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 국제사회의 야심차고 오만한 평화와 제재 사이에 있다!
미얀마 쿠데타가 3개월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 지난 4월 24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개최한 제10회 접경지역 혁신포럼(위원장 : 이의영 군산대학교 교수, 발표자 : 최영준 경희대학교 교수)은 미얀마의 지리적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자리였다.
포럼에서 나온 의견들을 종합해 보면, 미얀마의 현 상황을 두고 국제 사회의 해법은 '평화와 제재 사이'에 존재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누구를 위한 평화이고, 제재인가? 그리고 그 시간적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군부가 유혈적 폭력을 중지하고, 경제적 회복을 위해서 노력하면 미얀마의 평화는 찾아오는 것이며, 국제사회의 제재는 풀리는 것인가? 아니면, 군부의 정치적 지배력이 강화된 상태에서 민주주의적 지도층이 집권하면 평화가 유지되는 것인가?
평화와 제재를 둘러싼 다소 복잡한 시나리오들이 존재하고 있다. 언론이 국제사회의 실익에 찌든 대응에 대하여 비판의 날을 세우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미얀마 : 비옥한 땅을 비추는 평화라는 프리즘
고등학교 세계지리 교과서를 펼쳐보면, 미얀마는 국토의 중앙을 흐르는 이라와디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비옥한 충적평야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이를 지리학에서는 비와 하천이 만들어주는 선물이라 칭하고 있다(최병천 외, 2019, 고등학교 세계지리, 비상, p.108).
그러나 이러한 비옥한 땅에 135개나 되는 소수민족들이 거주하고 있으며(박철웅 외, 2019, 고등학교 세계지리, 미래엔, p.116), 현재 미얀마의 상황을 보다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소수민족들마다 현 쿠데타 상황에 대한 대응방식이 각기 다르다는 것이다(최영준, 2021, 미얀마 쿠데타의 원인과 전개 방향, 제10회 접경지역 혁신포럼(2021. 4. 24.) 자료집).
예를 들면, 군부에 반대하며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카친, 카렌, 샨 족이 있고, 민주화, 자유화, 개방을 추구하는 버마족, 자유와 민주화를 통해 민족 차별 철폐를 주장하는 다수의 소수 민족들, 항상 종교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는 로힝야족 등 미얀마 내부만 해도 상당히 엇갈리는 속 사정이 존재하고 있다.
미얀마의 국제 관계의 지리를 살펴보자. 지도를 펼쳐보면, 미얀마는 강대국인 인도와 중국 사이에 있다. 여기에 정치 경제적 상황을 대입하여 그 지리적 속내를 살펴보면, 미국과 일본이 견주고 있다. 이들은 현재 자국의 실리에 입각하여 의례적 수준의 평화를 부르짖거나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 인권 유린을 눈 감고 있는 상황이다(신동윤, 2021. 4. 27., <헤럴드경제>).
분쟁 중인 국가들의 경험을 살펴보면, 그리 놀랄 사실도 아니다. 평화와 제재는 항상 실리 추구를 전제로 이루어져 왔으며, 실사정은 '그냥 실리 추구에 큰 문제가 없으면 평화는 유지되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미얀마 국민들을 향한 세계적 차원의 소중한 평화 정신을 폄훼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 소중한 정신이 '정치'라는 프리즘을 타고 다양한 색깔의 무지개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미얀마 : 평화를 바라는 한국인의 진정한 소망
필자는 미얀마의 평화를 지지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조언하고 싶다. 미얀마 국민들이 쿠데타에 항거하여 민주화를 부르짖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며, 평화를 의미한다. 이것이야말로 국제사회가 지향하는 오만한 평화가 아닌 그들만이 찾아가고 있는 진정한 평화이다.
필자는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세계에는 여전히 정치적 폭력에 맞서 민주화 운동마저도 못하는 나라들이 많다. 또한 실익으로 가득 찬 나라들의 도움을 얻어서 찾아진 평화는 그 개입된 범위만큼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건 진정한 평화가 아니다.
필자가 인지하고 있는, 완벽하고, 완전한 민주주의란 국민을 위해서 정치적 찬성파와 반대파가 비폭력적으로 서로의 헤게모니를 번갈아서 찾아가는 것이다. 즉, 기득권층에 항상 대항하는 악랄할 정도의 '매력적인' 반대세력이 없으면 민주주의는 달성될 수 없다.
또한 이들 간 반전, 타협을 통해서 아쉽지만 타협과 같은 합의를 도출해내야하며, 도출된 합의는 일정 시간 동안 존중해야 한다.
그러므로 미얀마의 경우, 군부와 민주진영 모두 국민을 위해서 자체적으로 타협을 통한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미얀마의 다음 세대 민주주의 방식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미 미얀마 국민들은 군부에 항거하면서 민주주의의 참맛을 알기 시작했다. 이게 미얀마의 힘이다. 미얀마는 이제 절대 부족한 국가가 아니다.
필자의 경제지리학적 시선에 우리나라에 사는 미얀마인들이 들어왔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미얀마인은 전체 외국인 중 1.5%에 해당하는 2만 7592명이다(통계청). 이들 중 약 40%가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으며, MZ세대(1982∼2010년 출생자)는 전체 약 93%(2만 5748명)에 달한다.
특히, 25∼29세 연령대가 약 39%(1만 56명)를 차지하고 있다. 즉, 이들은 한국의 젊은 미얀마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미얀마의 평화를 지원하는 방법은 미얀마의 평화적 미래를 위해서 이들을 위한 배려와 교육을 지원하는 것이다.
한국에 있는 미얀마 MZ세대를 중심으로 평화교육, 다양한 가상 융합 교육, 디지털 전환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뿌리산업의 전문화된 교육 등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적‧지리적 경험을 교육시켜서 국가 우선이 아니라 '국민'이 우선임을 인지시키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한민국헌법 전문에는 다음과 같이 명기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미얀마를 위한 진정한 평화의 실천은 그들이 스스로 그 해법을 찾도록 지켜보면서 조언하는 것이며, 그들이 선택한 그 어떠한 지리적 미래도 존중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미얀마의 민주주의 페달은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 스스로의 미얀마 '국민'을 위한 실천적 합의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이를 평화와 함께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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