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자가진단검사, 과연 실보다 득이 많을까?

[안종주의 안전사회] 왜 또 코로나 자가진단검사 이야기가 나오나?

코로나 자가진단검사를 우리 사회에서 도입할지 여부가 새로운 방역 전략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이 지난 1일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대유행이 다시 발생할 상황에 대비해 검사 확대방안이 필요하다. 자가진단 키트의 적용 가능성, 개발지원 가능성, 해외 상황 등을 다각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자가진단검사 필요성 논란이 일고 있다.

그간 정치권 일각과 진단검사도구 개발업계 등에서는 많은 사람이 더 손쉽게 진단검사를 받게 하자는 취지에서 신속항원검사 방식의 자가진단 검사를 제안했다. 물론 그 이면에는 자신들이 개발 또는 수입한 제품을 많이 팔기 위한 속셈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콧속 깊숙이 면봉을 찔러 넣어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이 하기 어렵고, 가짜양성을 포함해 검사 결과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 그동안 부정적 자세를 취해왔던 방역 당국이 이번에는 이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본격화된 ‘3차 유행’이 2월과 3월에 잠시 주춤하다 3월 하순부터 다시 확산이 이루어지기 시작해 4차 유행이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 자가진단 검사가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4차 유행’ 막을 뾰족 수 없어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 설득력 없어

코로나 검체 채취를 담당한 일선 의료진들의 피로도가 누적된 데다가 선제적으로 검사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에 이 전략이 붙어 나왔다. 4차 유행을 막기 위한 강력한 거리두기 상향 조정 외 별 달리 뾰족한 수가 없던 방역 당국으로서도 이런 주장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어 일단 공식 검토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자기진단 검사 도입과 확대를 반대하는 전문가 쪽은 △선별진료소나 응급실처럼 양성률이 높은 곳에서는 민감도가 낮은 간이항원검사 때문에 진단이 안 되는 사례를 만들 수 있고 △자가검사로 음성이 나왔다고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가 약해질 우려가 있으며 △검사에 막대한 비용(1회 검사 비용 1만원으로 잡을 때. 1백만 명을 대상으로 매주 검사할 경우 연간 5200억 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비용효과 면에서 권장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자가진단 검사 도구의 정확도가 아직 낮은 것도 도입에 큰 걸림돌이다. 미국은 지난달 31일 노스캐롤라이나 주와 테네시 주에서 자가진단 검사도구(키트)를 이용한 신속 항원 진단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립보건원(NIH)은 이날 2개 주 16만 명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세 차례 자가진단 키트를 이용해 집에서 항원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신속 자가진단 검사, 아직 정확도 낮아 득보다 실이 커

이 자가진단 검사는 콧속을 통해 검체를 채취하고 15분 뒤 확진 여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민감도는 85% 수준이다. 현재 코로나 검사에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역전사 PCR 검사의 95% 이상에 견줘 아직 많이 낮다. 그리고 미국은 우리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세계적 코로나 대유행 국가인데다 땅이 넓다. 미국이 한다고 해서 우리가 따라할 이유는 없고 그런 상황도 아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방역물품·기기를 제조판매하거나 방역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이들 방역물품·기기의 비용효과성보다는 방역물품·기기산업의 활성화를 염두에 두는 것 같다. 자가진단도구를 사용해 검사를 한다고 해서 이를 사용하는 개인에게 해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논리를 내세울 수 있지만 우리는 지금 쓸데없는 일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

지난해 봄 1차 대유행 때는 아무런 방역 효과가 없는 드론 방역과 차량과 인력을 대거 동원한 길거리 소독, 실내 공간 소독도 모자라 아예 공항과 철도·버스대합실 등과 같은 대형 공간에 투입해 신속하게 공기와 바닥을 수시로 소독하는 방역차량을 투입하자는 제안이 나온 적도 있다. 물론 제안한 쪽은 차량을 분무 소독에 적합하게 만든 회사다. 이 개조 차량을 전국 곳곳에 보급하고 싶은 이해관계가 있었던 것이다.

서울시가 자문을 의뢰해와 강력 반대했다. 득보다는 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인체에 해로울 수밖에 없는 살균제를 실내 공간에서 마구 뿌려대면 뿌리는 사람과 이용객들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다. 또 바닥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붙어 있다가 사람이 지나가면 공격(?)을 할 가능성도 사실상 없는데다 이 놈들이 공기 중에 마구 떠다니는 것도 아니어서 방역 효과는 전무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뒤 이는 없었던 일이 되었다.

코로나 자가 검사, 효용성과 함께 그 이면을 살펴야

코로나처럼 세계적 대유행병이 되어 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오고 사회를 혼란의 도가니에 빠트리는 돌림병을 맞닥뜨리면 일반인뿐만 아니라 전문가조차 별별 아이디어와 전략을 제시한다. 스웨덴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를 포기하는 등 방역 활동을 방임해 강제적으로 집단면역에 도달하자는 사례도 있었다. 물론 통탄할만한 실패로 귀결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전문가들이 이런 주장을 했다가 무안을 당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전 국민 동시 전수검사를 벌이자는 주장이 정치인과 일부 바이오업체 경영진, 그리고 전문가의 입에서 몇 차례 나왔다. 몇몇 지자체는 이를 부분적으로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이런 방식의 방역이 실제 효과를 거둘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반대해 전 국민 동시 검사는 힘을 얻지 못해 실행되지는 않았다.

지금 이 시점에서 코로나 자가진단 검사의 효용성 여부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도입 가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지난 1년 여간 이루어진 방역 전략과 새로운 검사법 도입 주장의 이면을 면밀하게 톺아볼 필요가 있다. 검사기기나 도구든, 분무소독이든, 새로운 형태의 분무 차량이든 도입 주장을 하는 쪽에 대해서는 그 이면까지 살펴보는 섬세함과 치밀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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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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