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테즈 "의회 폭동, 화장실로 피신해 죽는구나 생각했다"

트럼프 지지자들 폭동 당시 증언..."폭도들의 목소리에 성폭력 트라우마 엄습"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AOC)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뉴욕)이 지난 1월 6일 있었던 국회의사당 무장 난입 사건 당시 경험에 대해 상세히 공개했다.

코르테즈 의원(이하 직함 생략)은 1일(현지시간) 밤 인스타그램 생중계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해 자행된 의회 폭동이 얼마나 심각하고 위협적이었는지 생생히 증언했다. 코르테즈는 이날 경험을 상세히 공개하는 이유에 대해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재판을 앞두고 트럼프의 임기가 끝났으니 "덮고 넘어가자"고 주장하는 것에 분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르테즈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하기 직전인 1월 6일 오후 1시 1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보좌진들과 점심을 먹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자신의 사무실로 통하는 문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자신의 보좌진들이 다급하게 뛰어와 그에게 "얼른 숨으라"고 말했다.

코르테즈는 자신의 사무실로 폭도들이 몰려들기 직전 화장실로 급히 피신했다. 화장실에 숨어서 코르테즈는 폭도들이 "그 여자(코르테즈)는 어디 있어? 어디에 있어?"라며 자신을 찾는 고함 소리를 들었다.

"그 순간 나는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죽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것이 내 삶의 여정이라면 모든 것이 잘 됐고, 내 소명을 다했다고 생각했어요."

얼마 뒤 자신의 보좌관이 (화장실에서) 나오라고 얘기를 해줬고, 의회 경찰이 사무실로 왔다. 하지만 그는 경찰이 신분도 밝히지 않았고 자신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대피할 장소에 대해서도 알려주지 않아 전혀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밝혔다.

코르테즈는 결국 동료인 케이티 포터 의원(캘리포니아) 사무실로 피신했고 폭동이 진압될 때까지 그곳에 머물렀다.

코르테즈는 의회 폭동을 겪는 동안 과거 성폭행 피해로 인한 트라우마가 다시 엄습했다고 말했다. 그가 성폭력 생존자라는 사실은 이전에는 공개하지 않았던 일이다.

"나는 성폭력 생존자입니다. 제가 이 사실을 이야기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트라우마를 경험할 때, 트라우마는 서로를 연결하게 만듭니다."

▲코르테즈 의원이 1일 인스타그램 생방송을 통해 의회 폭동 당시 경험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크로우 의원 "공화당 의원 다수가 무서워서 트럼프 탄핵 반대"

코르테즈가 증언한 의회 폭동 당시 느꼈던 '죽음의 공포'가 과장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의회로 난입한 폭도들 중 일부는 총을 포함한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고, 플라스틱 포승줄과 같이 신체를 포박할 수 있는 장비도 갖추고 있었다. FBI와 검찰의 조사 등을 통해 사후적으로 현직 경찰, 전직 경찰, 전직 군인 등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이들도 다수 폭동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폭도들은 의사당 내로 난입하면서 "펜스(전 부통령)를 교수형에 처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마이크 펜스(전 부통령), 낸시 펠로시(하원의장) 등 이들이 집단적으로 목표로 삼았던 의원들 뿐 아니라 코르테즈, 샌더스 등 이들이 '사회주의자'라고 비난하는 진보성향의 의원들, 더 나아가 어느 의원이라도 폭도들의 실질적인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태였다. '하이힐을 신은 트럼프'라는 별명을 가진 마저리 테일러 그린 의원 등 노골적인 '트럼프 충성파' 의원들만이 오로지 피할 수 있는 위협이었다.

제이슨 크로우 의원(민주당, 콜로라도)은 지난 1월 13일 MSNBC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에 대한 공화당 의원들이 느끼는 '공포'에 대해 말했다. 크로우 의원은 "공화당 의원들 대부분은 두려움으로 마비되어 있다"며 "공화당 동료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이들 중 몇명은 이번 탄핵에 찬성하면 목숨이 두렵다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의회 폭동 사태를 계기로 '내란 선동' 혐의로 지난달 13일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으며, 오는 8일부터 상원에서 탄핵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공화당 의원들이 느끼는 '공포'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3일 하원에서 트럼프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 당시 탄핵 찬성 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 10명은 모두 자신들의 지역구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에 의한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공화당 하원 원내서열 3위인 리즈 체니 의원(와이오밍)이 대표적이다. 지난 주말에 체니 의원의 지역구에서는 그를 '탄핵'해야 한다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대규모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코르테즈는 이날 생중계에서 의회 폭동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책임은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책임은 안전을 만드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정치적 점수를 딸 수 있게 한다면 우리는 안전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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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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