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상원 45명 "탄핵 재판 위헌"...트럼프 '전임 대통령실' 열고 활동재개

트럼프 탄핵재판 '무죄' 판결날 듯...공화당은 여전히 '트럼프 당'?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두번째 탄핵재판도 '무죄' 판결이 날 가능성이 커졌다. "임기가 끝난 대통령에 대한 탄핵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공화당 상원의원이 전체 50명 중 45명인 것으로 26일(현지시간) 확인됐기 때문이다.

앞서 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25일 상원으로 송부했다. 트럼프는 지난 1월 6일 있었던 자신의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무장 난입 사건과 관련해 '내란 선동' 혐의로 탄핵소추됐다. 하원에서 트럼프에 대한 탄핵안은 그의 임기가 끝나기 전인 지난 13일 통과됐다. 그러나 당시 상원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던 공화당에서 트럼프 임기 내 처리하지 않겠다고 거부해 탄핵안 송부가 늦어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도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2월 이후로 탄핵재판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고, 바이든 첫 내각 구성원들의 상원 인준 작업이 더 시급한 민주당 입장에서도 무조건 '속도'를 낼 수는 없기 때문에 이에 합의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내달 9일 이후로 탄핵재판 시작을 미루기로 매코널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원이 전날 탄핵소추안을 송부하자 상원은 26일 탄핵재판 관련 의원들의 선서를 진행했다. 통상적으로 탄핵재판은 연방대법원장이 재판을 주재하는 재판장 역할을 하며, 상원의원 개개인은 배심원 역할을 한다. 탄핵안에 대한 법리적 검토가 끝난 뒤 표결을 통해 유죄(convict) 여부를 결정하는데, 재적 의원의 3분의 2이상인 67명의 의원이 찬성해야지만 '유죄'로 결정난다.

현재 상원은 전체 100석 중 공화당이 50석, 민주당이 50석이며, 부통령이 상원 의장을 겸직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다수당이 됐다. 트럼프의 두번째 탄핵안이 상원에서 통과되기 위해선 공화당에서 17명의 '찬성표'가 나와야 한다. 따라서 지난 2020년 2월 상원에서 있었던 트럼프에 대한 첫번째 탄핵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부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전망을 더욱 뚜렷하게 만드는 표결이 이날 상원에서 진행됐다. 공화당의 '트럼프 충성파' 의원 중 한명인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은 임기가 끝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위헌'이라는 주장을 했다. 폴 의원은 "사적 시민은 탄핵을 받지 않는다. 탄핵은 공직에서 물러나는 것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고, 피고(트럼프)는 이미 관직을 떠났다"면서 "민주당은 통합을 주장하지만 전직 대통령인 민간인을 탄핵하는 것은 통합과 반대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장에 공화당 의원들이 크게 동조하자 다수당 원내대표인 척 슈머는 표결으로 결정하자고 유도했고, 표결 결과 45명이 '위헌' 주장에 동의했다. 공화당 의원 중 트럼프에 대한 탄핵재판이 필요하다는 입장에 동조한 의원은 5명에 불과하다. NBC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벤 새스(네브라스카), 수잔 콜린스(메인), 밋 롬니(유타),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 팻 투미(펜실베이니아) 의원이다. 이들은 그 이전에도 트럼프의 막무가내식 국정 운영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기도 했던 '온건 성향'의 공화당 의원들이다. 트럼프 퇴임 전에는 탄핵 찬성 입장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도 '위헌'이라는 공화당 다수 입장에 합류했다.

'배신자'에 대한 '복수' 계획하는 트럼프, '전임 대통령실' 열고 활동 재개

이날 표결 결과 익히 예상되는 의원들 이외에는 이탈표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두번째 탄핵재판에서도 '무죄' 평결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트럼프가 현직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공화당 내에서 무시 못할 '힘'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는 퇴임 직전부터 측근들과 함께 '선거 불복' 주장에 노골적으로 반대하거나 '두번째 탄핵'에 대해 찬성하는 공화당 인사들을 '배신자'로 여기며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신의 측근들에게 이들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할 것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제3당 창당'도 고려하고 있다고 하지만, 공화당에서 '탈 트럼프' 노선이 명확해지지 않는 한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이며, 현재 공화당은 '트럼프 당'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25일 플로리다 팜비치에 '전임 대통령실'을 열고 업무에 들어갔다. 이처럼 퇴임한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실'이라는 이름의 사무실을 열고 정치 활동을 벌이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한다. 퇴임 대통령들은 대통령 재단, 도서관, 기념관 건립 등을 통해 재임시 업적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일, 조금 더 적극적일 경우 공익 활동이나 교육 활동 정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퇴임하자마자 현실 정치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사무실까지 열었다.

한편, 바이든은 25일 CNN과 인터뷰에서 트럼프에 대한 탄핵재판이 "반드시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탄핵재판이 국정운영 주도권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탄핵재판이 열리지 않는 것이 더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바이든은 17명의 공화당 상원의원이 트럼프 유죄에 표를 던지지 않을 것 같다며 가결 가능성에 대해선 낮게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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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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