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공존' 방역, 그 기대와 우려

[안종주의 안전사회] 조급증 피하고 지속가능해야

코로나 공존, 즉 위드 코로나 방역 전략으로 조만간 전환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도 기정사실이 되어가고 있다. 오랫동안 정상적 영업을 하지 못해왔던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이를 요구해왔다. 언론과 전문가 가운데에도 상당수가 코로나 공존 방역 전략으로 하루빨리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이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위드 코로나' 조기 전환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이 58.5%로 나타났다.

영국, 이스라엘 등 백신 접종 완료율이 매우 높은 일부 국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코로나 공존 방역 전략이 우리나라에서도 무르익어 가고 있다. 이 방역 전략은 식당, 카페 등의 영업시간과 사적 모임 인원 제한, 그리고 철저한 마스크 쓰기 등 엄격한 통제를 가하는 현행 케이방역에서 벗어나 코로나 유행 이전에 가까운 일상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어서 기대와 함께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코로나 백신 접종 완료율이 30% 남짓으로 매우 낮은 우리 현실에서 코로나 공존 방역 전략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견해도 있다. 감염병 전문가 가운데는 방역 전략을 대전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제 조건을 말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11월께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먹는 코로나 치료제 시대가 되면 새로운 방역 전략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또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확진자와 환자 발생이 증가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사전에 이루어져야만 한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위드 코로나’ 앞두고 다양한 의견 쏟아져, 방역 당국 어려움 가중

서울대 의대 김윤 교수 같은 이는 (가칭)‘위드 코로나 방역위원회’를 만들어 그 시기와 새로운 방역 전략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와 몇몇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이러한 내용을 결정할 게 아니라 국민 여론과 집단지성을 한데 모을 수 있는 방식으로 의사결정기구를 만들어 숙고 끝에 ‘위드 코로나’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지금처럼 세계 코로나 방역 모범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거의 전적으로 국민의 헌신적인 희생과 협조 덕분이다. 의사,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들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소진해가면서까지 일선 방역 현장을 떠나지 않고 밤낮으로 노력한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희생과 헌신에 무한정 의존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져가고 있다.

‘위드 코로나’는 기회이자 위기가 될 수 있다. 좋은 면을 보자면 일상생활이 보다 자유로워지고 경제가 살아나 일자리가 늘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어 코로나에 너무 느슨해질 경우 아직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10대 이하 청소년과 어린이, 그리고 미접종자를 중심으로 감염자가 증가할 수 있다. 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돌파감염 확산과 미 접종 위험집단의 사망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

‘코로나 공존’ 방역은 기회이자 위기,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이는 새로운 위기이자 우리 스스로 자초한 위기가 된다. 만약에 하나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이전보다 확진자가 증가한다면 언론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을 수 있다. 위드 코로나 전략을 하루빨리 펼쳐야 한다고 했다가 그 부작용이 나타나면 그 책임을 전적으로 정부 탓으로 돌릴 공산이 크다.

‘위드 코로나’ 방역 전략을 펼치기 전에 ‘돌다리도 두드려가며 건너는’ 자세가 필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방역을 대전환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위드 코로나’ 전략에는 단계적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먼저 백신 접종 완료율이 전 국민의 80%에 이르고 고위험집단에 대해서는 3차 접종, 즉 부스터 샷까지 한 뒤에 본격적인 코로나 공존 방역 전략을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내년 상반기 다시 2차 접종까지 끝낸 대상자 전원에게 3차 접종을 하고 여기에 효과적이고 간편한 치료제까지 확보한 뒤에는 완전한 코로나 공존 방역을 시행할 수 있다.

만약에 하나 코로나 공존 방역을 시행하다 확진자 증가 등을 이유로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한다면 사회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한번 준 자유를 빼앗는 것은 처음 자유를 빼앗는 것보다 훨씬 더 심한 반발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급증은 금물이다.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이 두 가지를 명심해 시기와 내용을 결정한다면 코로나 공존방역은 성공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코로나 공존 방역 모범국가가 될 수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