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 처벌하면 만사 끝?...성차별 끊어내는 게 폭력 근절의 전제"

[차별의 평범성 드러내기] ① '평등의 에코-100(echo-100)' 참여한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평범하게 흘러가던 어느 날, 평범함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평범함'이란 게 대체 뭘까. 나는 평범한가, 평범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가. 평범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평범한가. 반대로 평범하지 않은 건 노력이 부족해서인가, '비정상적'인 건가.

'평범'이라는 단어가 평범하지 않게 들린 건 지난 5월 말이었다.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시작됐을 때, 청원 이유에 들어있던 '평범함을 빼앗긴 사람'이란 문구에 꽂히면서다.

청원은 지난해 동아제약 채용 성차별 사건을 알린 당사자 A 씨가 작성했다.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참여한 '평등의 에코-100(echo-100)' 캠페인이 출범했다. 인권시민사회단체, 종교계, 문화예술계 등 다양한 영역에 있는 100명의 사람들이 지지를 선언하며 국민동의청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A 씨가 면접에서 겪은 사건이 차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으로 이어졌듯이 100명의 사람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경험으로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5월 25일부터 시작된 '차별금지법 제정하자! 10만행동'의 결과는 약 3주만에 나왔다. 차별금지법 제정 국회청원이 10만 명을 돌파했다.

형사사건인 디지털 성범죄부터 누구에게나 똑같이 다가오는 죽음, 뭐 같은 밥벌이 때문에 견디는 직장갑질, 저 멀리 북극곰만의 문제인 것 같은 기후위기와 '오늘이 제일 싼' 집 문제 등등. 평범하게 흘러가는 일상은 사실 평범해선 안 될 이야기로 굴러간다.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묘하게 같은 이야기로 들린다면 이제 합의가 아니라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뜻일 거다.

<프레시안>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는 100명의 선언 '평등의 에코-100(echo-100)'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각자가 고민한 차별에 대해 물었다. <프레시안>은 '평등의 에코-100(echo-100)'에 참여한 시민들을 릴레이로 인터뷰 해 싣는다.편집자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한사성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다. 인권단체로는 비교적 최근인 2017년에 만들어졌고 최근 가장 바쁘게 활동하는 단체이기도 하다. 불법촬영물이 '몰카'라고 불리던 때. 그게 범죄라는 인식도, 촬영물 속 여성이 '피해자'라는 인식도 없을 때부터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야말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온라인공간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사건이 알려지면서 여러 대책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기존의 법과 제도로는 해결이 어려운 부분이 많다. 피해의 유형이나 성격도 기존의 방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이 문제에 관심이 없거나 이해를 못한다. 피해자들은 법과 제도의 공백 속에서 성폭력 피해자라는 이유로 또 다른 피해를 경험한다. 서승희 한사성 대표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개별 범죄를 관통하는 하나의 폭력과 차별의 관계가 보인다.

프레시안 : '평등의 에코-100'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서승희 : 오랫동안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한사성도 이전부터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마음이 있었다. 이번에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 법 제정을 대대적으로 준비한다는 걸 알고 한사성도 연대에 함께하겠다고 먼저 말씀드렸다. 그 과정에서 차제연에서 한사성에 에코-100 참여를 제안했다.

프레시안 : 범죄는 처벌을 강화하면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성범죄와 차별이 어떤 관련이 있나.

서승희 : 강력한 처벌은 중요하다. 그게 예방적 효과를 갖기도 한다. 여성이 존엄한 인간이 아니라 성적인 도구나 거래 가능한 존재로 읽힐 때, 그런 차별이 계속 존재할 때 이 폭력은 근절되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차별금지법이 여성에 대한 모든 차별을 걷어내고, 모든 인간이 존엄한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본다.

폭력과 차별은 매우 깊이 결부돼있다. 차별에 대한 감수성이 낮은 사회는 폭력을 폭력이라 읽지 못한다. 그래서 차별금지법 제정은 당연히 폭력의 근절을 위해 중요한 전제라 생각한다.

프레시안 : 최근 몇 년 동안 '텔레그램 n번방' 등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많이 알려지고 공분을 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불법촬영도 장난이나 사소한 일로 여겨졌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어떤가.

서승희 : 범죄 인식이 많이 확산됐다고는 생각한다. 대국민 설문조사를 해서 '촬영물을 이용한 성폭력 괜찮습니까, 나쁩니까', 혹은 '유포된 피해촬영물 보는 거 괜찮습니까, 문제 있습니까' 하면 다들 문제 있다고 답변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 중요한 화두가 됐었던 사건들, 촬영물 이용 성폭력 사건이 계속 다뤄지고 많은 사람의 공분을 사면서 아주 기본적으로 이게 나쁜 일이다, 잘못된 일이라는 사회적 합의는 이루어졌다, 분명 범죄라는 인식은 만들어진 듯하다.

그런데 피해자가 경험하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사성이 지원하는 텔레그램 성착취 박사방 피해자 중 한 사람은 직장에서 해고를 두 번이나 당했다. '당신이 그 성착취 사건의 피해자라는 걸 알고 나서 같이 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건에서의 피해자도 '당신의 영상이 너무 많이 유포됐다. 섹스비디오 주인공이 우리 회사에서 근무하는 건 회사 명예를 실추한다'며 해고당했다.

프레시안 : 낙인찍고 배제하고, 피해자는 고립되고 다른 피해로 이어진다.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차별적인 인식은 여전하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서승희 : 대국민 설문조사를 하면 다들 디지털 성범죄가 나쁘다고 할 것이다. 그 결정을 했던 그 회사 사람들도 나쁘다 할 것이다. 그렇지만 피해자가 경험하는 세상은 이 폭력에 대한 이해조차 없다. 우리 사회는 피해자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그런 여자'라고 낙인찍고 공동체에서 배제한다. 피해자는 이런 방식의 고정관념과 차별을 계속 경험한다.

이 폭력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피해자에게 왜 그랬는지, 왜 이런 사건을 당하게 됐는지 등 피해자를 향한 '와이(why)'를 걷어내고 피해자와 연대하고자 하는 힘들이 훨씬 더 많이 길러져야 한다.

프레시안 : '촬영물을 이용한 성폭력'이라는 형태가 알려진 지도 오래되지 않았다. 디지털 성범죄만의 특수성이 있나.

서승희 : 특수성은 굉장히 많다. 폭력이 발생하는 장소가 온라인공간이라는 점에서다. '촬영물'을 이용한 성폭력보다도 '온라인공간을 경유'하는 성폭력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하자면 온라인공간의 특수성이 폭력에도 그대로 반영된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 한번 피해촬영물이 유포됐을 때 아무도 개입하지 않으면 시간이 영속적으로 폭력이 지속된다. 공간적 제약이 없어서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사건의 피해촬영물이 해외에서 거래되거나 외국여성의 피해촬영물이 한국남성에게 소비된다. 국경이나 시간의 제한 없이 피해회복이 어려운 형태로 폭력이 확장된다.

익명성이 강하단 것도 특징이다. '온라인공간은 익명성이 강하다'는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폭력의 가해자가 누군지 특정하기 어렵다. 형사나 민사 등 제도권 내에서 피해회복 시도가 불가능한 사건이 많아지고 있다.

프레시안 : 아까 말한 '폭력에 대한 이해'와 연결되는 듯하다.

서승희 : 촬영물을 이용한 성폭력은 누군가에게 보여지거나 재현되는 것 자체가 성폭력을 구성한다는 특징이 있다. 피해자들은 단체의 사건 지원과정, 사건 해결하기 위한 시도 과정에서도 불편감을 느낀다. 지원자에게 증거물을 보여준다거나, 경찰에 증거물을 제출하고 법원에서 증거채택하고 열람하는 과정이 성폭력 사건이 아님에도 피해감을 느낀다. 증거물 자체를 다루는 방식도 피해자에게 그 성폭력 자체의 재현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특성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특성은 가정폭력이나 오프라인공간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등 전통적으로 여성폭력이라 불렸던 사건은, 성매매를 제외하면, 성폭력으로 돈을 번다고 상상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촬영물을 이용한 성폭력의 경우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근절이 어려운 중요한 축이라 생각한다.

온라인공간을 통한, 촬영물을 이용한 성폭력은 이전에 다뤄진 여성폭력과 기본적인 뿌리는 같지만 사건 속성이 다른 특수한 지점이 있다.

프레시안 : 폭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말은 곧 피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 여러 대책이 나왔는데 어떻게 보고 있나.

서승희 : 최근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시민 모니터링단'을 운영한다. 시민 모니터링단이 온라인에 유포된 피해촬영물을 찾아 신고하는 방식이다. 한사성도 여기에 문제제기한 적이 있는데, 이런 방식 또한 폭력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나온 대책이라 생각한다.

국가가 이 폭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은 모니터링과 삭제다. 그런데 불특정다수의 시민을 대상으로 온라인상 촬영물을 찾아 신고하게 하는 방식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아까 말했듯이 이 폭력은 누군가에게 보여지고 재현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시민 모니터링단은 이 폭력의 근절을 위해 활동하는 분들이지만 피해자들의 감각은 다르다. 피해자들은 직접 지원해주는 지원자에게 증거영상물을 보내는 것조차도 어려워하고 힘들어한다. 그런데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나의 피해촬영물을 찾아다니고 그걸 확인하고 신고한다는 게 과연 피해자를 위한 것인가.

프레시안 : 빈 병 가져오면 하나당 얼마씩 주는, 예전에 쥐 잡아오면 한 마리당 얼마씩 주던 게 생각난다. '불법촬영물 몇 건 신고'라는 수치는 만들어질 수 있어도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의미인가.

서승희 : 무엇보다 불특정다수의 시민에게 봉사시간이나 알바비 같은 약간의 보상을 주면서 피해촬영물을 찾아다니게 하는 것 자체가 디지털 성범죄 근절에 얼마나 효율적일지 의문이다.

온라인상에서 피해촬영물을 발견하고 신고한다고 촬영물이 삭제되는 게 아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다. 어딘가에 저장된 촬영물을 삭제할 수 있는 권한도 국가에 없다. 아이피 우회하면 바로 접근 가능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방심위도 피해촬영물이 올라오는 웹사이트를 이미 대부분 알고 있다.

또 피해촬영물을 보는 사람에 대한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다. 모니터링은 이미지적으로 폭력적인 사건에 노출되는 활동이다. 반드시 트라우마를 동반한다. 정식으로 채용했거나 꾸준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등 관리감독이 된다면, 그런 트라우마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비전문가 시민 개인이 개인적인 공간, 이를테면 집에서, 무방비로 모니터링하는 건 선의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한다. 한사성은 계속 모니터링단을 지자체가 직접 고용한다든가, 관리감독할 수 있는 팀을 구성해서 대응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한사성

프레시안 : 디지털 성범죄는 새롭게 등장하는 '신종 범죄'라고 한다. 폭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도 그 때문이라 생각된다. 기술은 계속 발달하고 범죄도 점점 진화하면 아예 근절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 새로운 범죄 형태가 등장할 때마다 피해를 설명하고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데, 생각만으로 지친다.

서승희 : 기술적 문제에 천착하면 답이 없게 느껴진다.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지금은 알 수 없는 엄청난 기술이 나오고, 범죄는 손을 쓸 수 없고. '세계의 발전은 예측할 수 없고, 폭력은 통제할 수 없기에 인간은 어쩔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표현은 무력감이나 자조 섞인, 혹은 폭력의 핵심을 다루지 못하는 말이라 생각한다.

저는 결코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기술을 도구로 해서 범죄가 발생하긴 하지만 이 폭력의 뿌리는 차별과 혐오다. 거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범죄의 형태 자체는 어떤 도구를 쓰느냐의 차이이다.

프레시안 : 기술의 발전 자체는 가치중립적이고, 문제는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서승희 : 디지털 성범죄의 핵심을 파고들면 포르노그래피의 문제로 이어진다. 포르노그래피는 오래된 산업이다. 여성을 성적인 도구로, 혹은 여성폭력을 섹시한 것으로 환원하는 포르노그래피의 문법이 우리 사회에 익숙해지고 그걸 소비하는 게 성인 남성에게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는 상황. 디지털 성범죄를 구성하는 중요한 배경적 조건이다.

여기에 기술이 발전해서 누구나 촬영물을 만들 수 있는 기기를 소지할 수 있게 된 거다. 포르노그래피를 보기만 하던 남성 개개인이 스스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성범죄의 핵심은 기술적으로 엄청난, 비약적인 발전이 아니라 그걸 이루는 근간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포르노그래피로 확장되니, 옛날엔 피해촬영물을 보는 게 성폭력이라는 생각도 안 하지 않았나. 피해자에게 "그거 좀 보였다고 난리냐"는 식의 반응이 왜 나왔는지 알 것 같다.

서승희 : 촬영물에 의한 성폭력은 살아있는 여성에게 직접적, 물리적으로 가해지는 폭력은 아니다. 하지만 여성을 어떤 방식으로 치환하는가. '여성'이라는 존재가 개인이 가진 신체와 다른 방식으로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가. 여성을 인격을 가진 동등한 인간이 아니라 성적인 도구, 거래 가능한 존재로 본다.

한사성은 이런 맥락에서 디지털 성범죄와 함께 '리얼돌' 문제도 중요한 주제로 생각하고 계속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굉장히 다른 사건이지만 분석하는 지점에서 같은 결을 가진 점이 있다. 살아있는 여성이 아니더라도 '여성'으로 읽히는 존재를 향해 폭력이 용인되고 존엄을 훼손하는 것, 이걸 사회가 어디까지 받아들이느냐는 여성 인권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디지털 성범죄는 새로운 폭력이 아니라 폭력의 새로운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디지털 성범죄만의 특성이 있는데 사건 해결 과정은 어떤가.

서승희 : 제도적인 한계가 정말 많다. 형사처리 과정만을 놓고 보면, 법이 더 보완돼야 한다는 건 제외하고서 크게 두 가지 정도를 들 수 있다.

많은 피해자가 경찰서에 갔다 오고 사건 대응 의지를 잃는다. 한사성도 그 원인을 고민하고 있는데, 피해자가 경찰서에서 직접적인 2차 피해를 당한 건 아니다. 이전에는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얼마나 몸을 함부로 굴렸으면 이런 거 찍혔냐'는 식의 직접적인 2차 피해를 입었다. 요즘은 수사기관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 교육이 이뤄지면서 2차 피해의 경험은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에 다녀오면 '내가 이걸 끝까지 할 수 있을까' 무기력해지는 피해자가 많다.

프레시안 : 폭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설명과 이어지는 것 같다.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을 반영한 제도적인 틀이 아직 부족하다는 의미인가.

서승희 : 아직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냥 단순히 경찰이 2차 가해 발언을 한다, 안 한다 차원의 문제가 아닌 건 분명하다.

주목하는 부분은 경찰은 피해자가 처음으로 만나는 공권력이라는 점이다. 피해자가 용기 내 공권력을 찾을 때 공권력은 피해자를 어떻게 대하는가. 피해자의 용기를 지지하는가. 피해자를 보호하고 피해를 회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가. 또는 성폭력 사건을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하는가. 단순히 제도적인 틀, 2차 가해 발언 이런 걸 넘어서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수사하는 경찰이 2차 가해를 한다거나 법원이 가해자에게 낮은 형량을 선고하는 문제는 많이 알려졌다. 그밖에 피해자를 침묵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지도 고민이 필요한 듯하다.

서승희 : 재판부의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다. 가해자에게 가벼운 처벌이 내려진다는 건 꾸준히 비판해온 문제다. 최근에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감형이나 참작이 쉽게 이루어진다. 조주빈도 2심에서 초범이라는 이유로 감형됐다. 조주빈의 행위가 단 한 번만 이루어진 게 아님에도 말이다.

한사성이 문제제기하고 있는 부분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촬영물이 증거로 채택될 때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영상물은 증거채택시 재판장에서 다함께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디지털 성범죄는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것 자체가 하나의 폭력으로 구성된다. 이런 특성을 반영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다.

어떤 판사는 재판장에서 촬영물을 다같이 시청해야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고 한다. 규정이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에도 똑같이 적용하는 것이다. 어떤 판사는 혼자 보고 오고, 어떤 판사는 독립된 공간에서 최소한의 사람들만 가서 확인한다. 이 부분에 규정이 없고 판사마다 중구난방이다. 촬영물을 이용한 성폭력 사건의 특성을 반영한 증거물 규정이 만들어져야 한다.

프레시안 : 한사성은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단체다. 디지털 성범죄 자체가 수면 위로 드러난 지도 오래되지 않았다. 피해자 지원활동은 어떤가.

서승희 : 한사성이 만들어지고 많이 느낀 건 없던 길을 만든다는 감각이다. 피해지원에 있어서도 그 이전에 선배 활동가들이 해왔었던 성폭력 사건과는 다른 지원과 준비가 필요했다. 피해촬영물 삭제지원도 그렇고. 상담일지 양식을 만들 때도 확인해야 하는 정보나 기록의 방식이 다른 성폭력 사건과 달라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법 제도도 이전의 법률을 준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개정하거나 신설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 지원체계도 새로 만들어야 했다. 지금은 여성가족부 산하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센터가 만들어졌다.

새롭게 만들어가는 활동들에 어려움과 보람이 동시에 있었다. 초반엔 수사기관이나 사법부 모두 이 폭력의 심각성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인터넷에서 생긴 일, 그런 식. 기소도 잘 안 되고 처벌도 너무 미약했다. 엄청 심각한 사건도 집행유예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고, 벌금 나와봤자 50~100만 원 수준이었다. 분통 터지는 일이 많았다.

점점 많은 여성이 목소리를 내고 한사성 활동도 계속되면서 사회적으로 이 폭력에 대한 이해나 문제의식이 높아진 것 같다. 법 제도나 재판 결과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체감한다.

다음은 평등의 에코 100 참여 시민 명단

구자혜(연극 연출, 극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 권은비('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전시예술감독), 김경일(교무, 원불교 대학원대학교 총장), 김규진(『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저자), 김도현(청소년기후행동), 김동석(사단법인 토닥토닥 이사장), 김미숙(김용균재단 이사장), 김범준(성균관대 물리학과, ESC 대표), 김병주(인권법학회 회장), 김소영(『어린이라는 세계』 저자), 김수정(『아주 오래된 유죄』 저자), 김예원(변호사, 장애인권법센터), 김정헌(미술가,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김중미(아동청소년문학 작가), 김지은(『김지은입니다』 저자), 김지혜(『선량한 차별주의자』 저자), 김진숙(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해고자), 김창엽(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초엽(소설가), 김하나(작가), 김현미(연세대 문화인류학과), 나영(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대표), 노혜경(시인, 작가), 도명화(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장), 도법(스님,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상임대표), 민경남(청소노동자, LG트윈타워분회),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원), 박동균(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 박명애(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 박선영(한국젠더법학회장), 박정훈(오마이뉴스 기자), 박진옥(사단법인 나눔과나눔), 박한희(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배경내(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배진교(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백원담(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소장), 변영주(영화감독), 서승희(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서정화(스키 선수, 전 평창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수신지(『며느라기』, 『곤』 작가), 심재명(명필름 대표), 심종혁(신부, 서강대 총장), 안건수(충청북도 인권위원회 위원장), 안진걸(민생경제연구소 소장), 압둘 와합(헬프시리아 사무국장), 양경수(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양창모(강원도의 왕진의사), 오문완(울산대 인권법학연구센터 소장), 오지혜(배우, 중앙대 글로벌예술대학 초빙교수), 오진호(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 우다야 라이(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위원장), 우지양(한국농인LGBT설립준비위원회), 원옥금(이주민센터 동행), 위근우(프리랜서 마감노동자), 유경근(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유진목(시인, 손목서가), 윤가브리엘(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윤정숙(녹색연합 상임대표), 윤지현(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 윤창현(언론노조 위원장), 은영(동물해방 풀뿌리 네트워크 직접행동DxE), 이길보라(영화감독, 작가), 이미경(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 이민지(김해서부장애인인권센터), 이슬아(작가, 헤엄출판사 대표), 이양희(국제아동인권센터 대표, 전 유엔 미얀마인권 특별보고관), 이용석(평화활동가, 전쟁없는세상), 이유진(충남청소년인권연합회), 이윤승(중등교사, 연대하는교사잡것들), 이임조(한국한부모연합 대표), 이자람(공연예술가), 이주영(한국인권학회 회장), 이찬진(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이형숙(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일움(대학입시거부선언자), 임순례(영화감독), 장필화(이화여대 명예교수), 정강자(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정귀순(아시아평화인권연대 공동대표), 정은영(미술작가, 2018 올해의 작가상), 정재승(『과학콘서트』 저자), 정진우(목사, 서울 디아스포라 교회), 정혜윤(북칼럼니스트), 조은(동국대 명예교수), 조한혜정(연세대 명예교수), 조효제(『탄소사회의 종말』 저자), 지수(민달팽이유니온), 지은희(전 여성부 장관), 차병직(변호사), 최순영(전 YH노조 위원장), 킨메이타(수원이주민센터), 표창원(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소장), 하태훈(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한혜경(삼성 뇌종양 피해자), 홍성수(『말이 칼이 될 때』 저자), 홍세화(장발장은행장), 홍승은(집필노동자), 황소윤(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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