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지지율 하락, 진짜 이유는?

[워싱턴 주간 브리핑] 바이든 지지율 평균 47%...더 큰 문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취임 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이는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29일(현지시간) <CNN>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의 지지율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평균 47%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6일 있었던 카불 공항 테러 관련 여론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이달 초(51%)에 비해 4%포인트 떨어졌다.

대선 후보 당시 때부터 바이든 지지율의 특징은 50% 초중반대에서 크게 변동이 없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거치면서 정치적 양극화 현상이 고착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물론 바이든의 지지율이 50% 아래로 떨어지게 된 것은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의 수도 카불이 지난 15일 이슬람 무장세력인 탈레반에 의해 점령되면서 벌어진 극도의 혼란과 이에 더해 미군 13명을 포함해 170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하는 자살 폭탄 테러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바이든 정권은 낭떠러지로 몰렸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이번 테러 사건의 책임을 물어 바이든이 사임하거나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아프간에서 미군 철수는 지난 7월까지만 해도 평균 58%의 지지율을 보였다. 그러나 바이든의 아프간 철군에 대한 지지율은 평균 34%에 불과하다. 불과 한달 사이에 24%p가 하락했다.

세부 항목을 보면 바이든 지지율 하락은 아프간 사태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이 이슈들은 미국의 대외 정책이 아니라 국내 정치-경제와 직결된 문제다. 하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대응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 문제다.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트럼프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계속 과소 평가하던 트럼프 정부는 결국 미국이 코로나19 환자 수와 사망자 수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게 만들었고, 트럼프 자신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바이든은 트럼프와 정반대로 코로나19에 대해 과학자들과 의료진의 의견을 중시하는 입장으로 미국민들의 신뢰를 얻었고, 대선 이후에도 바이든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은 꾸준히 60%를 넘는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다시 크게 늘면서 바이든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지지율은 50% 아래로 떨어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7일 기준 미국에서 최근 일주일간 하루 평균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2주일 전보다 21% 증가한 15만5365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수도 일주일 새 50%나 늘어 하루 평균 1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코로나19로부터의 독립에 가까워졌다"고 선언했지만 8월 들어 델타 변이가 확산되면서 성급한 자축이 되어 버렸다. 상황이 더 심각한 것은 일부 공화당 지지자들이 백신 접종,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을 정치적, 종교적 이유로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이든 정부는 오는 9월 20일부터 전국민을 상대로 백신 부스터샷 접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백신 접종 자체를 거부하는 이들이 다수 존재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현재 델타 변이가 무서운 속도로 퍼지고 있는 지역(플로리다, 앨라배마, 미시시피 등)도 공화당 지지세가 강하고 백신 접종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율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지난 8월 바이든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균 지지율은 47%에 불과했다. 7월(51%)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바이든 정부는 최근 1조 달러에 달하는 초당적 인프라 법안과 3.5조 달러에 달하는 2차 인프라 법안에 대한 의회 통과를 추진하면서 낙후된 사회기반시설 뿐 아니라 육아, 교육, 의료 등 사회복지에 대한 재원을 확보하면서 팬데믹 이전부터 고질적인 문제인 경제적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그러나 이런 대책이 실제 얼마나 가시적인 변화를 가져올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게다가 팬데믹 사태가 길어지면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프간 사태, 코로나19, 경제, 이 세가지 이슈가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어떤 이슈가 바이든의 지지율에 가장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8월 들어 급격히 하락세를 타기 시작한 바이든의 지지율이 당분간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 변수가 등장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50% 초중반의 박스권에 갇혀 있던 바이든의 지지율이 40%대로 내려앉았다는 사실은 무당층 유권자들이 바이든에 대한 기대를 접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한때 안정적이었던 바이든의 지지율은 이제 전에 비해 작은 이슈에도 충격을 더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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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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