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공간, 메타버스 올라타기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새로운 공간 플랫폼, 메타버스의 등장

코로나 바이러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등으로 산업과 경제공간에 대한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또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새롭게 나타난 세계경제의 질서의 특징인 소위 '뉴노멀' 현상이 겹쳐지면서 인구감소, 고령화, 저성장, 규제 강화, 소비 위축 등 다양한 현상이 맞물리고 있다.

이전과는 다른 디지털경제 기반 새로운 기준이 마련되며 몇 가지 특징이 최근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비대면 구매와 관련하여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콘텐츠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 등이 그러하다. 비대면 수요가 급증하면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데, '5G 네트워크' 기반 4차 산업혁명 현상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 말 <콘텐츠산업 2020년 결산과 2021년 전망> 세미나를 통해 내년도 산업 전망의 키워드를 발표한 바 있는데 이때, 새로운 가상공간, 플랫폼과 IP의 확장, 가치사슬의 변화와 산업의 유기적인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메타버스'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가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소셜 플랫폼 내 소통 문화의 대중화가 강조되고 있는데, 이는 소위 코로나19가 초래한 바뀐 경제환경시대에 새로운 서비스 등이 부각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으로 인해 온라인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 안에서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

메타버스의 개념은 1992년 닐 스티븐슨의 SF소설 '스노크래시'에서 처음 등장하였으며, 그 후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와 '레디 플레이어 원'과 같은 영화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는 기술적인 발달에 따라 VR과 AR로 대표되는 다양하고 뛰어난 이미지들의 구현이 가능해지고, 대중적으로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메타버스의 양상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성장세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경제지리적 측면으로 보자면, 사회영역의 전반적인 활동은 물론, 공연 및 팬미팅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영역과 구매행동, 기업활동까지 새로운 공간 플랫폼 안에서 다채롭게 이루어지고 있어 새로운 의미를 던져준다.

메타버스 하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로블록스'는 아바타로 다른 이용자들이 만든 게임에 참여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이 안에는 5000만 개의 게임이 있고 개발자는 약 200만 명이며, 30만 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게임 개발이나 디자인으로 수익 창출을 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제트에서 개발한 '제페토'는 사진 보정 앱을 제공하던 스노우에서 만든 라이프 로깅 메타버스로 가입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2억여 명이 넘고, 이중 해외 가입자 수가 전체 가입자의 90% 이상이며, 특히 젊은 Z세대 가입자는 이용자의 80%로 나타난다.

이런 서비스는 자신의 아바타를 중심으로 하는 SNS라고 할 수 있으며, '빌드 잇'이라는 템플릿을 이용해 새로운 공간을 생성할 수도 있는 등 다양한 사회적 활동이 가능한 플랫폼으로서 가상공간의 활용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NC소프트의 '유니버스' 서비스는 2021년 2월에 시작된 K-pop 엔터테인먼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서, K-pop 스타들의 팬덤 활동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AR, MR 등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콘서트나 엔터테이너의 캐릭터를 이용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새로운 한류의 확장에 힘을 더하고 있다.

굿즈에서 부동산까지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이러한 플랫폼의 발전은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 수익 창출과 관련해 서도 의미를 던져주고 있는데, 이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콘서트와 같은 가상 공연의 성공 사례를 참고할 수 있으며, 관련된 굿즈의 판매로도 수익 창출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의미를 더한다.

실제 미국의 래퍼인 '트레비스 스콧'은 지난 2020년 4월 게임 메타버스인 '포트나이트'에서 온라인 콘서트를 개최하여 약 3억 5000만 명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블랙핑크는 제페토에서 팬 사인회를 개최해 4600만 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BTS는 '다이너마이트'의 안무 MV를 '포트나이트'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했고 이와 관련한 다양한 아이템들도 판매하여 큰 수익을 거두어들인 바 있다.

이러한 가상공간의 수익모델이 관심을 끌면서 나오는 또 하나의 시도는 블록체인, 특히 NFT를 통한 소유권과 진품 인증, 그리고 이를 통한 거래시스템을 메타버스에 적용하려는 접근이다.

대체 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 NFT)은 디지털 자산의 일종으로 이더리움에서 발행하고 있는 대체 불가능한 특정 암호 디지털 자산을 의미하는데, 디지털 파일에 대한 소유권을 블록체인상에 저장함으로써 위변조가 불가능하도록 만들어 영구 보존하고, 그 소유권을 탈 중앙화한 형태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이에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 공간 서비스 업체가 판매하는 디지털 자산에는 가상의 땅도 등장하고 있는데, '디센트럴랜드'에서 지난 4월 11일에 거래된 4만 1,216㎡의 가상 땅은 57만 2000달러(한화 약 6억 4000만 원)에 판매되기도 하였으며, 실제 가상부동산 거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림 1 참조).

▲ 그림 1. 5월 25일 기준 디센트럴랜드 내 매매 가능 토지정보 예시

최근 사회 현상에 맞물려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가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지만, 실제 세상의 가격에 준하는 수준에 가상의 부동산을 거래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부동산 중개업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으며, 이러한 가상의 부동산이 희소성이 높아 상당한 돈을 들여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더하여, 단순히 땅을 사고파는 딱딱한 플랫폼이 아니라, NFT 상품을 사고팔고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할 수도 있어 확장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메타버스는 향후 인터넷이라는 개념을 뛰어넘는 가상 현실의 주역이 되어 우리의 실제 공간을 대치하거나 보완할 것으로 예상되며,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 사회 전반적인 거의 모든 활동이 현실 세계와 유사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 향후 메타버스 시장규모는 2025년까지 28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예측하고 있으며, 메타버스 안에서 활동 저변의 영역은 무한대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빨리 온 미래, 지역의 성공을 위하여

메타버스의 확장에 실제 지역은 어떻게 생존해야 할 것인가가 고민이 될 수 있다. 지역이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경제지리적 관점에서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 공간의 변화에 대응하여 지역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융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피로한 지역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 밸류체인을 활용하여 신(新)성장동력 산업 육성에 힘을 모아야 하는데, 현 산업구조가 발전 가능성에 한계가 있고 다양한 규제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새로운 방향의 모색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지역의 원천 경쟁력 확보를 위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언택트(untact) 관련 테스트 베드로서 맞춤형 기술개발 전략 및 융합형 산업 등 응용, 특화하는 장기 전략을 펴고 이에 대한 핵심기업 유치 등 전략을 구상해 볼 수 있다.

중기적으로는 국가발전을 견인하는 미래형 산업의 인프라 및 사업의 확대 (인력. 기술 등) 가능한 구체적인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전문기술과 인력, 상당한 자본이 소요되는 분야는 민간 부문과 지자체, 중앙정부 등이 연계하여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멀리 보고 새로운 전략과 전문인력의 육성이 요구되며, 가상과 실제공간을 함께 보는 다양한 경제지리적 융합 연구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집단적인 소비에서 개인적인 취향을 전제로 한 소비경제와 다양한 행태가 급변하고 있다는 점이며, 디지털 환경의 변화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그 시점이 좀 더 빨리 다가왔을 뿐이다.

개인화된 수요자의 메시지를 얼마나 잘 읽어내고, 새로운 환경 변화에 대해 미래 지향 기술과 결합된 콘텐츠를 어떻게 기획하고 개발하고, 공간에 대한 서비스를 공급하는가 하는 점이 지역과 국가발전의 성공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메타버스라고 하는 새로운 서비스에 대하여 새로운 세대, 새로운 콘텐츠 발전의 현상에 대한 경제지리적인 다양한 고민과 함께 정책적 지원이 더해질 때, 긍정적인 효과를 더 많이 창출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 필자 소개

이병민 교수는 글로컬문화전략연구소 소장을 겸임하고 있으며 글로컬문화와 공감사회, 지역브랜딩, 융합콘텐츠, 문화기반 도시재생 등을 연구하고 있다. 산업클러스터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경제지리학회 편집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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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1월 한국 지리학내 전문학회로 발족한 한국경제지리학회는 국내외 각종 경제현상을 공간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동시에, 연구 역량을 조직화하여 지리학의 발전과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지리학회는 연 2회 정기 학술 발표대회와 국내외 석학을 초빙해 선진 연구 동향을 토론하는 연구 포럼, 학술지 발간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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