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퇴임 첫주 '복수' 계획하며 보냈다"

트럼프 탄핵재판, 제3당 창당에 걸림돌...의회 폭동 가담자들 "트럼프 지시 따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 후 첫 주를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되는 공화당 정치인들에 대한 복수를 모의하며 보냈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24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이 플로리다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지인들과 골프를 치면서 공화당과 연계 및 영향력 유지 방안, 자신에게서 돌아선 것으로 보이는 공화당 의원들을 몰아내기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하며 보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지난 6일 자신의 지지자들이 일으킨 국회의사당 폭동 사건과 관련해 하원에서 '내란 선동' 혐의로 탄핵 당했다. 전국에서 모여든 트럼프 지지자 수천명이 의회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확정짓는 것을 막기 위해 이날 오후 의사당 내부로 무장 난입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관 1명을 포함해 5명이 숨졌다. 사실상 국내 테러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연방수사국(FBI)과 워싱턴DC 검찰이 관련 수사를 계속 진행 중에 있으며, 트럼프도 수사선상에서 제외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저녁에 하원을 통과한 탄핵소추안을 상원으로 송부할 예정이다. 미국에서 대통령 탄핵은 하원의 탄핵소추와 상원의 탄핵재판으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상원의원 3분의 2이상(67명)이 찬성해야지만 최종 해임이 결정된다. 현재 상원은 민주당 50석, 공화당 50석으로 구성돼 있으므로 공화당 의원 중 17명이 탄핵 찬성으로 돌아서야 하기 때문에 가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공화당은 최대한 트럼프에 대한 탄핵재판을 미루거나 아애 열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의회 폭동 사태의 여파로 바이든 정부 내각 인준이 늦어지는 것을 지렛대 삼아 공화당은 트럼프 탄핵재판을 2월 이후로 미루자고 민주당을 압박해 성공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트럼프 탄핵재판을 2월 9일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배신자 의원들 몰아내기 계획?

한편, 트럼프는 퇴임 몇주를 앞두고 '애국당'이라는 제3당 창당 구상을 측근들과 논의하기 시작했으며, 자신을 배신한 이들을 상대로 선거에 나설 준비를 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트럼프의 '데스노트'에 오른 이들은 리즈 체니 하원의원(와이오밍,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이다) 등 하원에서 탄핵안 표결시 찬성한 의원들,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알래스카) 등 상원의원 중 탄핵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들, 브라이언 캠프 조지아 주지사 등 자신의 선거 불복 주장에 동조하지 않은 이들 등이라고 WP가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는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근소한 표차로 패배한 지역이자 공화당 출신이 주지사로 있는 조지아주의 선거 결과를 자신이 이긴 것으로 뒤집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벌였다. 트럼프 측의 반발로 조지아주는 3번이나 재검표를 해야만 했고, 그것도 모자라 트럼프는 선거 관리 총책임자인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선거 결과를 뒤집으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 트럼프는 조지아주 주지사와 국무장관 등에 대해 "감옥에 가야 한다"며 선거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고 마구 비난했었다.

트럼프는 또 24일 애리조나 공화당에서 지난 대선 때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던 신시아 매케인(故 존 메케인 전 상원의원 부인) 등 '배신자'를 축출하기 위한 회의를 소집한 것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애리조나 역시 지난 대선 때 트럼프가 패한 경합주 중 하나인데, 이 지역의 상원의원이었고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이기도 했던 존 매케인의 부인인 신시아가 나서면서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애리조나 공화당 의장인 켈리 워드는 이날 '배신자' 제명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소집했는데, 트럼프는 워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격려했다고 한다.

한편, 의회 폭동 발발 직후에는 여론의 눈치로 트럼프를 감싸는 공화당 의원들이 많지 않았지만, 다수의 공화당 의원들이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자 '통합'을 빌미로 트럼프 탄핵재판 자체를 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은 24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탄핵재판에 대해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바이든의 '트럼프 사면'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미국은 이미 정치적 분열로 불타는 불을 갖고 있는데 탄핵재판을 계속하는 것은 마치 휘발유 한 바가지를 가져다 붓는 것과 같다"면서 '워터 게이트'로 사퇴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후임이 포드 대통령이 사면했던 것을 좋은 선례로 제시했다.

이처럼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충성파'들이 다시 트럼프를 감싸고 나섰지만,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탄핵재판에 대해 '탄핵 찬성 표결도 가능하다'는 입장까지 고려하고 있어 탄핵재판 자체가 무효화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2월 중순 이후 탄핵재판이 본격화될 경우 트럼프의 '제3당 창당' 계획에는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매코널 등 공화당 구주류 쪽에선 탄핵재판과 별개로 민주당에서 추진을 고려하고 있는 트럼프의 공직 선출 금지 결의안을 '카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결의안은 탄핵안과 별개로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의회 폭동 가담자들 "트럼프가 지시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일 의회 폭동 가담자들 중 다수가 "트럼프의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트럼프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현재 연방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시위대 중 최소 5명이 이같은 진술을 했다고 <더 힐>이 보도했다.

이 언론은 대표적인 인물이 극우 음모론인 '큐어넌'의 주술사라면서 의회 폭동 당시 바디 페인팅을 하고 뿔 모양의 모자를 썼던 애리조나 출신 제이컵 챈슬리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는 하원에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자 의회 폭동 가담자들에 대해 "폭도", "내 지지자들이 아니다"라고 맹비난하면서 '꼬리 자르기'를 시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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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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