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코로나 독립'은 과연...백신 거부하던 환자, 코로나로 사망 전 "백신 맞으세요"

바이든 정부, 독립기념일 맞아 "코로나 독립" 선언하려 했지만...

"나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접종에 대해 회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7월 중에 가족들과 함께 백신을 맞으세요."

지난 6월 코로나19로 병원에 실려온 뒤 중환자실에 입원해 투병하던 미주리주에 거주하는 42세의 백인 남성 러셀 테일러 씨는 안타깝게도 지난 7월 1일 사망했다.

미주리주는 미국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가장 낮은 지역(7월 4일(현지시간) 현재 완전 접종 36.5%, 1회 이상 접종 45.3%) 이다. 미주리주는 최근 미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미주리 켄자스시 지역신문 <켄자스시티 스타>에 지난 2일 보도된 테일러 씨의 사연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이들에게 코로나19, 특히 델타 변이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보여준다. 테일러 씨는 코로나19로 병원에 입원해 삽관이 필요할 정도로 증세가 계속 악화됐으며, 병원에서 그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이들에게 생각을 바꿀 것을 권하는 영상을 찍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추정에 따르면, 미주리주는 델타 변이의 감염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며 최근 입원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미주리에서 6개의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콕스헬스에 따르면, 최근 이 병원의 56명의 환자 중 50명이 델타 변이에 감염된 환자였다.

이 병원의 코로나 대응 담당 부책임자인 애슐리 킴벌링 카사드는 낮은 백신 접종률이 급증한 입원률에 분명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입원 중인 대부분의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지역의 스톤 카운티 보건부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근 코로나19로 입원한 12명의 카운티 주민들 중 11명이 백신 접종을 받지 않았다"며 백신 접종을 독려했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회의적이던 테일러 씨는 이 영상에서 이제는 백신을 맞고 싶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그는 지난 7월 1일 사망했다. ⓒ<켄자스시티 스타> 화면 갈무리

미국, '독립기념일 전까지 성인 70% 1회 이상 접종' 목표 실패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하면서 코로나 백신 접종 속도를 높여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집단 면역을 달성해 팬데믹 이전의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최우선적인 국정 과제로 발표했다. 특히 독립기념일(7월 4일)까지 성인 인구의 70%가 적어도 한번 이상의 접종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미국 CDC에 따르면, 성인 인구의 67.1%가 백신을 한번 이상 맞았다. 전체 인구의 54.8%가 한번 이상 접종을 받았으며, 43.5%가 접종을 완료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접종률보다 더 큰 문제는 미주리주처럼 현저하게 접종률이 떨어지는 지역에서 빠른 속도로 델타 변이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카운티의 최신 백신 접종 수치에 기반해 5분위로 나눠 백신 접종률을 분석한 결과 지난 2월에 백신 접종률이 가장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의 격차는 2%포인트에 불과했는데, 지난 6월 27일 기준으로 이 격차는 32%p까지 커졌다.

미시시피(완전 접종률 28.0%), 앨라배마(30.5%), 루이지애나(32.0%), 테네시(35.2%), 조지아(34.7%), 미주리(36.5%), 사우스캐롤라이나(36.1%) 등은 백신 접종을 완료한 비율이 다른 주들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백신 접종률이 가장 떨어지는 카운티 그룹의 접종률은 24%에 불과했다. 게다가 백신 접종 속도도 이전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이유는 종교적인 신념(일부 보수적인 기독교 목사들이 백신 접종을 하지 말 것을 권한다)과 정치적인 이유('큐어넌' 등 트럼프를 지지하는 일부 음모론자들) 등이다. 의료보험 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백신 접종이 공짜라고 하지만 추후에 비용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백신을 맞지 않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바이든, 독립기념일 맞아 "코로나 독립" 선언하려 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에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독립기념일을 맞아 연설했다. 이날 연설회 이후 내셔널몰에서 펼쳐지는 독립기념일 축하 불꽃놀이도 백악관에서 관람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필수 노동자 및 군인 가족 등을 1000명이 초청됐다.

바이든은 이날 "코로나 독립"을 선언할 예정으로 알려졌지만, 당초 백신 접종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가운데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어 "독립"을 말하기엔 아직 시기 상조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한발 물러선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은 "245년 전 우리가 왕조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다면, 오늘 우리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는 데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함께 바이러스를 극복하고 있다"며 "지난해 우리가 가장 어두운 날들을 살았다면 이제 곧 가장 밝은 미래를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전역에서 매년 독립기념일에 펼쳐지는 불꽃놀이는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 취소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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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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