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간 철군, 중국에 득일까 실일까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중국, 소프트 파워 포기하면 국제사회 리더될 수 없어

최근 인터넷 여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이다. 놀라운 소식은 아니다. 이는 전쟁이 시작된 이래 모든 미국 대통령들의 공약이었고, 2020년 2월 트럼프 정부가 탈레반 세력과 맺은 협정에 따른 것이다. 바이든 정부도 2021년 4월 전쟁의 종료를 밝혔고, 국내 여론도 80% 지지를 보내고 있기에 철군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 드러난 오판과 미숙함, 예상치 못했던 후폭풍 때문에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주변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지구 반대편의 중국, 한국까지 미친 폭풍이다.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던, 배려 없이 진행된 철군으로 인해서 현재 아프가니스탄은 폭력, 공포와 죽음 등 극심한 혼란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자 이러한 참상을 초래한 미국과 그 동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졌다.

평소 미국에 적대적이던 몇몇 국가는 물론이었고, 혼란을 곁에서 맞닥뜨려야 하는 주변국, 심지어 미국 동맹이나 국내에도 비판이나 불협화음이 등장한다. 무고한 희생과 참상을 본다면 이것이 필요한, 일찍이 예고된 철군이라도 반드시 이러한 방식이어야 했는지, 반드시 지금이어야 했는지 각계의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당히 두드러진 행보를 보여주는 국가가 중국이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7월 28일, 왕위(王愚) 주(駐) 아프가니스탄 대사는 8월 25일 탈레반과 회동하며 긴밀하게 소통했다.

나아가 왕이 부장은 물론, 양졔츠(杨洁箎) 정치국 위원이 정치적 해결과 포용을 강조하였고, 시진핑 주석은 러시아와 관련한 공조를 약속했으며,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이 아프가니스탄 평화와 재건을 위해서 건설적 역할을 담당하기 원한다며 탈레반에 힘을 실어주었다.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중국은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 지난 7월 28일 중국 외교부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톈진(天津)에서 탈레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이끄는 탈레반 대표단을 만나 아프간의 평화와 재건 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중국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단순히 생각하면 얻은 것이 분명하게 보인다. 첫째로 중국은 미국 철군이 세계 패권을 장악, 관리할 능력을 잃어버린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 주장한다. 미국 국익을 위해서 내린 판단일 테지만 세계가 무책임한 행보를 목격했고 특히 유럽연합 같은 중요한 동맹조차 미국에 실망하며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실점이 중국에 득이거나 적어도 기회라는 전략적 판단일 것이다. 중국의 언론은 실제 이러한 상황이 미국 영향력 감소와 세계 패권의 쇠락을 방증한 것으로, 미국과 글로벌 주도권 경쟁을 하는 중국에 일종의 호재로 보았다.

둘째로 중국에게 아프가니스탄은 경제적 기회이다. 미국이 떠나며 힘의 공백이 생겼고 이에 중국이 진출할 기회, 차지할 가능성 역시 높아진 것이다. 중국은 일찍부터 아프가니스탄 대표들을 만나며 중국이 건설적 영향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실제로 변경과 소수민족 문제를 제해도 아프가니스탄은 중국과 국경을 접하는 데에다 일대일로 전략의 연선에 위치하고 있기에 중국에게 중요한 국가이다. 인도적 지원에서 시작하여 자원개발, 인프라 건설까지 막강한 경제력을 활용해 영향력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셋째로 중국에게 있어서 타이완 흔들기나 압박에 유용한 카드다. 중국에게 타이완은 주권, 안보, 영토 완정, 통일 같은 핵심적 이익에 관련되는 문제이다. 근래는 타이완에 독립적 성향의 민진당 정부가 들어서 긴장이 이어지고 있는데, 언론이 타이완에 막강한 배경이자 카드인 미국과의 관계를 흔들면서 틈새를 공략했던 것이다.

중국의 인터넷 여론도 '어제는 사이공, 오늘은 아프가니스탄, 내일은 타이완'일 것이라 외치면서 타이완 민심을 흔들려 하였다. 미국과 타이완 당국이 서둘러 수습하려 하였지만 의심의 불씨는 깊숙이 남았다.

중국이 잃을 것은 무엇인가?

중국의 언론은 현지의 참상을 밝히면서 미국의 실패를 낱낱이 드러내 강조한다. 동시에 중국의 입장과 계획을 전달하면서 자신에 역전의 기회가 되기를 고대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복잡해지며 중국에서도 다양한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첫째로 생생한 보도를 통해서 참상을 접했던 네티즌 일부가 탈레반의 만행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올렸던 것이다. 여성의 인권을 무시하거나 이슬람 율법에 위배된다며 폭력을 일삼는 과도정부에 관련한 비판은 대중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그리고 이러한 여론은 중국의 행보에 부담이 되었다.

둘째로 경제 발전과 이를 담보할 주변 안정을 국가 목표로 삼는 중국에 불안 요소가 됐다. 탈레반의 폭력과 반대파의 저항에, 주변국 극단적 세력도 덩달아 고무된 상황에 현재의 혼란이 언제쯤 끝날지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나아가 탈레반과 신장 위구르 분리 세력인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이 같은 수니파의 계열이기 때문에 혹시 모를 위험도 존재한다. 중국은 일찌감치 탈레반 세력과 만나며 문제의 소지를 없애려 했지만 그들의 약속을 신뢰할 수 있을지, 탈레반 세력이 제대로 통제할 수 있을지 여전히 미지수일 뿐이다.

셋째로 극단주의 세력을 지원하고 있다는 국제사회 지적도 존재한다. 탈레반 세력에 대한 포용적 입장과 태도는 국익을 먼저 고려한 것이다.

중국은 극단주의 세력인 탈레반이 승전을 선언하자 아프가니스탄 인민의 염원과 선택을 존중한다고 밝히고, 곧이어 아프가니스탄 새 정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을 인정하였다. 나아가 아프가니스탄 재건에 건설적 영향을 미치고 싶다며 국제사회 인정과 경제적인 지원이 절실했던 탈레반 세력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이러한 행보는 사실상 탈레반 지원이 아닌가 비판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세계적으로 위기가 폭발해 작금에 이르는 과정에서 중국이 보여준 행보는 다분히 실망스럽다. 현재는 대안 없는 비판과 책임 소재 추궁만 눈에 띈다. 중국은 미국과 글로벌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결국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고 글로벌 패자로 등극할 것이라는 전망이 상당히 많다.

때로는 미국과 중국이 다른 국가에 양자택일 선택을 하라 강요한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각국은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무엇을 보고서 결정을 내릴까? 세계는 미중이 위기에서 어떠한 행보를 보여주나, 어떠한 비전을 제시하나 살펴볼 것이다.

중국은 동북아 대국에서 글로벌 대국으로의 부상이 당면한 목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의 행보와 전략이 최선인지 묻는다. 앞선 자에 대한 비판이 바로 나의 득은 아니다. 비전, 공감, 대안 없는 비판은 매력 없는 이인자의 모습을 부각시킬 뿐이다.

중국은 내정 불간섭 원칙을 자주 말한다. 이러한 원칙에 근거하여 미국과 서방을 비판한다. 그런데 탈레반에 말하는 건설적인 영향은 별다른가? 극단주의 무장 세력이다. 평화와 재건을 말하며 그가 원하는 자원을 준다면 다른 방식의 개입일 뿐이다. 미국은 틀렸다. 그런데 중국은 다른가?

경제력, 군사력이 강하면 국제사회 리더로 충분하다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계가 공감하고 함께하지 않는다면 패권자일 뿐이다. 중국은 기준과 원칙이 분명한 국가이다. 다만 이것들도 시대와 상황의 변화에 따라서 발전해야 한다. 글로벌 리더로서 새로운 외교전략, 원칙이 필요해진 때다.

근래에 중국이 소프트 파워를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런데 강할 뿐인 리더를 어느 누가 원할까. 힘뿐인 패자는 언젠가는 밀려날 존재에 불과하다. 중국이 각국의 동반자에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려 한다면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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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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