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방일'에 대한 일본의 '말 못할' 속내는?

[우수근의 아시아 워치] 문 대통령 방문이 달갑지 않은 일본

문재인 대통령의 도쿄 올림픽 방일을 둘러싸고 일본 정부의 고민이 깊어만 가는 것 같다. 원래라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외국 정상이 방문하여 축하해 주는 것이니, 버선발에 달려 나가 환영할 일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외국 정상의 참가가 많지 않을 것 같은 도쿄 올림픽임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을 둘러싼 일본 정부의 자세는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적잖이 미온적인 것 같다. 왜 그럴까?

청와대에 의하면, 도쿄올림픽 개막식에 맞춘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 문제는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또 그 성과가 예견된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박수현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7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기왕 가신다면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 갈등이 풀리는 성과가 있으면 좋지 않겠나"라는 기대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의 방일 조건으로, 사실상 스가 총리와의 정상회담과 전향적 성과 등을 내걸고 있는 것인데,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같은 자세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올림픽에 정상이 직접 방문하여 축하해 주고 또 양국 간 현안을 논하며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지사지(易地思之) 해 보면 현재의 일본에게는 이것이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있다. 스가 총리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도쿄 올림픽의 원만한 개최와 이를 위해 코로나 19의 악영향을 최대한 줄이는 데 온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스가 총리가 이를 달성해야만 가을 무렵으로 예정된 중의원 선거 등에서 집권 자민당이 다시 승리할 수 있고, 또 그래야 다시 총리로 재집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장미빛 청사진은, 이렇다할 개선의 징후가 보이질 않는 코로나19 등으로 위태위태하기만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대통령이 방일한다면? 예의상이라도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청와대가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한일 간의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매우 복잡다단하게 얽히고 설킨 위안부 및 강제 노동 피해자 문제 등과 같은 한일간의 갈등은 그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 부분에서 또 다시 역지사지해 보면 바로 이 곳에 우리 대통령을 '회피하고 싶은' 스가 총리의 고민이 깃들여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스가 총리가 현 시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면, 그렇게 하지 않기로 합의하지 않는 한, 거의 틀림없이 한일 간의 갈등 현안 등에 대해 논하게 될 것이다. 이는 첩첩산중에서 한 오라기 빛이라도 절실하기만 한 스가 총리에겐 설상가상이요, 불난 집에 볏짚을 들고 들어가는 격일 수 있다. 현 시점에서 한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얻을 것은 하나 없고 오히려 잠시 잠잠해진 벌집을 건드리는 듯한 결과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속에서 일본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올림픽 방일에 대해 끙끙 앓다시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속 사정을 모르는 대내외 사람들로부터 "아니, 환영해야 할 일을 가지고 왜 저렇게 꽁하고 있는가?"라는 비난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본 정부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하고 있지만, 사실은 이 순간에도 '일본 때리기'를 즐기고 있는 게 아닌가. 상대방이 수용하기도 거절하기도 쉽지 않게 압박하고 있으면서 관계 개선을 바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현재, 한일 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좋지 못하다. 상호 신뢰의 붕괴 속에 선의에 의한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 또한 오히려 또 다른 오해와 갈등의 소지로 비화될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와 같은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까?

어느 일방이라도 먼저 담대하며 대국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이는 우리가 하고자 한다면, 당장 코 앞에 닥친 도쿄 올림픽부터 솔선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문재인 대통령의 도쿄 올림픽 방문 그 자체는 일본도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정상회담의 의제 등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의 이러한 고민을 우리가 대승적으로 풀어주는 것이다.

"이번 방일은 순수하게 이웃 나라 일본이 오랫동안 준비해온 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기 위한 차원이다. 따라서 스가 총리의 여러 정황상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아도 무방하다, 혹은 정상회담을 하더라도 이번에는 일체의 민감한 현안 등은 배제한 채 민간 교류 확대나 미래세대 교류 확대 등과 같은 밝고 미래지향적인 논의만 하는 건 어떨까? 그러니 마음 편히 먹고 대한민국 대통령의 '경축 올림픽 개최 방일'을 잘 검토해 보길 바란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성사되면, 또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이다.

너무 '나이브'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라면 일반적이지 않은 대처 등도 고려해 봄직할 것이다. 진정으로 한일 관계 개선을 원하는 방일이라면, 이와 같은 작은 발상의 전환이라도 불쏘시개의 하나로 삼는 전향적인 자세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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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

우수근 교수는 일본 게이오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미네소타대 로스쿨을 졸업했습니다. 상하이 화동사범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거친 뒤 상하이 동화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저서로는 <미국인의 발견>, <캄보디아에서 한‧일을 보다> <한국인 우군의 한‧일의 장벽이란 무엇인가>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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