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의 난' 직면한 여권, 가상화폐 대응 혼란

"부동산은 괜찮고 코인은 투기냐" 청원에 갈팡질팡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가상화폐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 발언을 둘러싸고 정부와 여당이 혼란에 빠졌다. 4.7 재보궐선거에서 2030 세대의 이반 현상을 확인한 이후, 여권은 위험성을 수반한 가상화폐 열풍에 대한 우려와 새로운 가치 투자라는 반론 사이에서 정돈된 입장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가상화폐를 둘러싼 논란은 은 위원장이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청년들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면서 "하반기에 코인 거래소들을 폐쇄할 수 있다. 손해 본 사람도 보호해 줄 수 없다"고 한 말이 도화선이 됐다.

은 위원장의 발언 직후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은 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청원이 등장해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고 있다.

청원인은 "4050 인생 선배들은 부동산이 상승하는 시대적 흐름을 타서 노동 소득을 투자해 쉽게 자산을 축적해 왔다"면서 "그들은 쉽사리 돈을 불렸지만 이제는 투기라며 2030에겐 기회조차 오지 못하게 각종 규제들을 쏟아낸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위원장도 부동산으로 자산을 많이 불렸는데, 어른들은 부동산 투기로 자산을 불려놓고 가상화폐는 투기니 그만둬야 한다는 것이냐"며 "주택은 투기 대상으로 괜찮고 코인은 투기로 부적절한 것이냐"고도 했다.

부동산 투기로 자산을 축적한 기성세대들이 가상화폐에 대한 가치 투자를 봉쇄하는 것은 '내로남불' 아니냐는 것이다.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파문이 커지자,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26일 "(은 위원장이) 과열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며 "우리 정부가 초기에 가상화폐 문제로 어려움에 처한 적이 있다"고 진화에 주력했다. 지난 2018년 1월 당시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를 투기로 규정하며 "거래소 폐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해 홍역을 치렀던 일을 되짚은 것이다.

당시 '박상기의 난'으로 빗대졌던 혼란이 3년 만에 '은성수의 난'으로 재점화되자, 여권 내에선 세계적 현상으로 떠오른 가상화폐 열풍을 글로벌 흐름으로 인정하고 시스템 마련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급속하게 힘을 얻었다. 내년부터 적용될 예정인 가상화폐 투자로 발생한 소득에 세금 부과를 유예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이광재 의원은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자산 가치가 없다면서 세금을 걷겠다고 하면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세금을 매긴다는 건 실체가 있다는 것 아니냐"고 은 위원장 발언을 반박했다.

그는 "(암호화폐는) 위험과 미래가 공존하고 있다. 위험은 줄이고 미래는 열어야 한다"며 "민관과 과학자들이 함께 모여 이제는 시스템을 짤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확천금을 꿈꾸는 쪽으로 가지 않도록 세계 흐름에 맞춰 제도를 빨리 선진화하고 투명화 하는 것이 그들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다만 가상화폐 논란을 둘러싼 당내 논란에 대해 "내부에서도 많이 갈린다. 이것이 사기이고 투기다. 2030을 보호하자는 쪽도 많다"며 "저도 여러 생각이 있지만 제도화하는 것 또한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가상화폐 대응 전담기구를 만드는 등 제도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오영환 의원은 "경고성 메시지를 통해 투자자들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것보다 불법 행위를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구체적인 정책마련에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오 의원은 "민주당은 왜 2030 청년들을 포함해 많은 국민들이 가상자산에 투자하게 됐는지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것"이라며 "일자리 불안, 집값 상승, 소득 대비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막막함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위험한 가능성에 기대게 만든 하나의 중요한 이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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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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