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에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제도 마련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과거 김영란법이 부정한 청탁 문화를 깨뜨리는 계기가 됐듯이 이번에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을 제도적으로 마련한다면, 우리가 분노를 넘어서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김태년 원내대표 지도부가 출범한 후 원내대표단과 간담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월 당시 이인영 원내대표 시절 원내지도부와 만난 지 1년 2개월 만이다. 청와대는 관례적으로 연말·연초 원내대표단을 초청했으나 코로나19로 일정이 밀렸다.
이날 화두는 단연 LH 투기 사태였다. 문 대통령은 LH 사건을 계기로 공직자의 투기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LH 공사 직원들의 토지 투기 문제로 국민들의 분노가 매우 크다"며 "개발을 담당하는 공공기관 직원이나 공직자가 관련 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다는 것은 우리사회 공정과 신뢰를 바닥에서 무너뜨리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와 수사기관이 규명하고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지만, 그와 같은 공직자의 부정한 투기 행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투기 이익을 철저히 막는 등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제도 마련에 국회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했다. "더 나아가 공직자가 아예 오이밭에서 신발을 만지지 않도록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제도까지도 공감대를 넓혀주기 바란다"고도 했다.
투기 이익 환수와 이해충돌 방지 등을 위한 입법적 대책 마련을 민주당에 주문한 것이지만, 현재 경찰이 주도하는 LH 투기 의혹 수사 체계에 검찰과 감사원 등을 실질적으로 개입시킬만한 방안이나 부적절한 발언으로 성난 부동산 민심에 기름을 부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거취 문제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번 사건에 흔들리지 않고 2.4 부동산 공급 대책을 차질 없이 진행하여 부동산 시장을 조속히 안정시키고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면서 "국민들께서 2.4부동산 대책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필요한 후속입법을 조속히 처리하고 당정 협력을 강화해줄 것을 특별히 당부한다"고 했다. 2.4 대책의 안착을 위해 변창흠 장관 교체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공정하고 청렴한 공직사회가 제도적으로 뿌리내리도록 개혁하겠다"면서 "정부와 협의해서 공직사회의 투기와 부패를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종합적 입법을 서두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대통령님 지시도 있었지만 철저한 조사 수사로 한 점 의혹 없이 진상규명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기회에 공직사회의 도덕적 해이와 부패를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의 신속한 처리도 당부했다. 그는 "김태년 원내대표께서 당 대표 직무대행까지 맡게 되어서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셨지만, 그래도 당부말씀을 드리자면,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민생과 고용 위기에 대응하는 4차 재난지원금을 어려운 국민들에게 제때 지원하기 위해 추경 처리에 속도를 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더 무거운 사명감으로 책임 여당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말씀드린다"면서 "야당과 협의해서 무슨 일이 있어도 3월 안에 재난지원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추경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 말미에도 "LH 문제는 대단히 감수성 있게 받아들여야 하며 국토부나 LH는 국민 눈높이에 맞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해 충돌 방지 제도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이해 충돌 방지 입법까지 이번에 나아갈 수 있다면 투기 자체를 봉쇄할 수 있다"며 "공직자 지위를 남용해 사익 추구하는 일을 막을 수 있고 투기할 경우 손해가 되게 한다면 보다 투명하고 공정 사회 나아가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선 "단순히 동남권 거점 공항을 마련하는 차원에서만 추진된 것이 아니"라면서 "국가 균형발전 위한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의 핵심 고리이자 신항만 도시를 연계해 물류도시로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구상"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한편 LH 사태와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변창흠 국토부 장관 경질 주장에 대해선 "(문 대통령이) 경질에 대한 언급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 간담회에서도, 여당 원내지도부는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면서 다시금 경질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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