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에 분노한 교수들 "진상 규명해야"

서울대 민교협, 학교 측에 진상조사단 구성과 재발방지대책 마련 요구

'시험 갑질'을 당하다 서울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청소노동자 이모 씨와 관련해 서울대학교 교수들이 학교에 공동진상조사단 구성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는 8일 발표한 성명에서 "서울대에서 다시 한번 청소노동자가 사망하는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다"며 "2년 전인 2019년 8월 공과대학에서 근무하던 60대 청소노동자가 열악한 휴게공간에서 휴식 중 사망한 사고에 이어 지난 6월 26일 50대 청소노동자가 학교 내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보도에 따르면, 사망한 노동자는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쓰레기 양이 늘어 지난 1년 6개월간 평소 100리터 쓰레기 봉투를 매일 6~7개 날라야 하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며 "또한 노동자의 안전, 업무와 무관한 단정한 복장의 요구, 직무에 불필요한 시험의 실시 등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2019년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관계 도는 지위의 ‘우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서고,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경우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된다며 "이번 청소 노동자의 죽음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지 철저히 규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대에 △ 직장 내 괴롭힘이나 산재 여부를 판정할 공동진상조사단 구성 △ 현장관리자에 대한 노동권과 인권교육 강화 △ 학교와 노조의 대화를 통한 재발방지대책 마련과 이행 모니터링을 요구했다.

끝으로 이들은 "우리 모두는 이번 사건이 코로나19로 희생을 강요당한 대학구성원이 겪은 비극임을 깊이 인식하고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였던 이 씨는 지난달 26일 서울대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이후 이 씨의 유족과 동료들은 지난달 1일 관리자 A씨가 부임한 뒤 이 씨를 비롯한 청소노동자들이 서울대 기숙사 측의 갑질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유족과 동료에 따르면, A씨는 청소노동자들에게 '기숙사 개관 연도', '조직의 정확한 명칭' 등을 묻는 시험을 보게하고 점수를 공개했다. 회의에 '단정한 복장'이 아닌 작업복을 입고 참석했다는 이유로 '평가 점수를 깎겠다'고 하기도 했다. 청소노동자들이 제초작업이 힘들다고 호소하자 '평일 근무시간을 줄여 임금을 깎고 그 돈으로 제초작업을 외주주겠다'고 한 일도 있었다.

이밖에도 이 씨 동료들은 지난달 21일부터 서울대 기숙사 측이 행정실장, 부장, 팀장 등 3, 4명의 팀을 구성하고 청소 상태 검열을 시작해 스트레스와 압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들이 풀어야했던 시험지. ⓒ민주일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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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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