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公正)에 관한 불량한 담론

[ESG 혁명]

4.7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두었다. 서울과 부산 지역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의 성폭력에 따른 단체장직 궐위가 이유였다. 이는 선거의 화두였지만, 피해자에 대한 공감도가 클 수밖에 없는 젊은 여성들의 표심은 정당이 아닌 당사자성으로 향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대(18세, 19세)와 20대 여성은 3.1% 격차로 박영선 후보에 더 많은 표를 던졌다. 반면 흔히 '이대남'으로 불리는 같은 연령대 남성은 무려 50.3% 격차로 오세훈 후보에게로 표심이 향했다.

60대 이상 남녀 격차보다 컸다. 하지만 20대 이하 남성 표심을 선거 원인을 제공했던 단체장의 성폭력에 대한 분노, 피해 여성에 대한 연대, 성폭력 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해석한 기사는 찾아볼 수 없다. 온라인 플랫폼은 일반적인 성폭력 가해자가 아닌, 특정 개인과 성폭력 피해자, 페미니즘을 조롱하는 글과 사진만이 넘쳐난다.

선거가 끝난 지 두 달이 경과한 시점에서, 이준석 후보는 20대 투표 결과를 기계적으로 반영한 정책노선으로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동시에 논란도 많다. 페미니즘이나 군 가산점, 청년 및 여성에 대한 정책적 우대 폐지 등에 관한 것이다. 정치인 이준석 후보가 투표 결과를 반영해 그와 같은 '능력주의' 정책 노선을 고집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일 수 있다. 문제는 이 모든 것들을 '청년'과 '공정'이라는 화두로 포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 수립과 이행 절차에서 배제되어온 결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은 공고해졌다. 적극적인 개선 조치 없이 단순한 기회의 평등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현존하는 차별을 시정하는 것을 불가능한 수준이다. 또한 공공정책이 여성, 청년, 장애인, 비정규직, 외국인 노동자 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파악하고 효과적인 개선 조치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능력 있고 착한 주류가 알아서 사회적 약자를 잘 보호해 주고 배려해 준 덕분으로 세상이 이만큼 나아진 게 아니다.

그런데 현존하는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일시적인 정책적 우대조치를 곧 '불공정'이라 말하고 '당사자성'을 부정하고 있다. 경제성장과 개발에 도움이 안 된다고 인권, 환경, 노동, 안전, 소비자 권리를 헌신짝처럼 버린 결과로 불행해진 현실을 개선하고자 하는 적극적 조치(정책적 규제)에 이념과 정치적 색깔을 덧씌운 것과 다를 바 없다. "현존하는 차별을 없애기 위하여 특정한 사람(특정한 사람들의 집단을 포함)을 잠정적으로 우대하는 행위와 이를 내용으로 하는 법령의 제정·개정 및 정책의 수립·집행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보지 아니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3호 규정을 모를 리 없으니 말이다.

여성과 청년 30% 할당은 불공정하다고 말하면서, 의사결정기구 모두를 남성, 비장애인이 차지하고, 청년 한 명이 없어도 불공정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건 능력에 따른 조치고 공정하다고 믿는다. 능력에 따른 승진이 공정하다고 믿는 반면, 승진자 중엔 왜 여성이 없는지, 더 나아가 승진 대상자 중에 왜 여성이 한 명도 없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현재가 능력과 노력만의 결과라고 착각한다. '능력주의'가 공정하다고 착각한다. 부동산 투기를 비공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의 문제고 불공정한 게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정작 우리 시대 청년의 죽음과 불행은 끝나지 않은 전쟁과 남북 간 갈등, 위험의 외주화 및 안전하지 않는 노동 환경, 불안한 고용 환경, 능력주의 등에 따른 불평등 심화, 사회적 약자의 불평등을 고착화시키는 불합리한 정책, 미래세대에 짐을 떠넘기는 환경 정책, 취업 경쟁이 가져다준 스펙 관리 등에 있다. 이 모든 것을 개선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정책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는 청년들이 액세서리가 아닌, 완전하고 직접적인 참여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남북 간 평화 조성을 통해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고 안정적 경제성장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최소화하자고 말해야 한다. 미래세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친환경 에너지와 관련 기술 발전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자고 말해야 한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학교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할 것이 아니라, 고용 환경이 안정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지지하고 확대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미래세대가 행복하고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공정을 주장해야 한다.

이전 점에서 지금 전개되고 있는 공정에 관한 담론은 매우 불량하다. 정말 그게 공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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