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책특권' 잃은 트럼프, 조여오는 '법의 심판'

美 대법원, 트럼프 측에 8년치 납세 자료 제출 명령

대통령 재직 당시 '면책 특권'을 무기로 법망을 피해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앞날에 소송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는 판결이 나왔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22일(현지시간) 납세자료 제출을 막아달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의 요청을 거부하는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이날 지난 8년치 납세자료를 뉴욕주 검찰에 넘기라는 하급심 판결을 거부해달라는 트럼프 측의 요청을 기각했다.

앞서 뉴욕주 맨해튼 지검은 트럼프 회계법인인 '마자스USA'에 트럼프 개인은 물론 트럼프 그룹의 8년치 납세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 수사는 트럼프가 대선에 출마하는 과정에서 과거 성관계를 가졌던 여성들에게 '침묵'을 대가로 수억 원의 불법자금으로 뇌물을 줬다는 의혹에 대한 것이다. 트럼프 측은 검찰의 요구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져서 자료 제출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측이 납세자료를 제출할 경우 '입막음' 의혹 뿐 아니라 트럼프 개인과 기업의 광범위한 보험이나 금융 사기, 탈세 등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CNN이 보도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9월 트럼프의 세무자료를 입수해 탈세 의혹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이 언론은 2000년부터 2017년까지 세무자료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가 10년간 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았으며, 지난 2016년과 2017년에 연방 소득세로 750달러(약 87만 원)를 내는데 그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적은 돈을 세금으로 냈다고 밝혔다.

이 수사를 주도하고 있는 사이러스 밴스 맨해튼 지검장은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업무는 계속된다"는 짤막한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는 뉴욕 검찰이 진행 중인 수사 이외에도 지난 1월 6일 지지자들의 의회 폭동과 관련해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민주당 소속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위원장인 베니 톰슨 의원은 지난 16일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트럼프와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백인우월주의 무장집단인 '프라우드 보이스'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톰슨 의원과 흑인인권단체인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CCP)가 공동으로 제기했다. 이들은 트럼프가 인종차별에 근거해 폭동을 선동하거나 대통령 선거 결과를 확정하려는 의회의 업무를 방해하려한 것은 처벌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또 조지아주에서 트럼프가 주 법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선거 결과를 뒤집으라고 압력을 행사한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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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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