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 후 최대 위기...공화당 상원 2명 사임 촉구

미군 사망자 13명으로 증가...추가 테러 가능성도 배제 못해

2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외곽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에 봉착했다.

이날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K)의 공격으로 발생한 2건의 자살 폭탄 테러로 미군 13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당했다. 아프간인까지 포함하면 사망자만 최소 9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에서 미군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18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15일 탈레반의 카불 점령 이후 벌어진 혼란에 이어 이날 폭탄 테러 공격으로 막대한 규모의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자 바이든은 리더십에 대한 비판을 피해갈 길이 없어 보인다.

바이든은 아프간에서 미군 철수가 전임인 트럼프 행정부에서 2020년 탈레반과 '도하 협상'을 통해 이미 약속한 일이기 때문에 자신에겐 "선택지가 없었다"는 점, 이미 2011년 9.11 테러 주범인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해 전쟁의 목표가 달성됐다는 점, 더 이상 미국의 국익과 무관한 전쟁터에서 미군의 목숨을 희생시킬 수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8월 31일까지 "완전한 미군 철수"를 고집해왔다.

26일 폭탄 테러 발생 이후에 백악관에서 가진 대국민 연설에서도 바이든은 미군 철수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테러 공격으로 오히려 전쟁이 끝나야 하고 철수가 필요하다는 자신의 신념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군 13명 사망'이라는 당장의 충격적인 현실 때문에 바이든의 주장은 크게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이든은 자신이 전임인 트럼프와 달리 미국인들을 보호할 줄 아는 유능하고 노련한 지도자라는 사실을 어필해 왔으나 아프간 사건으로 이런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언제 다시 회복이 가능할지 현재로선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당장 강성 공화당 상원의원 중 2명이 바이든이 사임하거나 탄핵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마샤 블랙번(테네시), 조시 할리(미주리)는 성명을 내고 "이제 바이든이 이끌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분명하다"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사임이나 탄핵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번 테러에 대한 바이든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는 공화당의 공식 입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로버트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뉴저지)은 "미국의 안보를 탈레반에게 맡길 수는 없다는 점만은 분명하다"며 이번 미군 철수 과정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오판에 대해 비판했다.

이미 그의 리더십에 커다란 상처를 입은 바이든이 직면한 현실은 이번 테러가 미국인들에 대한 마지막 치명타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케네스 맥켄지 미 중부사령관은 이날 폭탄 테러 이후 가진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카불 공항에 대한 "극도의 위협이 계속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도 아프간에는 1000여 명의 미국 시민권자들이 남아 있으며, 미국 언론에서는 8월 31일까지 이들을 다 탈출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군인을 잃는 날은 잃는 날은 대통령 임기 중 최악의 날일 수 있다"며 "더 이상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 바이든 대통령이 26일 아프간 폭탄 테러 관련 대국민 연설을 하면서 잠시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잇지 못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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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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