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 승인 중단' 판결 뒤집기 어렵다...이민법 통과가 유일 해법"

[인터뷰] 박동규 이민자보호교회네트워크 고문변호사

"지난 주말 판결 이후 불안을 느낀 '드리머(Dreamer)'들과 부모들로부터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박동규 이민자보호교회네트워크 고문변호사는 19일(현지시간) <프레시안>과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16일 불법 체류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인 DACA(다카, 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 관련 판결 이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미국 텍사스주 소재 연방지방법원 앤드류 해넌 판사는 16일 "다카 프로그램의 내용은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권한을 초과했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2012년 오바마 정부에서 도입한 다카는 미국에 어린 시절 불법으로 입국한 청년들에 대해 추방을 면하고 취업을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드리머'(Dreamer)라 불리는 다카 수혜자들은 현재 6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한번이라도 수혜를 받은 인원은 80만 명). 아시안 중에서는 한국 출신이 6000-8000명으로 가장 숫자가 많다고 한다.

박 변호사는 우선 미국 현지 언론을 포함해 한국 언론들도 판결 내용에 대해 잘못 전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수 언론이 '신규 접수 즉시 중단'이라고 보도했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계류 중인 신청서의 승인서 발급 중단 또는 보류'라고 해야 합니다. 신규(initial), 연장(renewal) 모두 신청서 접수는 계속 가능합니다.

이런 혼란을 불러온 원인은 판사가 '판결된 시점(7월 16일)에서 아직 승인되지 않은 케이스'를 '신규 다카 신청서(new DACA applications)'라고 규정했기 때문입니다. 통상 신규 신청이라 함은 처음 신청서를 제출하는 행위를 의미하는데, 판사가 중단해야 한다고 판결한 부분은 처음 제출한 신청서에 대한 '승인'입니다."

국토안보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에서 19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1) 다카 신분승인서와 노동허가증은 모두 만기일까지 유지된다. 2)신규 신청서와 연장 신청서는 모두 계속해서 접수를 받는다. 3) 연장 신청서는 승인서와 노동허가증 모두 계속해서 발급된다. 4)신규 신청서는 접수, 지문, 심사까지 하되 승인서와 노동허가증 발급은 중지/보류 된다.

반이민세력의 '코트 쇼핑'...트럼프 대리전 치루는 레드 스테이트

▲박동규 이민자보호교회네트워크 고문 변호사 ⓒ박동규 제공

이번 판결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고 박 변호사는 말했다.

"2018년 소송을 제기할 때부터 어느 정도 결론이 예상됐습니다. 왜 텍사스의 해넌 판사에게 갔을까요? 전문용어로 '코트 쇼핑'(법정 쇼핑, 자신이 원하는 판결을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특정 지역과 판사를 염두에 두고 소송을 제기한다는 의미)이라고 부릅니다. 1심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판결을 받아내면 항소법원,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 판결에서 판사는 법은 입법기관인 의회에서 만들어야 하는데 다카는 행정부에서 만들었으니 불법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민법은 국가안보, 인권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엄청 많이 이민법 관련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판결이 나온 직후 '실망스럽다'고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연방법원 1심은 판사 1명, 2심은 판사 3명, 대법원은 판사 9명이 판결을 내립니다. 상급 법원이 통상적으로 더 보수적이고, 특히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정부 때 3명의 대법관을 임명하면서 판사들의 정치성향이 보수가 6명, 진보가 3명이 됐습니다. 항소법원, 대법원에서 이길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입니다."

이번 소송은 텍사스를 포함해 앨라배마, 아칸소, 캔자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네브라스카, 사우스 캐롤라이나, 웨스트버지니아 등 공화당이 집권한 9개주에서 제기했다. 이들 '레드 스테이트'들은 반이민 만이 아니라 선거법 개악, 낙태 금지, 비판적 역사(인종주의) 교육(Critical Race Theory) 금지 등 트럼프식 정치 어젠다로 바이든 정부에 맞서고 있다. 트럼프의 '대리전'을 치루는 셈이다.

"이번 판결을 포함해 트럼프가 제기한 이슈들과 관련해 큰 틀의 전략을 짜는 단체가 '아메리카 퍼스트 리걸'이라고 들었습니다. 이 단체를 만든 이가 바로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고문입니다. 밀러는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을 주도한 사람입니다."

바이든 이민 개혁안, 의지는 분명하지만 민주당 단속이 중요

박 변호사는 결국 현재 의회에 계류 중인 이민 개혁 법안을 통과시키는 방법이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 주류세력은 집권 후 지금까지 상원에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을 포섭해 초당적 법안으로 이민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었다.

"제 입장에선 바이든 정부의 전반적인 국정 운영에 대해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민법안에 대해서는 그럴 수 없습니다. 뒤늦은 감이 있지요. 앞으로 1-2주가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공화당에서 단 한명도 다카 드림법(다카 수혜자들이 3년 안에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법)에 동의한다는 의원이 없습니다.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 내에서 초당적으로 이민법안 통과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지난주에서야 내려졌습니다. 이들도 이민법 개혁 세력과 민주당 진보진영 내에서 주장해왔던 예산조정안에 이민법안을 연계해 통과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합니다. 버니 샌더스 의원이 상원 예산위원장이므로 민주당 상원의원 전원이 찬성하면 법안 통과가 가능합니다. 민주당에서 가장 오른쪽이라고 할 수 있는 조 멘친 상원의원(웨스트 버지니아)은 드림법안에 대해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든과 민주당의 이민개혁법안 통과 의지는 분명하다고 보여집니다. 문제는 1100만 명 서류 미비자들 중에 어디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입니다.

법안 통과를 위해선 '집안 단속'이 중요합니다. 상원에서 민주당 의원 50명 중 단 한명이라도 떨어져나가면 통과가 안 됩니다. 또 하원도 안심하기 어렵습니다. 민주당에서 3명이 이탈하면 무산이 됩니다."

박 변호사는 앞으로 1-2주 안에 결정날 이민개혁법 통과를 위해 이번 주 수요일(21일) 백악관과 의회에 전화 걸기 캠페인과 오는 23일 뉴욕 맨하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당사자들이 입게 될 피해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다카 신청자들 중 승인 보류로 현재의 체류 지위가 불안정해지고 해고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운전면허증 갱신도 안됩니다. 이들 청년들에겐 인생이 걸린 문제입니다. 이번 판결이 의회에서 드림법안을 포함한 이민개혁법안이 조속히 통과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 16일 다카 관련 판결을 앞두고 '드리머'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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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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