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인종 대학살' 현장 찾아 경제 격차 해소-투표권 강조

털사 대학살 100주년 기념식 참석..."폭동이 아닌 대학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오클라호마 털사를 방문해서 인종간 경제적 격차를 줄이고 유권자들의 투표권을 최대한 보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털사는 100년 전인 1921년 5월 31일부터 이틀간 백인들에 의해 흑인 300명 이상이 살해되고 1200여채 이상의 흑인 소유 건물이 파괴됐으며 1만 명 이상의 흑인이 지역을 떠나야 했던 '인종 대학살'이 일어났던 지역이다.

바이든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털사 학살 현장을 찾아 피해 생존자들을 만났다.

바이든은 이날 털사 대학살에 대해 "이는 폭동이 아니라 대학살"이라며 "우리 역사상 최악의 것 중 하나지만 너무 오랫동안 잊혀왔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100년 전 일어난 학살에 대한 역사적 의미 부여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날 연설에서 경제적 평등과 참정권 보장의 문제를 거론했다. 현재 흑인들을 포함한 유색인종들이 직면하고 있는 미국 사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그러나 경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 중 다수는 의회에서 통과해야 가능한 지원책이기 때문에 공화당의 반대를 뚫고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바이든 "당시 사망자 기록은 36명에 불과...집단 기억에서 지우려는 노력이 있었다"

바이든은 이날 연설에서 대학살 당시에 일어난 끔찍한 일들을 일부 소개하면서 "말 그대로 지옥이 펼쳐졌는데 현장 관리들에 대한 사망 기록은 36명에 불과했다"며 이 일이 일어나자마자 집단 기억에서 지우려는 분명한 노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둠이 많은 것을 숨길 순 있지만 어떤 것도 지울 순 없다"며 "어떤 부당한 행위는 너무 악랄해 아무리 노력해도 묻힐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100년 만에 털사를 방문한 첫 대통령"이라며 "나를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사건을 생각하기 위해 하는 말이다. 미국인들이 이 역사를 완전히 알도록 빛을 비추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이어 인종에 따른 경제 격차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더 많은 소수인종 기업들이 좀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연방정부의 구매력을 활용하고, 전임 행정부 때 철회된 반(反) 차별 주택 관련 조처를 강화하는 한편 저렴한 주택 공급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00억 달러의 지역사회 활성화 기금을 통해 낙후 지역 환경을 개선하고, 어려운 이들의 교통 인프라 개선을 위해 150억 달러의 보조금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은 그 다음으로 공화당이 추진하는 선거법 개정에 대한 대책을 강조했다. 텍사스 등 공화당이 다수당인 주(州)에서는 드라이브 쓰루 투표, 우편투표를 제한하는 등 투표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바이든은 "민주주의에 대한 실로 전례가 없는 공격"이라면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이 업무에 대한 책임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 바이든 대통령이 1일 오클라호마 털사를 찾아 인종 대학살 100주년의 의미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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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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