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수진영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결정을 한국 상황에 빗대 비판하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마크 티센이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의 지원이 없다면, 한국도 아프간처럼 빠르게 붕괴될 것"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이보다는 훨씬 정제된 비유지만 기본적인 인식은 동일한 주장이 <워싱턴포스트>(WP)에 실렸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지냈던 콘돌리자 라이스는 18일(현지시간) WP 기고문("아프간인들은 탈레반을 택하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와 함께 싸우다 죽었다(The Afghan people didn’t choose the Taliban. They fought and died alongside us)")을 통해 최근 아프간 사태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을 비판하면서 한국을 언급했다.
라이스는 "미국이 가장 오래 전쟁한 곳은 엄밀히 말하면 아프간이 아니고 한국이다. 한국전쟁은 승리가 아니라 휴전이라는 교착상태로 끝났다"며 "남한은 수십년 동안 민주주의를 성취하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라이스는 "70여년이 지났지만 매우 발전한 한국군조차 단독으로 북한을 억지하지 못해 미군 2만8000여 명이 주둔한다"며 "우린 대신 한반도의 안정적인 균형과 남한이라는 귀중한 동맹, 인도태평양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20년은 7세기 탈레반의 지배와 30년 내전 이후 안정된 정부로의 여정을 완성하기엔 충분한 시간이 아니었다. 20년은 또한 테러에 맞서는 우리의 이익을 공고히 하고 우리의 안전을 보장하는데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그리고 그들은 시간이 더 필요했다."
라이스는 "아프간은 한국이 아니다"라면서도 "우리는 훨씬 적은 노력으로 합리적인 결과를 얻었을지도 모른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철군을 서두른 것에 대해 비판했다.
앞서 보수 성향의 칼럼니스트인 티센은 좀더 직접적으로 아프간의 상황을 한국에 비유했다. 그는 "북한군의 전력이 탈레반보다 앞선다"며 "핵심은 (한국도) 미국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이스와 마찬가지로 티센은 부시 행정부 관련 인사다. 티센은 부시 전 대통령 연설문 작성을 담당했었다. 아프간 전쟁은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부시 정권에서 시작한 전쟁이다. 미국의 철군 결정으로 지난 15일 아프간 수도 카불이 이슬람 무장세력인 탈레반에 의해 점령되자 아프간 전쟁을 수행했던 부시 행정부, 오바마 행정부, 트럼프 행정부 관련 인사들은 일제히 바이든의 결정이 "성급했다"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공화당 인사들이 한국을 아프간에 비유하는 것에 대해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우리는 잠재적 외부의 적에 맞서 동맹을 지키기 위해 내전이 아닌 때에도 오랫동안 미군을 유지해왔다"며 "(한국은) 아프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백악관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치권에서 주한미군 주둔을 상호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 아니라 일방적인 수혜로 보는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인식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한국에 무리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여러 차례 직접 언급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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