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얼마나 많은 미군이 아프간 투입돼 더 목숨을 잃어야 하나"

"내 결정 전적으로 지지...탈레반 점령, 예상보다 빨리 전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내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오후 백악관 연설에서 텔레반이 지난 15일 신속하게 카불을 점령하고 사실상 정권을 인수한 상황과 관련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전개됐다"며 급변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시인했지만 철군 결정 자체는 옳았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은 "우리가 어떻게 아프간에 갔는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상기시키고 싶다"며 "20년 전 아프간에서 시작된 미국의 임무는 국가 건설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군은) 2001년 9월 11일 우리를 공격한 알카에다가 아프간을 공격 기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명확한 목표를 갖고 아프간에 갔다"면서 "우리는 오사마 빈 라덴 사냥을 포기하지 않았고 해냈다. 이건 10년 전의 일"이라고 이미 목표를 완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빠르게 도망간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 등 아프간 지도자들이 아프간 군대가 탈레반과 맞서 싸울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그러지 않았다면서 "아프간이 전혀 의지가 없는데 미군이 대신 싸워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얼마나 많은 미군들이 아프간에 투입돼 더 많은 목숨을 잃어야 하냐"고 반문하면서 미국의 국익이 없는 곳에서 싸우는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미 자신의 전임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레반 세력에게 2021년 5월까지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약속했고 자신은 이를 관철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이를 철회하려면 탈레반과 전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항변했다.

바이든은 현재 아프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혼란상에 대해 "매우 슬프다"고 말했지만 이런 일은 "5년 전의 아프간에서도, 15년 후의 아프간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 백악관에서 최근 아프간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공화당 "전 세계 테러리스트들의 승리"...민주당 일각에서도 비판

바이든의 이런 항변에도 불구하고 최근 아프간 사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민주당과 공화당 양쪽에서 모두 나오고 있다.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바이든의 연설 직전 "아프간의 몰락은 미국의 당혹스러움이자 전 세계 테러리스트들의 승리"라고 말했다. 매코넬은 미국의 철군 결정이 궁극적으로 "아프간의 여성과 아이들을 이 야만인들(탈레반)에게 버렸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외교안보정책을 담당했던 전임 관료도 바이든이 자신의 외교안보팀을 "흔들어야 한다"며 이번 결정에 대해 비판했다. 브렛 브루언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제업무담당 국장은 <USA 투데이> 기고를 통해 바이든의 이번 결정이 "재앙"이었다면서 제이크 설리반 국가안보보좌관을 포함해 외교안보팀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바이든은 주요 외교 정책 결정을 누구와 어떻게 내리고 있는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며 이번 아프간 사태는 바이든의 국가안보팀의 의제 관리 실패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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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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