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원 시절, 언젠가 버스를 타고 가다가 구석진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한 청년을 본 일이 있었다.
환하게 웃는 미소가 인상적이었던 그 청년을 보며 20대들의 20년 후가 그 미소만큼 밝지 않을 것 같아 걱정했던 기억이 난다.
사회가 발전했다고 하는데 삶은 팍팍해졌다. 그때도 그렇게 생각했다. 지나와보니 삶은 그때보다 더 팍팍해져만 가고 있다.
청년실업 30만 시대. 얼마 전 한국경제연구원 분석결과 우리나라 청년 4명 중 1명은 사실상 실업상태이며 약 22만 명은 구직을 단념했다고 한다.
청년실업의 한편에는 취업은 꿈도 못 꾼 채 빚으로 남은 등록금에 허덕이는 20대가 있다. 생활비 걱정에 학자금대출 걱정까지 더해 또 다른 대출을 알아보는 취업준비생들의 하루하루는 얼마나 막막할까.
그런 청년들에게 사회는 ‘대학은 개인의 선택’이라는 변명으로 등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대학은 더 이상 개인의 출세만을 위한 ‘선택’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대학 졸업장은 물론이고 거기에 각종 스펙을 더한 창의적이고 특별한 인재에 목말라 있다. 그럼에도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투자에는 인색하다.
우리나라 대학의 80%는 사립대로 온 나라가 고학력자 양성에 혈안이 돼있으면서도 정작 그 비용은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더 많이 배워야한다고 청년들을 몰아세워 놓고 그 비용은 알아서 하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남들보다 더 잘 나가기 위해’ 대학을 가는 시대는 지났다. 4차 산업의 시대에서 고등교육을 이수한 ‘고급인력’은 점차 사회를 이끌어 나갈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대학은 이 필수인력을 길러낼 수 있는 장이다.
그런 점에서 대학등록금은 이제 사회가 분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자 투자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 시작으로 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들에게‘대학등록금 완전후불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대학등록금 완전후불제’는 학생들이 취업 전까지 자기개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등록금을 취업 후 연소득이 일정 수준에 달한 시점부터 상환하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금융기관과 연계해 등록금을 선납하고 이자를 지원한다. 학생들은 취업 후 원금을 상환하고 정부는 이자액만 지원하면 되니 반값, 무상등록금과 같은 정책에 비하면 부담도 적다.
대학등록금 완전후불제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과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그 출발점부터가 다르다. 대학등록금 완전후불제는 등록금을 ‘대출’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등록금은 사회가 당연히 분담해야할 책임이다. 대학등록금 완전후불제에서의 상환은 자신이 받았던 혜택만큼 후배들의 교육을 위한 또 다른 투자라는 개념의 상환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등록금 완전후불제는 고등교육 공공화로 가는 첫 단계로써 논의돼야 한다.
대학교육은 아직까지 필수교육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를 쏟아내는 4차 산업의 시대에서 우리의 미래는 고등교육에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개인이 알아서 역량을 갖춰주기만을 기대할 수는 없다. 투자가 없으면 이익도 없는 법이다. 결국 미래 경쟁력을 갖춘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 고등교육 공공화는 필수적이다.
청년을 잃으면 미래는 없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닌 대선후보자들은 지금이 인재 양성을 위한 씨를 뿌려야 할 때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 첫 단추로 ‘대학등록금 완전후불제’를 하루빨리 도입해 고등교육 공공화를 향한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작해야 한다.
* 본 기고문은 프레시안의 편집방향과 다를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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