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임기말 다룬 '산사태' 출간 예정..."그는 진짜로 대선 뒤집으려 했다"

<화염과 분노> 작가 마이클 울프 신간..."트럼프 참모 일부는 의회 폭동 사태 키우자고 주장"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임기말 혼란상, 특히 1월 6일 의회 무장 폭동 당일 백악관에서 일어난 일을 폭로한 책이 조만간 발간될 예정이다.

트럼프 정부 임기초 난맥상을 고발한 베스트셀러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를 쓴 작가 마이클 울프(Michael Wolff)는 <산사태>(Landslide)라는 제목의 책을 내달 출판할 계획이다. <뉴욕>(복스 미디어가 발행하는 잡지)는 이 책의 일부 내용을 온라인을 통해 28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울프는 이 책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을 포함한 백악관 참모들 다수가 지난 1월 6일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을 통해 대선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는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트럼프 개인 변호사)의 주장을 믿고 있었으며, 이날 오후 의회 폭동이 일어나기 전까지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고 밝혔다.

울프는 다만 트럼프 지지자들이 일으킨 의회 폭동이 트럼프 진영에서 치밀하게 계획된 것은 아니라고 봤다. 트럼프 백악관은 의회 무장 폭동 발발 직후 매우 안이하게 대응하다가 사태가 커지자 크게 당황했다. 트럼프는 "그들은 우리 사람들이 아니다. 민주당 지지자들 같다"고 측근에게 말하기도 했다.

"그것(의회 폭동)이 정부 전복 시도였을 지라도, 이는 실패했을 뿐 아니라 전략이나 전술도 없었고 무작정 참여한 이들 중 리더도 정해져 있지 않았다. 무질서는 트럼프의 속성 중 하나였는데, 이제 그의 지지자들도 그렇게 됐다."

"트럼프는 임기 내내 웨스트윙 계단을 오른 적이 없다"

울프는 또 트럼프가 임기 내내 다수 보좌관들이 근무하는 웨스트윙 2층에 한번도 가지 않았다며 그와 음모론적 시각을 같이 하는 극소수의 참모들에게만 의지해 국정을 운영했다고 평가했다. 고령의 나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했다. 울프는 "웨스트윙 이층에서 일하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계단을 오른 적이 없기 때문에 트럼프를 상대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며 "어느 정도의 배제는 물론 보호를 의미했다"고 썼다.

트럼프는 지난 3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 계단에서 넘어졌을 때, 이례적으로 바이든을 옹호하고 나섰었다. 이 장면은 언론을 통해 크게 보도되면서 78세 고령인 바이든의 '건강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낳았다. 그러나 트럼프는 당시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바이든 비판에 동조하지 않았다. 자신도 2020년 6월 웨스트포인트(사관학교) 졸업식 때 경사로를 매우 느리게 내려오면서 비틀거려 '건강 이상설'이 제기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도 당시 상황에 대해 "경사로가 매우 미끄러웠다"고 해명한 바 있다.

"트럼프, 주정뱅이 줄리아니 말 듣고 펜스가 선거 결과 뒤집을 거라 믿었다"

트럼프와 주변에 남아 있던 참모들은 거의 대부분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회의를 통해 바이든 승리를 승인하는 날인 1월 6일까지 대선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당시 술을 많이 마셨고, 이로 인해 자주 흥분 상태가 되거나 때론 광적인 상태가 되는 줄리아니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부통령은 이걸 할 수 있다. 이는 팩트다"라며 펜스가 의회 승인 과정에서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상하원 합동회의 전인 1월 4일 펜스를 불러 선거 결과를 승인하지 말 것을 압박했고, 다음 날 전화를 걸어 "당신은 애국자와 겁쟁이 중에 뭐가 되고 싶냐?"고 물었다.

그래서 TV 생중계를 통해 펜스가 6일 낮 12시 30분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애리조나 선거인단 선거 결과에 불복하지 않고 승인하는 것을 보고 제이슨 밀러 보좌관은 "이런 제기랄"이라고 외쳤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 앞에 모인 지지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우리는 의회로 갈 것이다. 나는 거기에 당신들과 함께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설 내용을 듣고 깜짝 놀란 마크 메도우 백악관 비서실장이 트럼프에게 연설 직후 "의사당까지 함께 행진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무슨 의미냐"고 묻자 트럼프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말한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의회 폭동 당시 일부 참모는 '좌파'들의 소행이라고 사태를 키우자고 주장했다"

울프는 또 1월 6일 의회 무장 폭동 직후 트럼프를 포함한 백악관 참모들은 매우 안이하게 생각했다고 썼다. 일례로 트럼프의 딸이자 수석보좌관이었던 이방카 트럼프는 무장 폭동을 "여론 문제"라고 말하면서 폭동 사태보다 자신의 아이들이 플로리다에 있는 사립학교에 입학하는 문제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었다고 울프는 썼다. 이방카는 결국 이날 오후 3시 15분경에 트위터를 통해 폭도들에게 평화로울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올렸다가 지웠다.

트럼프는 이날 폭동 발생 후 참모들과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했는데, 세 가지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첫째, 트럼프가 입장을 가능한 빨리 밝혀야 한다. 상황이 심각해질 것 같다. 둘째, 트럼프 본인의 의견이기도 한데, 이 사태는 그의 잘못이나 책임이 아니며 이를 유도하는 어떤 발언도 하지 않았다. 셋째, 이 사태를 진정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발언을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켜야 한다. 2017년 트럼프 집권 직후 버지니아 샬롯빌에서 일어났던 무장 충돌을 다시 조장하자는 의견이었다. 이들은 "미친 좌파"와 "ANTIFA(극좌파)"들이 의사당에 공격을 가했다며 'MAGA(트럼프 지지자들을 지칭)'들의 결집을 촉구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자고 제안했다. 이는 트럼프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날 의회 폭동 발생 소식이 알려진지 약 35분 만에 트위터를 통해 지지자들에게 "평화"를 촉구했다. 이어 폭동이 시작된지 2시간 넘게 지난 오후 4시 17분에 동영상을 올려 지지자들에게 "사랑한다"며 "집으로 돌아가라"고 촉구했다.

트럼프는 이날 저녁 7시께 밀러 보좌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끔직해 보인다. 이 사람들은 누구냐? 이런 옷을 입은 멍청이들은 우리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은 민주당원처럼 보인다"며 사태를 걱정했다. 트럼프는 "언론들은 내가 (백악관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들이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냐? 미쳤다"고 말했다고 울프는 전했다.

울프의 신간은 오는 7월 27일 출간될 예정이다. 그는 이 책을 쓰면서 트럼프와 통화도 했다고 ABC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트럼프는 <화염과 분노>가 출간됐을 때, 책 내용에 격분해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기도 했다.

▲마이클 울프의 신작 <산사태>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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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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