 특허 등의 지식재산을 사업화하여 발생한 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감면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문은희, 2018, 특허박스제도 도입 관련 입법과제)

이와 더불어 비수도권 지역에서 이를 담당하는 전담 조직과 그 공무원들에 대한 파격적 대우가 필요하다. 최근 정부 공공기관 내부 자료와 전문가 인터뷰에 의하면, 전라북도는 지난 2004∼2021년 현재까지 기업유치 실적이 전국 최고였다. 이는 전라북도 공무원들이 손품과 발품을 팔면서 이뤄낸 성과이다. 즉, 남방 한계선을 남쪽으로 더 확장시킨 것이다. 인재(人才) 등용의 결과이다.

다음으로, 비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MZ세대 청년들이 선호하는 입지조건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밀레니얼 청년세대를 위한 산업입지 공급방향'(조성철, 2020. 9. 7.)을 제시한 국토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금의 청년들은 도시내부 공간에서 학습과 산업이 연관되고,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휴먼웨어 위주의 복합공간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자기표현의 시대였다면, 5차 산업혁명은 자아실현의 시대가 될 것'이다. 이는 혁신적인 기술발전을 통한 성장 동력과 함께 점점 인간과 인간성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됨을 의미한다. 작고하신 이민화 교수의 통찰력이다.

마지막으로 대학 공간의 과감한 개방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대학 소유자들의 땅 장사형 사업 참여는 철저히 막아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비수도권 지역을 살리겠다는 좋은 취지로 실행했던 지역산학협력 사업은 일부 부실대학의 퇴출을 막는 정책적 폐해를 낳기도 했다.

대학 공간은 대체로 도심에 입지해 있으며, 청년들이 휴먼웨어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큰 공간이다. 이를 건전한 인재(人才)와 기업 육성의 터전으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국토부‧교육부‧중기부의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과 같은 사업의 지속과 산업부의 캠퍼스 산학융합지구(기존 사업 조정), 대학 기반의 경제자유구역(U-FEZ, University-Free Economic Zone) 조성(기존 사업 조정) 등의 기존 사업의 조정을 통한 새롭고 적극적인 인재(人才) 유인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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