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사기 점철된 '미국의 아프간'...탈레반이 정권을 탈환할 수 있었던 이유

20년간 1450억 달러 지원금 부패-사기로 낭비..."경찰서장이 학교 짓겠다며 지원금 착복하기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엇을 하려는 거죠? 우리는 스스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이 문제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전방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의 차이, 과장된 목표, 과도한 군사적 의존, 필요한 자원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이 문제였다."

미국 의회가 2008년 만든, 아프가니스탄 전쟁 조사 독립 감시기구인 '아프가니스탄 재건 특별감찰 기구'(SIGAR, The Special Inspector General for Afghanistan Reconstruction)가 아프간 재건 사업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냈다고 <더 힐>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SIGAR은 760명이 넘는 인터뷰, 수천건의 정부 문서를 검토해 140쪽 분량의 보고서를 냈는데, 결론은 "미국의 아프간 재건 사업의 일부는 성공적이었지만 너무 많은 실패로 점철됐다"는 것이었다. 탈레반이 아프간의 수도 카불을 점령한 다음날 나온 이 보고서는 왜 미국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탈레반이 사실상 정권을 탈환할 수 있었는지 보여준다.

미 공군의 폭격, 탈레반 충원을 오히려 도왔다

이 기구는 일차적으로 미국이 군사적 개입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위한 "일관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지만, 기관들 사이의 책임 분담에 실패했으며, 이는 기본적으로 "전혀 타협적이지 않은 아프간"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기인했다고 지적했다.

군사적인 측면에서 전략의 실패는 현지 언론들도 지적하는 문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프간 정부군은 미군 작전을 병행하는 파트너로 구축됐는데, 미군의 기본 전투 방식인 공군의 근접 지원과 정찰.정보 수집 지원이 사라지자 아프간 군은 독자적인 전투 능력 수행이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공군력을 동원한 '탈레반 소탕 작전'은 예기치 못한 부작용도 낳았다. 컬럼비아대 객원교수이자 독립 저널리스트인 아즈맛 칸은 17일 <데모크라시 나우>와 인터뷰에서 "미 공군의 폭격은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발생시켰고, 가족을 잃은 이들 중 일부는 미군에 복수하기 위해 탈레반에 자원 입대하는 악순환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칸은 "미국의 공군력이 아프간 정부가 실제로 갖고 있는 미미한 영향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는 있었을지 모르지만 이 나라 전체 인구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시골 지역의 민간인들이 미군의 폭탄, 공습 등을 직접 경험하고 또 한편으로는 탈레반의 공격까지 시달리게 만들었다"며 "탈레반을 싫어하는 다수의 민간인들이 이 전쟁이 끝나기를 간절히 원했고, 그 결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아프간 사정 모르는 미국, 부패와 사기로 지원금 낭비

SIGAR은 또 미국은 아프간 재건에 필요한 시간을 "일관적으로 과소 평가"하고 "신속한 지출을 우선시하는 비현실적인 일정과 목표"를 수립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아프간 정부가 민심을 얻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인 "부패"를 야기했다.

미국이 아프간에 쏟아부은 돈은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재건 사업에 20년 동안 145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런 실패의 핵심적 원인으로 '부패'가 지적되고 있다. 지난 15일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 입성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현금을 가득 채운 차량 4대와 함께 종적을 감춘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단적인 사례다.

그나마 가장 성공한 사업이라고 평가 받는 '교육'도 실상을 들여다보면 '부패'로 점철됐다고 칸은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그는 아프간 7개 지역에서 50명의 학생을 선정해 현장 조사를 실시했는데, 상당 수의 학교가 심지어 만들어지지도 않고 지원금만 착복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 곳은 사라진 학교도 있었는데, 알고 보니 지역의 악명 높은 경찰서장이 학교를 개교하겠다고 신청을 했고, 실제로는 학교를 짓지도 않고 지원금만 3년 동안 챙겼었다. 아이들은 인근 모스크에서 이슬람식 종교 교육을 받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SIGAR은 "미국 정부는 아프간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고, 때문에 아프간에서 적절한 시기에 적임자를 사업 파트너로 구하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 아프간의 수도 카불의 미국 대사관을 점령한 탈레반 전사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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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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