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 관계와 관련해 '관망세'를 유지해 온 북한이 2일 미국을 겨냥한 두 건의 메시지와, 문재인 정부를 향해 한 건의 메시지를 동시다발적으로 냈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 정책 기조를 살펴 온 북한은 '변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상응하는 조치'를 언급해 북미 관계는 여전히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북한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은 2일 조선중앙통신에 게재한 담화에서 "미국 집권자가 취임후 처음으로 국회에서 연설하면서 또다시 실언을 하였다"며 "미국 집권자가 첫 시정연설에서 대조선 입장을 이런 식으로 밝힌데 대해서는 묵과할수 없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에서 대북정책의 틀을 언급한 데 대한 반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세계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이란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우리는 동맹들과 긴밀히 협력해 외교와 엄중한 억지력을 동원해 양국의 위협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북한은 '기대를 접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권 국장은 "그(바이든)가 우리를 미국과 세계의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걸고들면서 외교와 단호한 억제를 운운한것은 미국사람들로부터 늘 듣던 소리이며 이미 예상했던 그대로"라며 "그의 발언에는 미국이 반세기이상 추구해온 대조선적대시정책을 구태의연하게 추구하겠다는 의미가 고스란히 담겨져있다"고 평가했다.
권 국장은 "미국 집권자는 지금 시점에서 대단히 큰 실수를 하였다"며 "미국의 새로운 대조선정책의 근간이 무엇인가 하는것이 선명해진 이상 우리는 부득불 그에 상응한 조치들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국장은 "미국이 아직도 냉전 시대의 시각과 관점에서 시대적으로 낡고 뒤떨어진 정책을 만지작거리며 조미관계를 다루려 한다면 가까운 장래에 점점 더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엔 북한 외무성 대변인 명의로 '김정은 정권'과 북한 인권 문제를 지적한 미국 국무부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을 비난하는 담화도 발표됐다. 북한은 담화를 통해 "미국이 이번에 우리의 최고존엄을 모독한 것은 우리와의 전면대결을 준비하고 있다는 뚜렷한 신호로 된다"며 "우리는 부득불 그에 '상응한 조치'들을 강구해 나가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고 경고했다.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앞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전체주의적인 국가 중 하나로부터 존엄성과 인권을 침해당하는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들과 함께 한다"며 "김정은 정권에 대한 책임 추궁을 촉진하기 위해 유엔, 같은 생각을 가진 동맹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함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국내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언급하며 정부를 비난하는 담화를 내고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 3월 한미군사훈련을 비난하면서 대남 공식 대화창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폐지,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남북 교류협력기구 폐지,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을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은 아직 대북 정책을 공개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북한이 선제적으로 '기대를 접겠다'고 하면서 북미관계는 다시 냉각기에 접어들 전망이다. 오는 21일 바이든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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