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측근들 "美, 미얀마식 쿠데타 일어나야" "힐러리 교수형"

백악관 출신 교수 "장성 출신의 쿠데타 주장, 군법회의 회부돼야"

현충일(Memorial Day)가 낀 연휴에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사흘간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로 신봉하는 음모론인 '큐어넌' 컨퍼런스에서 "미국에서도 미얀마식 쿠데타가 일어나야 한다" 등 도를 넘어선 주장이 난무했다.

큐어넌(Qanon)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민주당 주요 정치인들, 로스차일드가를 포함한 일부 부자들, 헐리우드 스타들이 아동들의 피를 마시고 아동 성애를 즐기기 위해 아동들을 유괴하는 지하조직을 갖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이 유일하게 아동 유괴를 막는 정치인이라고 믿고 있다. 트럼프는 이들의 광적인 지지를 정치적으로 활용해왔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도 트럼프가 바이든으로부터 지난 대선을 도둑질 당했다는 주장이 반복됐다. 특히 트럼프 정부에서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지냈던 최측근 마이클 플린은 지난 5월 30일 이 행사에서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거듭 주장하며 미국에서도 미얀마식의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서 트럼프가 권력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플린은 3성 장성 출신일 뿐 아니라 국가안보보좌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그의 주장은 "소요죄"(sedition)로 처벌할 수도 있다고 전 백악관 법률고문 출신 대학 교수가 지적하기도 했다.

이 컨퍼런스에서 트럼프의 또다른 측근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와 경쟁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거론하면서 교수형을 처해야 한다는 제스처를 취해 청중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바이든은 전날 현충일 기념행사에서 "미국의 영혼이라 불리는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바로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플린 "미얀마서 일어난 일이 미국서 일어나야"

보수주의자들이 즐겨 쓰는 소셜미디어인 팔러에 올라온 게시물에 따르면, 플린은 5월 30일(현지시간) 이 행사에서 "미국에서 어떤 종류의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 청중이 "미안먀에서 일어난 일이 여기에선 왜 일어날 수 없냐"고 질문하자 "이유가 없다. 내말은 그것이 여기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옳다"고 답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플린은 지난해 대선 직후에도 계엄령을 선포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던 전력이 있다. 지난해 12월 백악관 대책회의에서 플린은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한다면 경합주에서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고, 기본적으로 그 주에서 각각의 선거를 다시 치르게 할 수 있다"며 계엄령 선포를 주장했었다.

플린은 '계엄령 주장'도 논란이 되자 부인했던 것처럼 이번 '쿠데타' 발언도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트럼프의 지인인 제이슨 설리번 변호사는 이 행사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언급하면서 손으로 목을 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의 행동은 청중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설리번은 트럼프의 비선 최측근 참모인 로저 스톤의 변호사 출신이다. 큐어넌 지지자들은 클린턴, 오바마 전 대통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민주당 주요 정치인들이 교수형에 처해져야 한다는 주장을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앞서 큐어넌 신봉자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도 의원이 되기 전 이같은 주장에 찬성하는 댓글 등을 남겨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백악관 변호사 출신 교수 "군법회의에 회부돼야 한다"

이런 극단적인 주장들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윤리 담당 변호사를 지낸 리처드 페인터 미네소타대학교 교수는 1일 CNN과 인터뷰에서 플린의 발언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페인터 교수는 "플린은 대선 이후 지속적으로 군사 행동을 주장했고 이는 기소될 수 있는 행위"라면서 "퇴역 장성이 부시 행정부 때 이런 발언을 했다면 지금쯤 군법회의에 회부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인터 교수는 "전직 장군이 쿠데타를 요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며 이는 미국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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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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