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하자는 주장이 한일간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ICJ 설립 자체가 무력 분쟁을 어떻게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인가라는 취지로 생겼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의 신희석 박사(연세대 법학연구원)는 4일 <프레시안>과 화상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의 ICJ 회부 주장이 제기된 근본적인 이유가 '평화적이며 합리적인 문제 해결'에 있다고 강조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1일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을 만난데 이어 3일에는 정의용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나 이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국제법 전문가인 신 박사는 현 시점에서 'ICJ 제소' 주장이 나온 배경에 대해 "ICJ 이야기를 대외적으로 먼저 언급한 것은 일본 정치권"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8일 한국 법원에서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 판결이 나왔을 때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에서 '한국이 주권면제(주권 국가의 정치 행위는 타국의 민사 재판권으로부터 면제 된다)를 비롯한 국제법 위반을 했기 때문에 ICJ에 제소해야 한다'는 결의문을 제출했다. 지난 2월초에도 자민당 3역 중 하나인 시노무라 정조회장은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외무대신을 상대로 'ICJ에 회부하자'고 주장했고, 이에 외무대신이 '하나의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ICJ 제소'를 먼저 주장하고 나선 것은 다분히 '국내 정치용'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한국 정부가 절대로 ICJ 제소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신 박사는 설명했다. 과거 1965년 한일 기본조약과 청구권 협정 당시 '신생국'인 한국 입장에서 어떤 식으로든 국제법적 분쟁이나 조정을 피하는 것이 유리했고, 이를 일본 정부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에서 지난 1월 말 출범한 바이든 정부 초기이며, 바이든 정부가 동맹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한일관계 악화가 한미관계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신 박사는 "한국 입장에서 한일간의 가장 큰 갈등 중 하나인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ICJ 회부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미국 정부를 설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를 파기한 것은 한국 문재인 정부이며 이로 인해 양국 관계가 악화됐다고 미국에 어필하고 있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귀책 사유는 한국에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ICJ에 위안부 문제를 회부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는 입장을 낼 수 있다. 한국 정부는 국제법적 해결을 대안으로 제시했는데, 일본 정부가 이를 거부한다면 결국 일본이 과거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책임를 회피하고 있기 때문에 양국 관계가 악화된 것이라고 반론을 펼 수 있다."
신 박사는 일본 정부의 수용 여부를 떠나 한국 정부에서 ICJ 제소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가 피해자들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이용수 할머니 비롯해 국내에 15명 밖에 안 남은 피해자들을 위한 마지막 봉사가 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ICJ에 회부한 것 자체가 피해자 중심의 해결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한다는 의미다. 2015년 12.28 합의의 가장 큰 문제가 피해자들이 배제됐다는 것이다.
또 위안부 문제는 한일간의 과거사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여성인권 이슈다. 현재 피해국 중에 ICJ 회부를 시도할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을 제외하고 솔직히 없다. 중국은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뿐이며,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은 경제적으로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다.
한국이 ICJ에 이 문제를 제소할 경우 다른 나라 피해여성들의 사례도 언급할 수 있으며, 범죄 사실 인정이나 공식 사과 등 비금전적 보상의 경우 충분히 공유 가능한 성과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 국제 여성 인권의 문제나 아시아 평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신 박사와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ICJ 제소, "한국의 국제법 위반" 주장하며 일본이 먼저 들고 나왔다
"어제(3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이용수 할머니가 만났다. 여가부에 비해 외교부는 신중한 입장으로 알려졌다."
예상했던 바다. 외교부 장관을 만나서 우리 입장을 전달했고, 실무자들에게도 아이디어를 전달했다. 이용수 할머니가 외교부 장관을 만난 것이 2012년 1월 이후 거의 9년 만이었다. 또 외교부 장관에게 할머니가 문재인 대통령도 면담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결정은 청와대에서 하겠지만 장관이 전달을 약속했다. 이런 점에서 만남 자체가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용수 할머니가 국제사법재판소 회부에 대해 '국제법적으로 명백하게 가리자'와 '내가 죽기 전에 해결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충분히 공감이 가기는 하지만 ICJ 자체가 일반 국민들에게 굉장히 생소한 이야기다. 이에 대해 설명해달라."
이번에 하버드대 로스쿨 마크 램지어 교수가 "위안부가 자발적인 매춘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논문을 써서 파문이 일어난 것도 '위안부' 문제에 대해 권위 있는 사법적인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사실도 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지난 1월 8일 한국 법원에서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이 내려진 것에 대해 일본 정부의 입장은 한국 국내 판결일 뿐이며 한국이 오히려 주권면제 등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ICJ는 유엔의 재판소다. 유엔 헌장에 부속물로 ICJ의 지위에 대한 규정이 있다. 유엔 회원국이 되면 자동으로 그 규정을 따라야 한다. 유엔 헌장에도 유엔 회원국들은 ICJ 결정을 따르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ICJ에서 법적 판단이 내려질 경우 이를 일본 정부가 무시하는 것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독도 병합? 성폭력 범죄와 전월세 분쟁을 병합하자는 격"
"ICJ 회부 주장을 일본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혹은 독도 문제와 병합시켜서 가자고 할 것이다 등 일본 정부의 반응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어떻게 보나?
그런 우려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저는 달리 생각한다.
ICJ 이야기를 대외적으로 언급한 것은 일본 정부 쪽이다. 지난 1월 8일 한국 법원에서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이 나왔을 때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에서 '한국이 주권면제를 비롯한 국제법 위반을 했기 때문에 ICJ에 제소해야 한다'는 결의문을 제출했다. 지난 2월초에도 자민당 3역 중 하나인 시노무라가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외무대신을 상대로 'ICJ에 회부하자'고 주장했고, 이에 외무대신이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ICJ는 당사국 간에 사전 동의가 있는 경우에만 소송을 회부할 수 있다. 한국이 ICJ 회부를 요구한다고 일본이 그에 응할 법적 의무는 없다. 일본의 선택지는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첫째는 한국의 요구를 수락해서 ICJ로 가는 것이고, 두번째는 안 가겠다고 거절하는 것이다. 그런데 거절의 의미는 그 자체가 이미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자인해버리는 일이다. 앞서 한국 법원 판결에 대해 일본 집권세력은 한국이 국제법 위반이라며 일부는 ICJ 제소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이 ICJ 제소를 제안했을 때 일본 정부가 회피한다면 이건 자기들이 재판에 가면 불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일본이 독도 문제를 병합하자고 하면 어떻게 하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위안부 문제는 전쟁시 여성인권의 문제이고, 독도는 한일간의 영토 문제다. 누가 봐도 전혀 다른 별개의 사인이다. 국내법에 비유하자면 여성을 납치, 성폭행한 범죄와 전월세 분쟁을 같이 하자는 격이다. 전혀 법리적으로 맞지 않는 주장이다.
일본이 그런 주장을 하면 우리 정부가 이는 사실상 위안부 ICJ 제안을 거부한 것이라고 선언하면 된다. 독도 문제는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영토 문제인데 반해 위안부 문제는 국제적으로 인권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아는 보편적인 여성 인권 문제다. 일본이 독도 문제를 세트로 가져가겠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는 비웃음을 사는 제안이다.
"구체적인 절차와 내용은 어떻게 되나?"
ICJ는 국가들만이 갈 수 있는 재판소다. 당사국들이 모두 동의해야 갈 수 있다. 물론 사전 동의를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제노사이드 조약'(학살 금지 조약)이 있다. 인종 학살을 금지하는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조약이다. 미얀마에서 로힝야족 수십만 명이 방글라데시로 추방을 당했는데, 유엔에서도 이를 제노사이드라고 규정했다. '제노사이드 협약'에 가입해 있는 국가 감비아가 마찬가지로 이 협약에 가입해 있는 미얀마를 ICJ에 2019년 제소했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이런 국제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해당 국가들 간에 특별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슈를 ICJ로 가져갈지 조약을 체결하고 이를 근거로 ICJ에 회부를 한다.
특별협정에서 어떤 법적 이슈를 판단을 구할 지가 중요하다. 법적 분쟁이 되는 이슈가 서너 가지가 있다면, ICJ에서 이를 개별적으로 판단을 하게 된다. 어제 외교부 갔을 때 특별협정을 하게 되면 피해자 입장에서 봤을 때 이런 내용을 담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4가지 쟁점이다. 첫째, 위안부 제도가 국제법을 위반한 전쟁범죄나 비인도적 범죄인가. 둘째, 국제법을 위반했다면 어떤 법적 책임이 따르냐. 금전적 배상과 비금전적 배상(공식 인정, 사과, 역사 교육 등)을 어떻게 할 것인가. 나머지 두 가지는 절차적 문제다. 셋째, 1965년 청구권협정과 2015년 한일합의로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이 포기된 것인가. 넷째, 지난 1월 8일 한국 법원의 판결이 주권면제를 위반한 것인가.
"ICJ 제소 후에도 최종 결론이 내려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소송 기간은 불확실한 게 맞다. 이번 1월에 나온 한국 법원 판결도 처음 소송이 시작된 것은 2013년이다. 8년 만이다. 국내 소송에서도 시간이 그렇게 걸렸다. ICJ도 얼마나 걸릴지는 예단하기는 어렵다. 아무리 빨라도 2-3년은 걸릴 것이다. 피해자들이 고령이라는 걸 생각하면 최대한 빨리 하는 게 좋다. 우리가 원하는 건 한국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올해 안에 일본에 ICJ에 회부하자는 제안을 하는 것이다.
일본의 ICJ 주장, 과거 한국의 '국제 소송 회피' 태도 알기 때문
"일본 정부 쪽에서 먼저 ICJ 이야기를 꺼낸 것은 국내 정치용인가, 아니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서인가?
당연히 일본 국내정치적 요소도 있다. 대외적으로도 한국이 국제법을 어겼다고 어필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일본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한국 쪽에서 먼저 ICJ에 가자고 하거나 한국에서 동의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국제소송이나 조정을 하자고 한 전례가 없다.
우리나라가 1950년대부터 국제법적 소송이나 중재에 대해 노이로제가 있는 건 사실이다. 역사적 연원이 있다. 한국은 1948년 정부가 수립이 됐고, 일본은 메이지 시대부터 외교 경험이 있다. 1950년대 독도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도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독도 문제를 ICJ로 가져가자고 주장을 해왔다. 그 당시 외무부 전체 인원은 30명 정도로 일본 외무성의 한 부서 정도 수준이었다. 국제소송하려고 해도 변호사나 로펌을 구할 돈도 없고 어떻게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지 방법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에 독도 문제로 ICJ를 갔으면 우리가 절대적으로 불리해졌을 것이다. 2000년에 공개된 외교문서를 보면, 1965년 한일 기본조약이나 청구권 협정을 맺을 때 마지막 순간까지 일본은 강제 중재 절차라든가 강제 ICJ 회부 규정을 넣으려고 굉장히 노력을 했고, 한국에서는 이건 절대로 해주면 안된다는 지시를 내렸다. 일본은 한국의 이런 태도를 알기 때문에 이런 발언이 자꾸 나오는 것 같다.
그런데 일본의 태도에 굉장히 모순적인 측면이 있다. 지금까지 일본이 ICJ에서 당사국으로 참여한 소송이 단 한 건이다. 2014년에 판결이 났던 남극 포경사건이다. 그 사건은 당시에는 일본이 국제포경규제협약에 가입해 있었다. 이 조약은 멸종 위기의 고래 포획 행위에 엄격한 규제를 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과학 연구라는 명분으로 수천 마리를 잡아서 소비하는 행태를 보여서 호주가 협약 위반을 근거로 ICJ에 제소를 했고, 일본이 패소했다. 그러자 일본은 조약을 탈퇴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포경사건은 일본이 조약을 탈퇴하면 그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만, 위안부 사건은 ICJ 판결이 나면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과연 일본과 우리가 ICJ에서 위안부 문제를 다뤘을 때 일본이 유리할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ICJ의 과거 판례를 봐도 팩트나 법적인 문제가 더 중요하지 절차적인 측면이나 소송 경험은 부수적인 문제다.
"이기면 국제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판결이 될 것 같다."
그렇다. 우리는 위안부 문제를 한일 과거사 문제로 보는 경향이 강한데, 위안부 피해자는 우리 뿐 아니라 대만, 중국, 필리핀, 네덜란드 등 다른 나라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봤을 때, 보편적인 여성인권, 특히 전시 여성인권의 문제로 다루고 있다. 그런 면에서는 위안부 제도 자체가 전쟁범죄나 반인도범죄에 해당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일본을 제외한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공감하고 있는 사안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인권을 중시하지만 동시에 한미일 동맹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최근 미 국무부에서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나오는 것이 현 상황에 대한 압박이다, 미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금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관계를 강조하고 있고, 한일관계도 개선시키려는 인식을 보이는 건 맞다. ICJ로 가져간다는 것은 한일간의 가장 큰 분쟁 사안을 합리적으로 해결하자는 제안이다. 외교부에서도 한일관계와 ICJ 문제를 다루는 부서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일관계는 지역국에서 다루게 되고, ICJ에 회부할 경우 이는 국제법률국에서 다루게 된다. 이렇게 투트랙으로 진행하게 될 경우 오히려 정치적, 외교적 공간이 생길 수도 있다.
미국이 한일관계를 개선하려는 것은 분명한 정책적 과제인 것 같은데, 그러면 어떻게 실현할 것이냐. 일본쪽 주장은 다음과 같다. 2015년 12.28 합의가 한일간에 만들어졌는데, 한국 정부가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바뀌면서 문재인 정부가 이를 파기하면서 한일관계가 악화됐다, 이렇게 미국에 어필하고 있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한국 정부에 귀책 사유가 있게 된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ICJ에 위안부 문제를 회부하는 건설적인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다고 입장을 낼 수 있다. 이를 거부하면 일본 정부는 국제법적 해결을 거부한 것이 된다. 일본이 과거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반론을 할 수 있다.
위안부 문제 ICJ 제소, 일본이 거부해도 충분히 의미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일년 밖에 안 남아서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울 수도 있다."
ICJ 회부를 일본에 제안한 것 자체가 국내적으로도 의미가 있고 보편적인 여성 인권 차원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ICJ가 이 문제에 대해 판결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 한일관계에도 큰 의미가 있고 여성 인권 차원에서도 세계사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한국에 이용수 할머니 비롯해 15명 밖에 안 남은 피해자들을 위한 마지막 봉사가 될 수 있다. 일본 정부의 수용 여부와 무관하게 한국 정부가 피해자 중심의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했다는 의미다. 12.28 협의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이 지점이었다. 우리 정부가 피해자들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데 불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 입장에서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날림이었다.
또 위안부 문제를 국제법정에서 제기할 수 있는 만한 나라가 한국 밖에 없다. 피해국이 대부분 아시아다. 중국은 2차대전 후 승전국이라 일본에 요구했던 배상액이 1000억 불이었다. 그런데 1972년에 중일 수교를 하면서 모택동이 1000억 불의 배상금을 포기하는 대신 일본 정부가 개발지원 등을 많이 해주는 식으로 딜을 했다. 중국 정부는 굉장히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접근할 뿐 아니라 중국 자체가 인권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는 일본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너무 높아서 정부 차원에서 나서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만약 한국과 일본이 ICJ로 가져간다. 한국 이외의 피해자들도 자꾸 언급을 해야 한다. 그래야 실제 피해와도 부합이 되고 세계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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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onscar@pressian.com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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